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2004.02.21 토요일 저녁 8시-9시 KBS1 ▶ 책임 프로듀서: 황용호 ▶ 프로듀서: 임세형 ▶ 연출: 이내규
몰락하는 농민
누구를 위한 농협인가
▶ 기획의도 오랜 진통을 겪은 끝에 지난 2월 16일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었다. 동시에 농민들은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무한 경쟁체제가 본격화되고 가속화되면서 농민들의 생존에 닥칠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대안으로 119조원의 농업자금투자를 약속했지만 한국 농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위기의 한국 농업, 한국의 농업은 세계의 경쟁체제에서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 <한국사회를 말한다>에서는 각 지역의 단위농협 및 농협중앙회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농업위기 속의 돌파구는 없는지, 그리고 농협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다.
▶ 주요내용 1. 농협 40년 역사상 최초! 농민들이 농협을 탈퇴하고 있다.
- 농민 소득은 연 600만원, 농협의 고위간부 연봉은 8천만원 경북 구미 장천면. 이 곳의 농민들은 농협을 상대로 석 달 째 시위를 하고 있다. 2002년도 조합원 감사에서 농협의 방만한 경영 행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위간부의 연봉이 8천만원이고, 농협 직원 19명 중 11명이 과장대리 이상의 간부급이었다. 농민들은 분노했고, 이로 인해 농민 조합원들 1200명 중 900여 명이 조합 탈퇴서를 쓰기에 이르렀다.
- 농민들의 반발로 정상적 운영이 중단 된 강원 신북농협 강원 신북 농협. 이 곳도 농민 조합원과 농협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해 결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임금은 실제 인상율인 6.5% 보다 높은 10.57%를 인상하여 지급했고, 농민들을 상대로 대출기간을 임의적으로 조정하여 상환부담을 늘린 사실도 드러났다.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인 농민들과 농협과의 갈등을 취재했다.
2. 농민 10명 중 9명은 '농협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전국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임원 및 회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 농협은 농업과 농민을 위한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못하고 있다(66%) 그저그렇다(26%) 잘하고 있다(8%) ■ 농협의 개혁이 필요한가? 필요하다(92.%) 필요하지 않다(2.6%) ■ 농협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사업은? 유통 지원 등 경제사업(43%) 지도사업(31%) 신용사업(21%)
3. 농민들의 비판 "농협은 돈놀이 하는 조합" 지난 10년 간 농촌과 도시의 소득을 비교해보면, 94년까지만 해도 도시 소득의 99.5%로 도시와 엇비슷했던 농촌의 소득이 점차 하락하여 2001년에는 도시 소득의 75.9%에 머물렀다. "부채에 시달리니까 마음의 정리만 되면 죽을 각오를 하고 항상 차에 갖고 다닌다. 얼마나 갑갑하면 이렇게 하고 다녔는지.." 농가부채에 시달리는 조합원 아무개씨는 취재진에게 차 속에서 꺼낸 농약병을 보여줬다. 몰락해 가는 농촌의 현실이다. 한편 농협은 예수금 규모 92조, 회원조합까지 모두 합치면 국내 최대인 200조 규모로, 3년 만기 국채 보유고 1위인 대형은행이다. IMF를 거치면서 97년 201억 원 이었던 단기 순이익은 2002년 5936억 원으로 무려 30배가 증가했다. 또한 자회사도 늘어 현재 14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그룹이 되었다.
4. 농협 중앙회는 지역농협을 위협하고 있다. - 강화농협에는 100미터 거리를 사이에 두고 농협 두 개가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중앙회 소속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농협이다. 중앙회 소속 농협은 지역농협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이용하여 지역농협과 경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농협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있다. - 광주 서부 도매시장. 돌아오는 7월 개장을 앞두고 있는 이곳에서도 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갈등을 겪고 있다. 대규모 도매시장이 설립되면서 지역농협은 운영하던 공판장 문을 닫게 되었다. 농협법 6조 2항을 보면 중앙회는 지역농협에서 하고 있는 모든 사업을 도와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중앙회는 이를 어긴 것이다. 농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농협중앙회,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집중 취재했다.
5. 농업 개방시대, 농협이 유통망을 장악하지 못하면 농촌은 무너진다. 농업개방, 경쟁시대에는 생산보다 판매·유통이 중요한 시대가 된다. 그러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공한 '협동조합의 농산물 유통 비중 추정'에 의하면, 농협의 산지 유통은 산지에서 공동계산을 통한 유통 비율은 5%에 불과하고, 소매시장에서의 유통 비율은 5.1%에 그치고 있다. 반면 대형 할인매장의 소비지에서의 유통 비율은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농협이 농산물의 유통을 장악하지 못하면 자본이 지배하는 대형 할인매장을 통해 저가의 수입농산물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우리 농산물은 큰 위기를 맞게될 것이다.
6. 한국 농업의 마지막 승부수 - 농협 개혁 네 번의 시도 끝에 통과된 FTA 비준동의안. 향후 세계시장의 무한 경쟁체제는 우리 사회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 것이다. 향후 정부의 역할은 줄어들게 되고, 농협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현재 각지에서는 농민들이 단위농협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농협 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개혁을 이루지 않고는 우리나라 농협문제 해결하지 못한다. 수입개방에 대처하는 농업문제를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농협이 개혁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60∼70%가 왔다갔다 한다." -농촌경제원구원 정명채 박사 인터뷰 중 - 농민, 전문가들의 농협개혁 요구를 통해 한국 농협이 가져야할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