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살빠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한약을 먹는다. 소고기, 닭고기, 새우, 계는 금식. 밀가루 음식은 줄일것.
그러다보니 식단을 정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
일정이 바뀌면서 점심시간이 앞당겨진 어제(월요일) 1시간 내에 식사를 마치는 미션이 내려졌다. 물론 금식은 지키면서...
처음에는 한 2~3블록 거리에 있는 피자집에서 피자를 시켜먹을 계획이었다. 치즈는 소고기에 속하는거냐? 밀가루 음식을 줄이라는데, 과연 피자를 먹어도 되는거냐? 당연히 의문이 남지만 난 남자다. 남자는 그런거에 쉽게 기죽는게 아닌거다. ㅎㅎ 이때는 자전거를 몰지 않고 직접 걸어갔다. 원래 계획은 투고로 주문한걸 가지고 돌아와서 내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는것. 자전거로 음식 투고하려면 안에 내용물이 엉망이 되거나 뒤집혀서 잡탕으로 진화하기 딱 좋다.
하지만 피자집에 갔더니 문을 열지 않았다. 아직 문을 열기 이전. 하는수 없이 근처 남미계 식당으로 향했다. 돼지고기 타고나 보리도를 먹으러... 하지만 이 식당은 소고기와 닭고기만 취급한다나? ㅡ.,ㅡ
다시 포기하고 평소 즐거가는 데리야끼집에 갔다. 여기는 소고기와 닭고기만 취급하긴 하지만 기왕에 금식을 깨고 먹으려면 맘에 드는걸 먹는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데리야끼집 앞에 가니 금식을 깨기 싫어진다. 조금만 더 버티면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있지 않을까? 금식을 깨지 않으면 정말 살이 좀 빠지지 않을까?
다시 걸어나와 주변을 돌아보니 정말 식당이 별로 없다. 직장이 남미사람들 밀집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보니 남미식 식당들은 많은데, 대부분 닭고기가 주류. 이상하게 찾아보니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곳이 없다. 이런 된장~! 여기까지 돌아다니다보니 제법 빨리 움직인다고 뛰어다녔는데, 20여분이 소요됐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여분. 미션의 난이도가 한단게 올랐다. 이미 소고기와 닭고기를 취급하지 않는것으로 증명된 식당들 사이에서 뭔가 먹을것을 찾아야했다.
하도 일대를 쏘다니니까 작업(?)하러 온줄 알았는지, 알바라도와 8가 코너의 어느 몰에서 지나칠때 남미계 어느 남자가 운전면허증이나 소셜시큐리티 번호 판매한다고 접근한다. "아놔~ 피켜줄래? 지금 엉아가 배고프거덩. 글구 엉아는 독수리다 짜샤." 당연히 이런 말을 할만한 용기는 없고 딴데 보는척 하면서 피해갔다.
한참을 헤메이다 도너츠 가게가 눈에 띈다. 정확히 말하면 도너츠 가계에 진열된 샌드위치들. 그중 하나는 참치샌드위치였다. 이거다 싶어서 참치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이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할것 같아서 도너츠 6개를 추가로 구입. 도너츠를 직장 동료들과 나눠먹기는 했지만, 그중 절반쯤은 내가 먹었다.
이렇게 한끼를 해결하고 나니까 밀려오는 뿌듯함?
아니지 허무감! 나 오늘 뭐한거지? 아무리 식당을 찾는다고 뛰어다녔다지만 도너츠 3개의 열량과 비교할까? 암튼 이리저리 난리만 요란하게 피우고 실속없는 점심한끼 처리한것 같다.
그나저나 앞으로도 살빼기 위한 도너츠?
첫댓글 닭고기는 먹어도 되는거 아닌가요? 특히 퍽퍽한 닭가슴살이 다이어트에 좋다고들 먹던데... 근데 무엇보다도 스트레스 안받고 사는게 건강 비법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