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명대사로 널리 알려진 것인데, 한 여행서적의 에필로그로 먼저 쓰인 문장이다. 이 문장은 비인과적 연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리드칼리지 중퇴는 세간의 눈으로는 잘못 탄 기차로 간주되기 마련이나 목적지와 직결된 선택이 되었다. 연기의 눈, 깨달은 눈으로 보면 잘못이 잘못이 아니고 잘함이 잘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수행자의 불교공부는 연기의 상의상관성을 이처럼 역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된다. ‘사랑의 불시착’은 국내 못지 않게 일본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일본의 비인과적 연기에 대한 이해는 일본속담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에 녹아 있다.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일어나고, 흙먼지가 일어나면 눈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눈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지면 눈이 멀어지는 사람이 발생하고, 눈이 멀어지는 사람이 발생하면 이 사람들은 샤미센(3개의 현으로 된 일본의 대표적인 현악기)를 켜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눈 먼 사람들의 악기 연주는 ‘논어’ 등의 고전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는 고래로부터의 동양의 생활양상이다. 샤미센의 수요가 늘어나면 샤미센의 재료가 되는 고양이 가죽의 소모량이 늘어나 고양이 수가 줄어들고, 고양이 수가 줄어들면 쥐가 늘어난다. 쥐가 늘어나면 쥐가 통을 갉아먹고, 쥐가 통을 갉아먹으면 통장수가 돈을 벌게 된다. 결국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벌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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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생과 전파의 과정은 카오스이론을 실감나게 해주고 있지만, 이는 연기의 현상에 무지함이 빗은 혹독한 결과이며, 그 치유는 연기적 접근으로 가능함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안전을 찾아가는 곳은 연기적 접근으로 상의상관의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존재가 본래의 생명자리에 들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명의 작위(作爲), 연기를 이해하지 못한 행위로 본래의 생명자리를 벗어난 것을 바로잡아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