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국 위상 되찾기 위해 사상 최초로 여자바둑국가대표팀 창설 양재호 초대 감독 "내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당면의 최대 목표"
한국바둑에도 축구나 야구 등 일반 스포츠 종목처럼 국가대표팀이 운영된다. (재)한국기원은 지난 12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한국여자바둑의 국가대표팀 운영을 표방하고 초대 감독에 양재호 9단을 선임했다.
바둑의 국가대표팀은 중국이 수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지만 한국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처음이다. 여자국가대표팀의 창설 배경은 근래 중국의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여자바둑의 위기 국면을 직시, 보다 체계적인 훈련과 연구로 최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함이다.
초대 사령탑에 오른 양재호 감독은 공부하는 승부사로서 꾸준히 최일선에서 활약해 왔으며, 한국바둑리그의 감독을 줄곧 맡아 지도자로서도 역량을 발휘해 오고 있다. 자상하고 섬세한 성품과 지덕을 겸비, 한국여자바둑의 수준을 끌어올릴 적임자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아울러 "한국바둑을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천명한 최규병 신임 기사회장과는 절친한 친구사이로서 상호 호흡을 맞춘다면 한국바둑의 위기 탈출은 물론 중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양재호 감독을 한국바둑리그 플레이오프가 열리던 15일 저녁에 만나 소감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가 끝난 후 갑작스러운 보도 유예 요청으로 기사 게재가 늦춰졌음을 밝힙니다.)
어려운 때에 큰 일을 맡으셨다. 언제 어떻게 결정된 건가.
지난 12일에 전해 들었다.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결의된 다음 대한체육회를 통해서 결정됐다.
항상 바라고는 있었지만 이 같은 제도는 처음인데 초대감독으로 내정됐다. 짐도 무거울 것 같고 소감도 특별할 것 같다.
기쁜 한편으로는 부담도 크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희생은 따르겠지만 얻는 보람은 그 이상이 될 것 같다.
여자바둑대표팀의 창설 배경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국의 강력한 공세에 그동안 고수해 왔던 정상의 위치를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여자기사들은 프로가 되고 나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연구생 시절처럼 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주지도 않는다. 젊은 여자프로들에겐 그런 게 필요한데 많이 아쉬웠다. 사실 현재로선 한국이 최강이라 자신하기 어렵다.
그런 점 말고도 목표가 많을 것 같은데.
전부 열거하기는 어렵고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이 최대의 목표이다. 당연히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아시안게임에 주력할 것이다.
대표팀은 어떻게 운영되는 건가.
아시안게임의 가이드라인은 나왔다. 여자선수들이 참가하는 종목은 단체전(나라별 3인 1팀, 후보 1명)과 혼성페어전이다. 우선 8~10명을 선발한 다음 성적에 따라 매달 2명 정도씩 교체해 나갈 것이다. 대표팀의 최종 구성은 내년 7월쯤 될 거다. 대표팀에 합류했더라도 도중에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짐을 쌀 수밖에 없다.
▲ 한국의 여자프로기사들이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대회 중에 함께 검토하고 있다.
감독의 역할이라면. 보수도 받는가.
간단히 말한다면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다. 최대로 실력발휘를 하도록 조언도 하고…. 보수는 조금 있지만 그게 목적일 수는 없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거나 너무 자상하다는 평도 있는데.
그건 몰라서 하는 얘기다. 시작이 많이 늦은 만큼 강도 깊게 운영할 것이다. 전폭적인 지원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호시절이 아니다. 그런 부족한 여건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시킬 것이다. 노는 시절은 끝났다. 매일 출석 도장을 찍게 만들 것이다.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장소는 따로 준비되어 있는가.
실전 대국, 기보 연구가 주일 것이고, 무엇보다 실력이 강한 남자기사들과 대국할 기회를 많이 마련해줄 것이다. 훈련 장소는 현재로선 한국기원이나 연구실(양재호 바둑도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한데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기세가 매섭다. 중국여자바둑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중국선수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집중적으로 육성되어 왔다. 나이 어린 선수들도 대표팀의 주축을 이룰 정도로 실력 또한 강하다. 올 연말에 속행되는 정관장배 2차전에 선수들과 함께 검토하고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 3월 광저우에서 열리는 3차전에도 전력 탐색을 하러 갈 것이다.
대표가 되면 이점은 있는가.
현재로선 금전적인 혜택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국가대표가 되면 공부할 여건만큼은 확실하게 마련된다. 물론 금메달을 딴다면 다른 종목처럼 포상금이 지급될 것이다.
감독의 임기는 어떻게 되는가.
아직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 내년 10월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