남들 다 보고 나서 감상문을 올리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를 앞세우고 이 글을 쓴다.
사실 얼만 전에야 비디오를 빌려서 본 것이라서...
사람의 말 한마디가 원수를 만들 수도 있고,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다더니...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말들을 떠올렸다.
사실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많은 말들을 하지만 나는 남의 가슴에 못 박히는 말을 얼마나 하는지 잘 세지도 못할 것 같다.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이 영화를 보면서 신경숙의 '바이올렛'이라는 책의 내용도 떠올랐다. 내면의 아픔(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자신의 슬픔)도 내내 담담하게 그렸는데, 한 남자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을 늘 가슴에 두다가 진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내용은 참 이해가 안될 듯 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영화 '파이란'과 소설 '바이올렛'은 결말은 다 비극적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다가오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파이란'의 경우는 삼류 인생을 비록 죽음으로 끝나버리기는 하나 인생이 제대로 방향을 찾아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죽음으로 인하여 인생이 끝나기는 했지만 사후세계에서는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 같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희망을 심어주는 결말이었다. '바이올렛'의 경우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비극이었다는 느낌만이 있을 뿐이다) 주인공의 인생이 영원히 비극일 것이라는 예감이 가시지 않는 작품이었다.
이 두 상황 모두,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의 (물론 상징적인 것이지만) 영향력에 기인한 것이었다.
우리가 영화를 보든, 소설을 읽든 결국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방향을 찾는 과정이 아니었던가. 참 소박한 반성을 한다면 조금은 천천히 나의 입장, 상대방의 입장을 조심히 밟으면서 한 마디의 말을 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