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에서 희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종 장병 46명 중 2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 앞에 돌아왔고, 앞서 후배들을 구하려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던 한주호 준위도 순직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시신으로 발견된 김태석 상사의 부인은 집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다. 지금은 해군 2함대가 관리하는 평택의 72.7㎡(22평) 아파트에 보증금 176만원을 내고 살고 있지만 앞으로 길어야 6개월밖에는 더 있지 못한다. '관사 거주자가 전역(轉役)하거나 사망할 경우 최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떠나야 한다'는 관련 규정 때문이다. 김 상사의 부인은 "나가서 집을 얻을 만큼 돈을 모으지 못해 막막하다"고 했다. 실종장병 중 대부분의 장교·부사관들이 김 상사 가족처럼 평택 해군아파트에 살고 있다.
실종 장병 중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직 자녀들이 어리다. 김 상사만 해도 8세·7세·6세 연년생 딸을 셋 두고 있다. 김 상사 부인이 "애들은 계속 크고 있고 교육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정말 막막하다"고 한 걱정과 한숨이 남의 얘기 같지 않다.
실종 상태인 어느 중사가 1년의 절반을 배 위에서 근무하며 나라에서 받은 월급은 200만원 안팎이었다. 그는 지난 13년 동안 모은 5000만원을 부모님 농가주택을 짓는 데 보태고 "이제는 가족이 살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돈을 모으려 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역시 실종 장병인 어느 하사는 홀어머니를 부양하느라 대학을 휴학하고 입대해 매달 꼬박꼬박 어머니에게 월급을 부쳤다고 한다. 주검으로 돌아온 남기훈 상사는 12세·10세·3세 된 아들을 키우면서 당뇨병에 신장투석을 받는 아버지 치료비까지 대고 있었다. 실종 장병 중에 이처럼 혼자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30명을 넘는다고 한다.
희생자 가족들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당장 살 집을 얻어야 하고, 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식을 공부시켜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부닥치게 됐다. 실종 장병들도 선체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때 누구 걱정부터 했겠는가. 천안함 장병 오성탁 상사는 7일 기자회견에서 "사고 순간 가족 생각이 머리를 스쳐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현행 법과 제도가 이들에게 챙겨줄 수 있는 보상과 보호의 울타리는 허술하다. 현행 군인연금법 규정을 적용하면 천안함 실종장병 중 사병 희생자가 나오면 보상금 3650만원쯤과 매달 연금 94만여원이, 부사관에겐 보상금 1억4000만~2억4000여만원과 연금 140만~250여만원이 지급된다. 부인이 어린 자녀들을 추슬러 살림을 꾸려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와 국민은 나라에 몸바친 순국 장병들에게 합당한 예우(禮遇)를 해 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적어도 남은 가족이 아들과 딸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칠 걱정은 하지 않게는 해줘야 한다. 용산 철거민참사 사망자들에게는 7억원 넘는 보상금이 지급됐었다. 정부는 법과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천안함 희생자와 가족을 최대한 배려하고 보살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