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효성(事效性)과 인효성(人效性)
사효성 인효성이 처음으로 문제 제기된 된 것은 256년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주교였던 치프리아노와 당시의 로마 교황 스테파노와의 대립이다. 아프리카 교회는 이단자들로부터 받은 세례를 무효로 보아, 그 세례자가 정통교회에 귀의할 때는 다시 세례를 베풀었다. 그러나 로마 교회는 비록 이단자들이 베푼 세례라도 정당한 절차와 성삼위(聖三位) 하느님의 이름으로 베푼 성사는 유효하다고 하였다.
그 후 312년에 같은 문제가 아프리카의 카르타고 교회에서 도나투스 사건을 통하여 재발되었다. 카르타고의 체칠리아노 주교 서품식을 공동 집전한 3명의 주교 가운데, 과거에 배교한 적이 있는 펠릭스 주교가 끼어 있었다. 그런데 체칠리아노 주교의 서임을 반대하던 엄격주의자들은 그의 주교 서품을 무효라 주장하면서 도나투스를 주교로 선출하여 대립시켰다. 그러나 정통 교회는 체칠리아노의 주교 서품을 유효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성사의 유효성은 집전자의 성덕과 무관함을 보여 주었다.
8세기 이래 성직자들의 생활이 불성실해지자 마침내 프랑스의 알비인과 스위스의 보인 등은 정화 운동을 벌이면서 타락한 성직자가 집전한 성사는 은총을 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교황 인노첸시오 3세(재위 : 1198-1216)는 독성 행위와 성사 집전 행위를 구별지으면서 행위자(opus operans)의 행실이 거룩하지 못할지라도, 수행된 행위(opus operatum, 즉 그 자에 의하여 거행된 성사적 행위)는 거룩하다(De Sacro Altaris Mysterio 3, 6)라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구별 방법은 13세기 중엽 모세의 예식과 그리스도교의 성사를 서로 구별하여 설명하는데 응용되었다. 즉 모세의 예식은 수령자의 신앙 정도에 따라 인효적으로(ex opere operantis) 은총을 주는 반면, 그리스도교의 성사는 사효적으로(ex opere operato) 수령자에게 은총을 준다고 한 것이다. 종교 개혁자들은 성사의 효력이 집전자의 성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는데,트리엔트 공의회는 성화의 사효성(事效性)을 재천명하였다(Denz. 1608).
사효성에 의하면 성사의 예절은 집전자의 의도보다 그리스도와 교회가 정해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객관적 의도가 성사 집전자를 강요하며 성사의 효력을 나타낸다. 즉 교회가 정해 둔 객관적인 절차와 사물이 구원의 은총을 실제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사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집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성사의 표징을 통하여 전달하고자하는 은총이 전달되도록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회의 예식을 집행하는 일이다.
성사의 유효성에 관한 한 사효론이 성사 신학의 경향을 대표하고 있다. 사효론은 성사 집전자의 개별적인 참여보다 교회의 객관적 조직을 더 중요시한다. 성직자는 교회 공동체를 그리스도께 향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구원 선물을 성사를 통하여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봉사 직무를 가진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는 성직자의 의도를 초월한다.
즉 성사를 이루는 것은 교회 공동체이고 성직자는 중개 역할만 한다. 이처럼 사효론은 성직자의 존재가 타인을 위한 것이라는 사제 영성(靈性)과도 부합한다. 또 사목상으로도 사효론은 신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성사의 효력이 성직자의 성덕이나 의도에 의하여 좌우된다면 신자들은 성사받기 전에 성직자의 사상과 사생활을 미리 알아보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수령한 성사의 효력도 의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사의 효과면에서 그리스도 안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행위와 성사 수령자가 지니는 신앙의 역할에 대하여 상호 이해를 깊이 하게 되었다. 성사의 사효성을 인정한 트리엔트공의회는 성사가 성사 수령자의 신앙을 증진시키는 점이나 성사 수령자의 신앙이 성사 은총을 받는데 있어서 필요 불가결함을 부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공의회 교부들은 의화(義化)가 성령의 작용 정도와 이에 대한 인간의 지향 및 협력 정도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명언하였던 것이다.
[참고문헌] P.L. Hanley, Ex opere operato, New Catholic Encyclopedia Vol. 5, McGraw Hill, 1967 / 金慶恒, 聖事의 有效性, 神學展望, 36호,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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