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9
性含萬法 是大 萬法 盡是自性 見一切人及非人 惡之與善 惡法善法 盡皆不捨 不可染著 猶如虛空 名之爲大 此是摩訶行 迷人 口念 智者 心行 又有迷人 空心不思 名之爲大 此亦不是 心量 廣大 不行 是小 莫口空說 不修此行 非我弟子
성함만법 시대 만법 진시자성 견일체인급비인 악지여선 악법선법 진개불사 불가염착 유여허공 명지위대 차시마하행 미인 구념 지자 심행 우유미인 공심불사 명지위대 차역불시 심량 광대 불행 시소 막구공설 불수차행 비아제자
자성이 만법을 포함하는 것이 곧 큰 것이며 만법 모두가 다 자성인 것이다. 모든 사람과 사람 아닌 것과 악함과 착함과 악한 법과 착한 법을 보되, 모두 다 버리지도 않고 그에 물들지도 아니하여 마치 허공과 같으므로 크다고 하나니,이것이 곧 큰 실행이니라.
미혹한 사람은 입으로 외고 지혜 있는 이는 마음으로 행하느니라. 또 미혹한 사람은 마음을 비워 생각하지 않는 것을 크다고 하나, 이는 또한 옳지 않느니라.
마음의 한량이 넓고 크다고 하여도, 행하지 않으면 곧 작은 것이다. 입으로만 공연히 말하면서 이 행을 닦지 아니하면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 송계 소주
반야마하행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 즉 모든 생물을 대자대비하는 마음이다. 나아가 비생물인 천지자연을 구성하는 만물만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그래서 생물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지 않으며 자연환경을 함부로 멸실 훼손하거나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물인 인간의 위치는 어떠하며 생명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겠는가.
우주와 지구를 통관하면 인간은 우주 지구의 소생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의 출처는 우주와 지구이다. 인체의 금속 원소들은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졌고,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생로병사 도중에 만들어졌다. 인체는 공기와 물, 음식물 등 지구의 물질들을 흡입, 소화, 배설하면서 살아간다. 인체기계가 기능을 다해 낡아지면 노인이 되고,더이상 작동이 불가하면 죽는다. 죽어도 고장난 채로 남는 게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인체의 원소들이 낱낱이 분해되어 다시 지구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인간은 수명이 유한한 순환개체이다.
그러니 생명의 탄생과 유지를 위해서는 외계의 물질을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공기와 물 같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물질도 있지만, 영양분을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식물과 동물의 희생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물질들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대자대비하고 이치에 통달한 성인군자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음식물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철저한 채식주의자라 할지라도 곡식과 채소, 솔잎과 칡 등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곡식, 채소,솔잎, 칡 등도 비록 식물이지만 생명체이다.
인간 생물은 선천적으로 지구의 식물과 동물을 먹고 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무리 대자대비하여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죽이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그들을 죽여서 음식물로 만들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살생을 필요에 따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고행기 동안에 싯다르타가 고민한 최대의 문제가 음식일 것이다.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고기는 절대로 안 먹었지만 식물은 약간 먹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먹지 않았으면 아사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숨 쉬는 해골이었다. 삼국유사 왈 비슬산에 도성과 관기는 솔잎과 칡만 먹었다. 그들도 숨 쉬는 해골이었을 것이다.
도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애로는 음식물이다. 싯디르타와 관기, 도성처럼 피골이 상접해도 오로지 도만 닦고, 그러다가 죽으면 그것대로 자족이라는 모진 결심을 가진 도인이라면 그들대로의 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도인들은 그렇게 모질지 못하다. 그래서 탁발행을 하거나 시주를 받아 겨우 먹으며 도를 닦는다. 그런데 현대에는 사찰마다 재정이 넉넉해서 탁발하지 않고도 용맹정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잿밥에 빠져 배부른 승들이 있어 목탁을 두드리고 염불을 하며 불제자 행세를 하는 게 문제이지만.
성이란 한자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 마음, 바탕, 색욕'이다. 그래서 성리학에서는 성이 '성품, 마음, 바탕'으로 쓰이고, 통속소설에서는 성이 '색욕, 남녀 성교'로 쓰인다. 두 쓰임은 극과 극이다. 성리학자들에게 성의 다른 쓰임은 금기이고, 속인들에게 성의 다른 쓰임은 난해하다.
그런데 성이란 한자를 처음 만든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성과 속의 두 가지 뜻을 함께 하도록 했을까.
서양의 프로이드는 리비도론에서 성, 즉 색욕을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라 말했다. 즉 성이, 색욕이 인간 생물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종말에까지 중심이 된다는 말이다. 고상하고 점잖은 사람들은 금기시하겠지만 성, 색욕이 인간과 의식, 생활의 축임은 사실이다.
인간은 부모의 성행위에 근거해서 잉태되었고, 성욕의 해소를 통한 번식 본능 때문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는다. 부부 간에도 계속해서 성적 갈등이 빈발하고, 기혼자들도 배우자 이외의 매력있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잠재되어 있다. 성욕이 가장 왕성할 때가 청춘의 최고기이며, 성욕의 저하는 노화의 시작이다. 성욕의 쇠퇴는 건강한 생물 로서의 쇠퇴이며 죽음과 함께 성욕도 죽는다.
성의 다른 의미인 '성품, 마음, 바탕'은 '색욕'과 연결되어 있다. 즉 '건강한 색욕'은 '건강한 성품, 건강한 마음, 건강한 바탕'을 이룬다. 반대로 '불안한 색욕'은 '불안한 성품, 마음, 바탕'을 만든다. 그러므로 소아기 때부터 '건강한 색욕'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마런될 수 있도록 부모와 학교, 지역사회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혜능이 고상한 법문을 하며 성의 두 가지 의미 중 다른 하나는 닫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고상한 면과 범속한 면 두 가지를 공유하는 존재이다. 머리와 가슴으로 도리와 가치를 생각하고 논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육체의 성적 충동에 출렁이기도 한다. 인간은 선과 악, 천당과 지옥을 수시로 오갈 수 있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생물이다.
혜능이 추격해온 혜명에게 한 말,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너는 무엇인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또 앞에서 반야지혜란 '사람도 생물도 악도 선도 악인도 선인도 악법도 선법도 모두 다 버리지 않고 물들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 말은 곧 성의 두 가지 의미의 상통성을 은근히 강조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