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金風玉露(금풍옥로) - 가을 바람에 옥같은 이슬을 머금은 국화.
東籬佳色(동리가색) - 동쪽 울타리에 핀 국화의 아름다운 빛깔.
獨秀孤芳(독수고방) - 홀로 빼어나 홀로 핀 국화.
晩餉寒翠(만향한취) - 국화의 늦은 향기가 차고 푸르도다.
冷淡淸幽(냉담청유) - 차고 맑고 깨끗하고 그윽한 향기.
晩節冷香(만절냉향) - 늦은 절기에 차가운 향기.
三色凌霜(삼색릉상) - 세 가지 색깔의 국화가 서리를 이기고 피어 있다.
素艶芳姿(소염방자) - 흰 국화의 아름다운 모습.
傲霜一枝(오상일지) - 서리를 이겨내고 핀 한 가지 국화.
幽色在野(유색재야) - 그윽한 색깔이 들에 있다.
異品奇香(이품기향) - 특이한 자태와 기이한 향기.
淸風香露(청풍향로) - 맑은 바람에 향기로운 이슬을 머금은 국화.
秋影孤寒(추영고한) - 가을 그늘에 홀로 추위를 이겨낸 국화.
秋耀金花(추요금화) - 가을에 황금같이 빛나는 국화.
香飄風外(향표풍외) - 국화 향기 바람 밖으로 풍기네.
香垂潭影(향수담영) - 국화의 향기가 연못 그늘에 드리웠네.
<5자>
菊松多喜色(국송다희색) - 국화와 대나무에 기쁜 빛이 많도다.
露下發金英(노하발금영) - 이슬 아래 황금과 같은 국화가 피었네.
細雨菊花天(세우국화천) - 가는 비 내리니 국화 필 계절이다.
秋色靜中生(추색정중생) - 가을빛이 고요한 가운데 피어난다.
寒菊帶霜甘(한국대상감) - 찬 국화가 이슬을 머금어 향기롭다.
寒花發黃彩(한화발황채) - 추위에 피는 국화가 황금빛을 발한다.
黃花細雨中(황화세우중) - 노란 국화가 가는 비 속에 피었구나.
<7자>
孤芳晩節見高風(고방만절견고풍) - 늦은 계절에 외로이 핀 국화꽃에서 높은 풍치를 본다.
故園黃菊待君開(고원황국대군개) - 고향집 황국화 그대 돌아오기를 기다렸네.
霜菊新花一半黃(상국신화일반황) - 서리 속에 핀 국화 반쯤 누렇게 피었네.
小園黃菊九秋香(소원황국구추향) - 작은 정원의 노란 국화 9월의 향기로다.
西風重九菊花天(서풍중구국화천) - 가을 바람이 쌀쌀한 9월 9일이 되니 국화가 필 계절이다.
且看黃花晩節香(차간황화만절향) - 노란 국화꽃을 보니 또 늦은 절기의 향기를 맡는구나.
秋風籬落菊花開(추풍리락국화개) - 가을 바람 쌀쌀한 울 밑에 국화꽃이 피었네.
此花開盡更無花(차화개진경무화) - 국화꽃이 다 피고 나면 다시 필 꽃이 없네.
<10자 이상>
佳色不爲艶貞心常自持(가색불위염정심상자지) - 아름다운 빛을 고운 체하지 않고, 곧은 마음을 항상 스스로 지니는 국화꽃.
讀書知夜靜 菊見秋深(독서지야정채국견추심) - 책을 읽으매 밤의 고요함을 알겠고, 국화를 뜯으매 가을이 깊은 줄을 알겠다.
晩香風味好正在菊花天(만향풍미호정재국화천) - 늦은 절기에 향기 바람 맞아 좋으니 바야흐로 국화 피는 계절이로다.
素心常耐冷晩節本無瑕(소심상내랭만절본무하) - 본디 마음은 항상 추위를 이겨내고, 늦도록 지키는 절개에는 원래 티가 없다.
淸霜下籬落佳色散花枝(청상하리락가색산화지) - 맑은 서리 울타리 아래 내리고, 아름다운 빛이 꽃가지로 흩어진다.
千花萬卉消零後如見閒人把一枝(천화만훼소령후여견한인파일지) - 천 가지 풀이 다 시든 후에 마치 한가한 사람이 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음을 보내.
月色半留梧影上露華應到菊花團(월색반류오영상노화응도국화단) - 달빛은 반쯤 오동나무 그늘 위에 머물렀으니 맑은 이슬은 아마도 국화 떨기에서 빛나리.
秋霜滿地東籬下晩節黃花看未萎(추상만지동리하만절황화간미위) - 가을 서리 땅에 가득한 동쪽 울타리 밑에 절개를 지키는 노란 국화가 시들지 않고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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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菊)■
국화는 다른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을 참으며 서리 내리는 늦가을에 그 인내와 지조를 꽃피운다. 만물이 시들고 퇴락해 가는 시절에 홀로 피어나는 이러한 국화의 모습은 현세를 외면하며 사는 품위있는 자의 모습이나 傲霜孤節한 군자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옛부터 국화는 晩餉, 傲霜花, 鮮鮮霜中菊, 佳友, 節華, 金華 등으로 불리면서 정절과 은일의 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국화는 본성이 西方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쪽 울밑에 흔히 심는 것으로 되어 있어 東籬佳色이라는 별명이 생겼으며, 특히 晋나라의 유명한 전원시인이며 은사였던 陶淵明(365∼427)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더욱 시인묵객들의 상탄의 대상이 되었다.
국화도 다른 사군자와 마찬가지로 北宋代부터 문인화의 성격을 띠고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묵국만을 전문으로 다룬 화가는 매우 드물었으며 靑末期에 와서 吳昌碩 등에 의해 회화성 강한 彩菊이 많이 그려졌다. 우리 나라에서도 묵국화는 그다지 성행하지 못했고 조선 말기 이후로 오히려 花畵로서 보다 많이 다루어졌다.
국화의 종류도 상당히 많지만 그 중 빛깔에서 黃菊을 으뜸으로 친다. 국화는 단독으로 그려지는 경우보다 다른 초화나 괴석과 함께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국화 전체 모습의 운치는 꽃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으면서 번잡하지 말아야 하며, 잎은 상하, 좌우, 전후의 것이 서로 덮고 가리면서도 난잡하지 말아야 한다.
국화의 꽃과 꽃술은 덜 핀 것과 활짝 핀 것을 갖추어서 가지 끝이 눕든지 일어나 있든지 하여야 한다. 활짝 핀 것은 가지가 무거우므로 누워있는 것이 어울리고 덜 핀 것은 가지가 가벼울 수밖에 없으므로 끝이 올라가는 것이 제격이다. 그러나 올라간 가지는 지나치게 꼿꼿해서도 안되고 누운 것은 너무 많이 드리워서는 좋지 않다.
국화의 잎의 형태는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파진 곳이 네 군데가 있어서 그리기가 어렵다. 이를 나타내는 데는 反葉法, 正葉法, 捲葉法, 折葉法 등의 네 가지 화법이 있다.
그러나 국화는 늦가을에 피는, 서리에도 오연한 꽃이다. 그러므로 섬세하고 화사한 봄철의 꽃과는 특성이 다르다. 그림이 종이 위에 이루어졌을 때 晩節을 굳게 지켜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국화를 대하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