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두 손으로
라에티티아 부르제 글|알리스 그라비에 그림|김하늬 옮김
같이보는책|2015.02.07.|32쪽|11,000원|그림책|6세
아이들은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울 뿐만 아니라 만나는 존재들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마법 같은 세상을 향해 손을 가만히 뻗으면 무엇을 만날까? 그 경험에서 아이는 무엇을 느낄까?
아이의 작은 손에서 눈송이가 물이 되고, 상처 입은 새가 건강을 회복하고, 작은 샘물이 수영장이 되고, 올챙이가 헤엄치다 개구리가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딧불이가 아이의 손을 통해 아름다운 은하수가 되고, 찰흙으로 조물조물 작은 세상이 탄생한다. 씨앗을 뿌려 꽃과 나무를 피어나게 하고, 갓난쟁이 동생을 살포시 안아 준다.
아이의 작고 여린 손은 단순한 감각 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따뜻한 치유와 아름다운 성장, 행복한 창조의 근원이다. 《최고의 어린이》에 이어 생명력 넘치는 아이의 세계를 형상화한 글과 그림 두 작가의 기량이 돋보인다.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의 작은 손으로 무얼 했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행복했던 추억을 나눠 보시길.(박은경)
○학교에 간 공룡 앨리사우루스
리처드 토리 글·그림|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2015.03.10.|33쪽|11,000원|그림책|6세
특정한 대상에 관심과 애착을 보이다 어느 순간 새로운 것으로 그 대상이 바뀌기도 하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자칭 앨리사우루스라 할 만큼 공룡에 애착을 갖는 앨리. 앨리의 물건들에는 온통 공룡이 그려져 있다. 공룡이 있기를 기대하며 학교에 간 첫날, 친구들은 공룡이 아닌 다른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우주선을 좋아하는 아이, 공주를 좋아하는 아이, 노란 도시락 가방을 좋아하는 아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앨리에겐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공룡처럼 간식을 우적우적 먹어 치우기도 하고, 공주처럼 차도 마시면서 친구들을 이해하게 된다. 저마다 관심과 애착의 대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앨리의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한 권씩 고른 시간, 모두 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오는 책을 찾는다. 앨리는 여전히 공룡이 나오는 책을 골랐을까?
흑백 그림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크레파스로 덧그린 그림은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하다.(정영화)
○바보 야쿠프
울프 스타르크 글|사라 룬드베리 그림|이유진 옮김
한겨레아이들|2014.12.10.|40쪽|11,000원|그림책|초저
야쿠프는 동네와 학교에서 바보로 통한다. 휴지를 집으려다 식탁보를 잡아 당겨 식탁 위 음식들을 와장창 쏟기도 하고 진흙탕에 철푸덕 넘어져도 웃기만 한다. 심지어 익숙한 마을에서 길을 잃기까지 한다. 야쿠프는 거듭해서 실수하는 자신이 못마땅하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 좋아하는 야쿠프는 바보가 아닌 다른 뭔가가 되기를 끊임없이 희망한다. 이런 야쿠프 주변에는 바보인 것도 괜찮다는 외삼촌, 가끔 실수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주는 아빠와 야쿠프를 용감하다고 말해 주는 친구도 있다.
우연한 기회에 시력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야쿠프는 안경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본다. 마을 다트 대회에 나가 과녁 한가운데를 맞추며 ‘바보 야쿠프’대신 ‘명중왕 야쿠프’라는 새 별명도 얻는다. 이상한 안경을 쓰고도 “제가 어떻게 보일지는 상관이 없어요. 잘 보인다는 게 중요하지요.”라며 남들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줄 아는 야쿠프는 안경으로 마음까지 환해진 듯 자신감이 넘친다.
낙천적이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줄 아는 매력 넘치는 야쿠프를 만날 수 있다.(김현정)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김애란 글|박세영 그림
창비|2015.3.20.|91쪽|9,000원|동화|초저
지리산 자락에 사는 아이들은 미라와 아라 자매, 그리고 미라와 동갑인 남자아이 경모 뿐이다. 개구쟁이 경모는 호박죽을 잘 끓이는 이웃집 할머니가 구미호라고 한다. 아이들은 무서운 호박죽 할머니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고, 할머니는 지난봄에 더덕을 캐다 만난 멧돼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이 멧돼지가 옛날이야기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할머니를 잡아먹으러 온다. 호박죽을 먹고 용감해진 아이들은 멧돼지와 맞서 싸운다. 아라는 멧돼지에게 새알심을 던지고, 미라는 요요를 던진다. 경모는 멧돼지와 딱지치기 대결을 한다. 멧돼지를 피해 이 밭 저 밭으로 도망 다니기도 한다. 멧돼지가 도망가고 따뜻하고 편안한 방에 누웠는데 갑자기 호박이 날아오른다. 할머니, 미라, 아라, 경모는 호박을 타고 하늘로 날아 저마다 그리운 가족에게로 가자고 한다.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와 투박하지만 진한 인정, 경모의 엉뚱한 상상, 미라와 아라의 엄마를 향한 애틋한 마음, 거기다 지리산 자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환상적이다.(신민경)
○모두 깜언
김중미 글
창비|2015.02.06.|330쪽|11,000원|청소년문학|13세
언청이로 태어나 엄마, 아빠가 없는 유정인 말을 더듬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그런 유정에겐 할머니와 작은아빠 그리고 베트남에서 온 작은엄마와 사촌동생들이 있다. 유정은 농사짓는 작은아빠와 작은엄마를 돕고 사촌동생들을 돌본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유정, 유정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유정의 곁을 맴도는 친화력 짱인 광수, 말로만 가출하는 지희, 친구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우주가 엮어내는 이야기는 건강하고 재미있다.
구제역으로 기르던 가축을 잃고, 현실화되는 FTA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농촌의 이야기가 잘 녹아 있다. 낯선 한국 생활에 적응해 가는 작은엄마,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사촌동생들이 겪는 어려움 등도 잘 그리고 있다. 어려운 현실, 불확실한 농촌 생활 속에서도 ‘깜언’(베트남 어로 고맙다는 뜻)이라며 최선을 다하는 유정 주변의 사람들은 아름답다.(정인복)
○문화재 이름도 모르면서
이재정 글
나는책|2015.03.01|232쪽|17,000원|사회|초고
옛 문화재는 ‘환두대도’, ‘청자양각죽절문주자’,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처럼 한자 이름으로 된 경우가 많다. 이름의 뜻을 모르면 문화재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기 힘들 뿐만 아니라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문화재 이름이 붙여진 원리를 쉽게 풀이해 문화재의 역사적 의미와 특징들을 알아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문화재를 시대별로 소개하는 책들과 달리 도검, 도자기, 활자, 기록, 복식, 지도, 고분, 가옥, 궁궐, 불상 등 17개 분야로 나누어 같은 갈래의 문화재들끼리 견주어 볼 수 있게 구성했다. 풍부한 사진 자료와 상세한 설명,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대별 문화재 연표, 사진 자료의 정확한 출처 표기 등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또, ‘검’과 ‘도’, ‘도기’와 ‘자기’의 차이점, ‘활자’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거북선’의 우수한 점, ‘대동여지도’의 제작 방법 등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쉬운 입말로 들려준다. 재미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옛 선조들의 지혜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임정희)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권혁도 글·그림
길벗어린이|2015.03.01.|30쪽|11,000원|자연의 세계|초저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과정을 통해 자연에서의 생태계 관계를 알려 주는 그림책이다.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모두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책장을 펼치면 왼쪽 지면은 나비의 한살이 과정을, 오른쪽 지면은 천적에게 먹히는 모습을 세밀화로 보여 준다. 배추흰나비 알 속에 알벌이 자기 알을 낳아 배추흰나비 알은 애벌레가 될 수 없다. 알을 뚫고 나온 76마리 애벌레는 나오자마자 실을 토해 잎에 발판을 만들고 알껍질을 먹어 치운다. 하지만 빗방울에 빠져 죽기도 하고 사냥감을 노린 흰눈썹깡충거미의 먹잇감이 된다. 애벌레가 네 번 허물을 벗는 동안 다리무늬침노린재나 별쌍살벌의 먹이가 되거나 배추벌레살이고치벌에게 기생을 당한다.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몸속에서 고치벌 애벌레가 우글우글 나오는 장면은 실제 모습을 보는 듯 생생하다. 8마리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했다. ‘번데기는 모두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지면 중앙에 그린 배추흰나비 한살이 과정과 연계해 가장자리에는 흑백 그림으로 천적들이 각자의 입장을 입말로 들려주어 지식의 폭도 넓히고 읽는 재미도 더해 준다.(이경희)
첫댓글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재밌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