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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인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도 드물다. '세계경영'을 통해 신흥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한국경제를 견인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분식회계와 大馬不死(대마불사)라는 한국기업의 적폐를 드러낸 부도덕한 기업인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된 이후 한동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행보가 활발해졌다. 지난 8월26일 '제45회 대우특별포럼-김우중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펴낸 '김우중과의 대화'를 통해 대우그룹 해체 과정과 관련, 자신의 목소리를 강력히 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김 회장의 대외활동은 학생들을 위한 강의가 주류를 이룬다. 연세대를 시작으로 전국의 대학교를 돌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 등에 대한 릴레이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3일엔 충북대총학생회 초청으로 개신문화관에서 '아직도 세계는 넒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제목으로 짦은 강연을 했다. 김 회장이 강연을 끝낸뒤에는 신장섭 교수가 등장해 김 회장과 세계경영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했다.
눈이 휘날리는 충북대 캠퍼스에 강연 30분전에 도착한 김 회장(78)은 걷는게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 이날 김 회장의 강연행사에는 (주)대우 사장을 역임한 장병주 (사)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과 대우 출신으로 홍보를 맡고 있는 문기환 새턴 PR컨설팅 대표가 수행했다. 주로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한 강연장은 빈자리가 드믄드믄 보였다. 홍보가 덜됐거나 학생들이 김 회장을 잘모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인터뷰를 진행하기전 김 회장은 20여분간 강연을 했다. 말소리가 어눌해서 제대로 청중에게 전달 되지 않았다. 이때문인지 총학생회는 강연내용이 인쇄된 유인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뒤 대기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다소 피로해 보였지만 기자의 질문에 진지하게 경청했다. 하지만 짧게 대답하면 장병주 회장이 보충하는 식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좀 피곤해 보이십니다. 눈길에 강연하러 청주까지 오셨는데 총학생회의 초청에 선뜻 응하셨는지요.
"난 청주와 인연이 많습니다. 대우꿈동산이라는 이름의 소년소녀 가장 아파트가 이곳 청주시 봉명동에 있습니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을 출간한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 인세로 조성한 것입니다. 그 사업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 대우그룹에는 청주출신 경영인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지요. 이때문에 충북대총학생회에서 강연해 달라기에 지체없이 오겠다고 했습니다"
<새턴PR컨설팅 문기환 대표는 김 회장이 어제 베트남에서 도착해 하루만에 노구를 이끌고 강연에 오면서 다소 피곤할실것이라고 귀뜸했다>
▶대우그룹은 지방 출신 CEO들이 많은 편이었지요. 당시 지방 출신을 많이 뽑았나요.
"나는 신입사원을 면접할때 부산고, 경북고, 청주고등 지방명문고 출신 학생들을 많이 뽑았어요. 청주고 출신도 몇명 있습니다. 전 대우자동차 CEO였던 김태구 사장도 그중 한사람 이었죠. 지방 출신 인재들이 대우가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사)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통해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을 위해 열심히 뛰고 계시는데 시작하게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5년전 몇몇 대학교수들과 함께 며칠에 걸쳐 토론회를 가진적이 있습니다, 토론 주제는 과연 우리 젊은이들을 어떻게 볼 것이냐 였습니다. 대다수 교수들은 젊은이들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저는 현장을 떠난지 오래고 해외에 주로 머물렀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잘 몰랐습니다. 당시 토론을 통해 용기를 얻었고 이후 우리 청년들을 미래의 해외사업가로 키우는 글로벌 YBM(Young Business Manager)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4년이 지났는데 글로벌 YBM사업이 성과를 올렸다고 봅니까.
"해마다 연수를 마친 졸업생 전원이 현지에서 취업해 열심히 실무를 익히고 있습니다. 수시로 연수생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조언도 하고 때로는 째찍질도 하면서 우리 젊은이들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젊은이들은 대단히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꿈과 비전이 없다보니 그런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것 같았습니다"
▶김 회장님은 신흥국 중에서 베트남을 기회의 땅이라고 여기는것 같습니다. 이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베트남에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것을 권유하는듯 합니다. 하지만 연수생들이 베트남에서 성공하려면 '꿈과 비전'만 갖고는 힘들지 않을까요.
"저는 연수생중 절반정도는 10년 정도 지나면 현지에서 창업할 것으로 봅니다. 그 때 창업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자 여유 돈을 저축해 펀드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현재 3기생들이 취업해서 평균 4만3천불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10만불까지도 급여가 오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10년후면 상당한 돈을 모을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이 모은 돈 30%와 펀드에서 투자받은 돈 30%, 그리고 펀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금융권에서 40%의 돈을 빌려서 총 250만불 정도 창업자금이 마련되도록 방법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키운 인재들이 자력으로 창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강연에 참석하기에 앞서 동영상을 찍으러온 20대 신입기자에게 김 회장님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았더니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부실기업인이 아니냐는 반응에 놀랐습니다. 강연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김 회장이 잠깐 생각에 잠기자 장병주 회장이 대답했다. "어디 학생들뿐이겠습니까. 어른들중에도 대우와 김 회장님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있겠죠. 이때문에 이번에 신장섭 교수를 통해 '김우중과의 대화'가 나온것입니다.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대우가 억울하게 희생당한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역사는 왜곡되서는 안됩니다."
<이와관련 신 교수는 "김 전 회장은 금융자본의 극성기에 금융자본 논리에 의해 망하게 된 대표적 산업자본가"라며 "김 전 회장은 무역과 금융을 축으로 사업을 펼치고 싶었으나, 정부의 강한 요청으로 중화학산업에 끌려들어간 것으로 단순히 돈만 벌겠다고 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텐데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했다>
▶강연을 들으니 여전히 베트남에서 주로 생활하시는것 같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떻습니까.
"2008년도에 건강을 잃으면서 따뜻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낫겠다는 권유에 따라 베트남으로 갔습니다. 일년중 서울에서 1∼2개월 지내다가 나머지는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지냅니다. 그리고 글로벌 YBM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연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가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이 무엇입니까.
"미래의 주역이 되려면 길게보고 폭넓게 사고해야지 지금의 주어진 여건에 안주한다면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젊은이들의 앞날에는 아주 많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계속 늘고 있으니 100세가 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30세에 대우를 창업했지만 젊은이들은 40세에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길게 앞을 내다 보면서 충실하게 실력을 쌓아 가라고 조언하는 겁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꿈과 비전'을 갖고 다음세대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져야 되겠죠"
김 회장은 진정한 '워커홀릭'이다. 대우그룹 전성기에도 그는 해외출장을 가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쪽잠을 잘정도로 일밖에 모르는 인물(오효진의 인물탐구)이었다. '수출전사와 부실기업 해결사'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대마불사식 경영과 정권과의 불화로 파국을 맞았다.
김회장은 2006년 11월 분식회계, 국외재산도피 혐의 등으로 징역 8년6월과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았지만 884억여원만 납부한 상태다. 이때문에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인들에게 "국민들이 17조원의 추징금을 마치 내가 횡령한 것으로 알고 있어 안타깝다"심경을 토로하며 "나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조원 추징금은 횡령액이 아니고, 외환위기 당시 그룹 계열사들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거래한 외환을 합산해서 매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위가 어떻든 그룹해체라는 비극을 남긴것은 김회장이 짊어져야할 멍에다. 당시 수많은 '대우맨'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직장을 잃었다. 다만 고령의 나이에도 젊은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전국의 대학을 순회하며 강연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jbnews 인터뷰^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