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한 아이의 삶
「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즈 , 창비.
찰스 디킨즈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영국 남부 해안 도시인 포츠머스에서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디킨스는 힘든 시기를 보낸다. 빚을 지고 감옥에까지 간 아버지 때문에 어려서부터 공장 노동을 하며 별로 유복하지 못했다. 열다섯 살 때 법률 사무소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주경야독으로 1832년 20세에 신문사 기자가 되는 데 성공한다. 이때부터 틈틈이 작품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우던 중 1836년에 『피크윅 문서』를 발표함으로써 일약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로 30년 동안 당대 최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독특한 해학과 다채로운 인물 창조, 풍성한 소설 세계를 펼친다. 풍자적 희극성과 감상주의적 휴머니즘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들은 후기로 가며 사회 비판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리틀 도릿』, 『위대한 유산』 등을 비롯하여 14권의 장편 소설이 있으며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비롯한 다수의 중단편 소설과 여러 산문 작품을 남겼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당시 영국 런던 사회의 문제의식과 하층민의 어두운 면을 그렸다. 가난한 범죄자들과 구빈원 사람들, 귀족사회가 등장한다. 주인공 올리버 트위스트는 고전문학에서 가장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로 그려지지만 그의 생은 파란만장하다. 구빈원 고아에서 부잣집 도련님의 생을 산다.
‘19세기 영국은 질주하는 기관차 같았다’고 한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던 생산품들이 기계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사람들은 누구나 공장에서 일을 했다. 이때 노동의 주요한 공급처는 구빈원에 수용된 고아와 빈민층의 자녀들이었다. 올리버는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고 오 파운드에 장의사의 도제로 팔려간다. 장의사 집엔 노아가 있었는데 올리버 엄마의 출신을 들먹이며 놀리자 올리버는 장의사집을 나와 런던으로 도망간다. 그러나 런던에 더 흉악한 악당들이 올리버를 기다리고 있다.
“그게 있잖아, 구빈원. 어쩔 수 없었을 게고. 참 안됐구나, 진짜 다들 널 아주 불쌍히 여기고 있어. 하지만 넌 이걸 알아야 해. 구빈원. 네 엄마는 진짜로 막 굴러먹은 여자였다구.”(...) 올리버는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라 벌떡 일어나서 의자와 탁자를 집어던졌다.(p.78)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19세기 유례없는 번영을 누렸지만 기존 영국사회를 지배하던 귀족들이 몰락하고 도시 자본가들이 힘을 가지기 시작한다. 템스 강을 중심으로 서부 지역의 고급 주택가와 동부지역의 빈민가가 형성되면서 범죄도 증가해 소매치기, 강도, 살인, 매춘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소설은 빈민가와 고급주택가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여러 사건이 발생한다. 특히 악당 페긴이나 싸익스와 브라운로우를 보면서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본적인 담론을 갖게 만든다.
올리버는 이보다 더 더럽고 비참한 곳을 본 적이 없었다. 길은 매우 좁고 질척거렸으며, 공기는 악취로 가득 차 있었다. 조그만 가게들이 여럿 있었으나, 취급하는 유일한 물건은 산더미같이 몰려 있는 어린아이들인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밤에도 문 안팎으로 기어다니거나 집안에서 비명을 질러댔다.(상p.98)
그 애가 하는 아야기로 봐도, 자기는 상당 기간 도둑들과 한패였고, 어떤 신사를 소매치기했다는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갔었고, 어떤 신사를 소매치기했다는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갔었고, 다시 그 신사의 집에서 어디라고 설명하거나 지목할 수 없고 정황도 모르는 곳으로 강제로 끌려갔다는 것 아니오.(하 p.27)
<올리버 트위스트>는 많은 인물들이 대결구도를 지니고 있다. 올리버, 브라운로우, 낸시, 로즈 대 범블, 페긴, 사이크스, 멍크스가 그 축을 이룬다.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범블은 교구의 하급 관리로, 고아들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지만 돈에 눈이 먼 인물이다. 페긴은 헝클어진 숱 많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유대인 노인으로 소매치기 아이들을 감금한다. 사이크스는 페긴과 함께 일하는 젊은이로, 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오며 무척 난폭하다. 멍크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남자로, 가끔 페긴을 조용히 찾아와 올리버에 대해 단둘이 대화를 나눈다. 올리버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다. 반면 낸시는 사이크스를 돌보며 페긴과 싸익스 무리의 일을 돕는다. 올리버의 처지를 안타까워해 페긴과 싸익스 앞에서 올리버를 두둔하기도 한다. 로즈는 부드럽고 상냥한 성품과 아름다운 외모가 천사 같다. 후에 올리버의 이모로 밝혀진다. 브라운로우는 올리버가 책 도둑으로 의심받을 때 올리버를 데리고 와 치료해 주고 보살펴 준 노신사다.
소설가 김연수는 “소설가는 그가 어떤 정치적 신념을 지녔든 진보주의자일 수밖에 없다(p.139)” 말을 했다. 찰스 디킨즈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도 결말부분은 어김없이 인간이 성장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찰스 디킨즈의 소설이 지금까지도 읽히는 것은, 인성은 태어나는 계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던 19세기 영국에 사회의 보살핌 속에서 스스로 노력할 때 한 인간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반복적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이건 진보주의자의 이야기고, 또 소설가의 이야기다. 소설가는 그가 어떤 정치적 신념을 지녔든 진보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변화의 이야기여야만 하기 때문이다.”(소설가의 일 p.139)
<올리버 트위스트>는 출간 이후 꾸준히 연극,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졌다. 1902년 제작된 무성 영화를 시작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26편이라고 한다. 이렇게 찰스 디킨즈의 작품은 인간에게 희망을 남겨주고 있다. 때론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빈민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참혹한 삶을 벗어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디키즈는 당시 선한 본성이 인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현실과 부딪히고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는 것이다. 찰스 디킨즈 또한 구두약 공장에서 일을 하며 절망과 고통을 이겨낸 작가다. 이런 경험은 그의 작품에 생생하게 묘사된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대중들에게 하루하루가 비참해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평범한 울림을 전해준다. 고전 중의 고전작품이다.
<2017년 서평-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