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에 국민은행이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가 수임 변호사를 통해서 저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2월 15일까지 저희 의견을 달라는 재판부의 통보에 따라서 아래의 취지로 보냈음을 알려 드립니다. (국민은행의 답변서는 KB가 국민은행의 애칭(CI)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간판에 국민은행 표시를 했기 때문에 법령 위반 사실이 없고, 원고에게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국민은행의 답변서에 대한 반박
1. 피고가 자인한 바와 같이 피고의 법적인 상호는 주식회사 국민은행이고 KB는 이른바 CI일 뿐입니다. 그런데 피고는 KB가 마치 국민은행의 새로운 이름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피고가 제시한 피고 각 지점의 간판을 보면 KB와 *b는 대문짝만큼이나 큰 글자체로 적혀 있고, 자기 본래의 이름은 모서리에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글자로 적혀 있습니다. 이런 간판을 보면 이 건물이 *b를 CI로 삼는 KB라는 회사 건물이라고 인식하지 국민은행 건물이라고 인식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간판에 KB와 *b를 함께 크게 쓰고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글자로 한쪽 모서리에 국민은행을 작게 표현한 것은 분명히 주객을 뒤바꾼 행위로서 원고를 포함한 고객들에게 오해와 걱정과 불편을 주는 행위임이 분명합니다. 제시한 자료의 사진을 보면 아예 국민은행이라는 상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고객이 느낄 황당함과 불편함을 피고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2. 피고는 KB를 자사의 CI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피고가 KB를 자사의 CI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CI는 CI일 뿐인데 이 CI를 모든 고객에게 상호처럼 인식시키려고 한 태도를 나무라는 것입니다. 고객과 피고와의 약속은 고객과 국민은행과의 약속이지 고객과 KB와의 약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 CI란 기업군 아래 속한 기업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함으로써 기업군 내의 기업 사이의 통합과 영업 능력의 극대화를 모색하는 하나의 영업 전략입니다. 피고처럼 하나의 단일 은행이 CI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경영의 문제이기 때문에 원고가 이의를 달 생각은 없지만 단지 회사 내부의 통합을 위해서, 그리고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CI를 고객을 향해서 상호처럼 사용함으로써 고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피고가 원고를 무시하고 있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기업의 심볼이나 애칭이란 강요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가 고객 속으로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회사와 고객들 사이에 형성되는 것이지 기업이 일방적으로 광고하여 형성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고객에게는 그 회사의 CI가 회사의 이름을 능가하는 가치를 지닐 수 없습니다.
4. 피고는 조흥은행, 외환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도 각각 CHB, KEB, KDB, finebank라는 애칭 내지 별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피고가 사용한 KB와 위 은행들이 사용한 별칭은 사뭇 다름을 피고는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피고는 KB를 국민은행의 상호처럼 오인하도록 사용하였고, 위 은행들은 제 이름의 별칭 내지 애칭으로 사용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들이 내건 간판을 보면 이런 의식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피고가 내건 모든 간판과 선전문에는 KB와 *b만 두드러지게 보일 뿐, 정작 주체이며 광고자인 국민은행은 없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을 뿐입니다. 제 이름을 적는 데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 은행이 과연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은행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5. 피고는 간판에 국민은행이란 글자를 적었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등관리법시행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법의 정신을 왜곡한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법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간판을 보고 쉽게 그 회사를 알아보게 하려고 규정한 것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기업이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향하여 내건 간판에 왜 영어 이름을 적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가와 국민이 만들어 주고 키워 준 공적 기업이 그런 기본적인 몰상식을 저지르고도 작게나마 한글로 이름을 적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발상은 참으로 우리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법령을 악의적으로 해석하여 국민과 고객의 문화적 자존심을 짓밟은 이들에게 법에 입각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6. 피고는 건물 앞에 내붙인 간판을 오로지 시각적인 디자인 면에서 논하고 있습니다. 간판은 홍보물과 달라서 회사 이름을 적어 고객에게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표현 수단입니다. 그런데 몇 교수를 자사에 초빙하여 새로운 간판의 디자인에 대한 시각적 효과를 주제로 하여 논의한 것을 길게 인용하여 간판을 바꾼 것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의 결과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간판 디자인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국민은행'이라는 건물에 난데없이 'KB'라는 간판을 내걺으로써 원고들을 당황스럽고 힘들게 만든 것을 나무라고 우리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고 한 것입니다.
7. 원고들은 지금도 피고 건물에 'KB'라는 간판이 붙었을 때에 받은 충격과 당혹스럽고 불편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앞에 국민은행을 두고 국민은행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리다가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고, 행인에게 물어서야 KB라고 적힌 간판의 건물이 국민은행임을 알게 된 때 느낀 황당하고 분한 경험을 생각해 보십시오. 고객의 이런 불편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고객을 위한 은행 경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피고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고객을 불편하게 하고 무시하는 경영 방침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8. 피고는 아직도 자신의 행위가 고객과 국민들에게 어떤 불편을 주었는지, 국가와 민족에게 어떤 누를 범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거대 은행이 된 순간부터 국민은행이 고객을 안하무인격으로 대접하기 시작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각종 수수료를 앞장서서 인상하고, 공공요금 수납을 극도로 꺼리고, 서민들을 박대하여 은행에서 내쫓고. 국내 최대 은행이 된 이후 이들이 벌인 만용을 열거하려면 한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서 이들은 상호를 영어로 바꾸는 작업의 일환으로 KB를 내걸고, 로또 복권 사업을 벌여 국가 전체를 로또 열풍으로 몰아넣은 악의 역할만 하여 왔습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슨 짓이나 할 수 있다는 발상을 우리는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습니다.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는 세력이 반드시 건재하지 않으면 이런 은행의 만행은 우리 사회를 한없이 병들게 할 것입니다. 제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이익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기업에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국민의 돈으로 만들어 준 은행이 사회와 국민의 이익을 외면하고, 국민을 초라하고 불편하게 만들면서 제몫의 돈만 챙기려는 작태를 그대로 보아 넘긴다면 우리 사회에 사회 정의가 설 자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들은 오직 단기간의 영업 실적에 얽매여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로 회사 경영을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의 흥망은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원고의 행태에서 이른바 '지도자의 사회적 의무'라는 가치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명하신 재판장께서 이들의 오만과 무책임을 일깨워 주셔서 기업이 자국민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는 방법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반성하지 않는 국민은행, 영문은 대문짝만하게 쓰고 한글은 눈곱만하게 쓴 것을 내세우면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우기는 꼴이 너무 한심하고 불쌍하다. 속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