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菊齋集卷之四 / 雜著
난국재기(蘭菊齋記)
손님이 나에게 물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의 뜰애 파초가 번창하고 화려하고, 오동나무가 곧게 우뚝 서있음이 다만 난국을 취하여 재호(齋號)로 삼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그의 물음에 응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성품이 본래 소졸(小拙)하고 또 매우 유약하다. 번창하고 화려(華麗) 함은 취하기 쉽지 않고 곱게 우뚝 서 있음은 배울 수없다.
오직 난초(蘭草)와 국화(菊花)는 줄기는 매우 약하지만 바람을 만나면 저항하지 않기 때문에 비록 꼿꼿하게 우뚝 솟아서 스스로를 지키나 손상을 당하지 않는다. 품성이 굳세어 세속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홀로 우뚝 서서 번성하나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두려워 하지않는다.
맛과 냄새가 향기롭고 안팎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비록 분명히 스스로 향기를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저절로 그것을 구한다. 군자에 비유하자면 즉 바람을 만나도 저항하지 않고 또 꺾이지 않는 것이 군자의 겸손으로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홀로 우뚝 서서 번성하나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군자가 혼란에 처하여 시속(時俗)을 쫓지 않는 고상한 행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꽃다운 향기가 끊임이 없지만 사람들이 저절로 구하는 것은 군자가 함에 넣어서 보관하면서 좋은 값을 구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으니, 내가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 깊고 그것을 취하는 것이 부지런하여 뜰에 심어서 내 재실(齋室)의 편액(扁額) 이름으로 삼았다.
그러나 국화는 왕자(王者)의 상서(祥瑞)이니 세상에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뜰에 있는 몇 종류는 모두 진품(眞品)이 아니니, 마음으로 정성스레 구하였지만 여태 까지 보지 못하였다. 나의 머리 털이 또 점점 희끗희끗하게 샌다. 아! 죽기 전에 이른바 참된 난초를 볼 수 있을까?
나는 알 수 없다. 손님이 ‘네네’ 하면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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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客有問於余曰。子之庭。有芭蕉之繁華。有梧桐之聳直。而特取蘭菊爲齋號何也。余應之曰。性本疎拙。又極柔弱。繁華不欲取。聳直不能學也。惟蘭菊莖幹甚弱。遇風不抗。故雖不挺然自持而不見摧殘。稟性貞勁。不和於俗。故能自特然發榮而不畏嚴霜。氣味馨香。表裏無間。故雖不的然自聞而人自求之。比諸君子。則遇風不抗。亦不摧殘者。有似乎君子之巽而自保。特然發榮。不畏嚴霜者。有似乎君子之處亂危行。馨香無間。人自求之者。有似乎君子之韞櫝待價。余愛之深而取之勤。種于庭而扁吾齋也。然蘭王者瑞也。世不常有。庭中數種。皆非眞品。心誠求之。迄今未見。余髮又漸星星。噫。未死之前。所謂眞蘭。見耶未見耶。吾未可知也。客乃唯唯去。<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