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북적이던
명동 가로수길
화장품숍 썰렁
평소 같으면 한창 붐볐을 점심시간이지만 10일 명동 쇼핑가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단체로 관광온 유커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대거 쇼핑을 하러 몰려나올 시간이었지만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게 줄었다.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화장품 가게 점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호객에 열을 올리지만 별로 성과가 없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한 화장품가게 점원은 "지난 주부터 메르스 탓에 손님이 절반 이하로 확 줄었다"면서 "이번 주면 회복하겠거니 했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오히려 점점 더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명동 일대 비즈니스호텔과 게스트하우스들도 잇단 예약 취소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호텔 직원은 "아침에 출근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중국과 홍콩 등에서 예약했던 손님들이 취소 요펑이 빗발친다"며 한숨을 지었다. 대표적인 관광객 쇼핑지였던 명동은 지난 몇 년 새 가장 조용한 모습이다. 그나마 다니는 사람들은 무더위에도 마스크로 입을 쌈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이곳에 가장 많은 것은 아웃도어. 스포츠의류 매장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등산.나들이 등 외부 활동 자체를 꺼리는 사람이 많아 아웃도어 의류와 용품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한 아웃도어 매장 매니저는 '가뜩이나 불황이라 할인행사 전단까지 돌려가며 겨우 연명하고 있었는데 메르스 태풍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흥 화장품 거리로 그동안 중국인 중,상류층 자유여행객이 많이 찾았던 신사동 가로수길도 나을 게 없다.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젊은 20.30대가 뒤엉켜 점심시간이면 차량이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지금은 휑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세월호 이어 또.... 외식업체 죽을 맛
-예약보다 취소 많아 "전화받기 겁나"
-'매장 전체가 단독룸'문자 돌리기도
-배달업체 .홍삼. 비타민은 '반짝특수'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로 올해 초까지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이었어요. 올해는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5월부터 저녁 손님이 꽤 늘어 그나마 살 만했는데 또다시 메르스 때문에 미칠 지경이에요"
지난 9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치킨 매장에는 1~2층 합쳐 딱 세 테이블에 손님 8명만 달랑 앉아 있었다. 두개층 약 100평 규모 대형 매장인 이곳에는 인근 직장인 저녁회식을 고려해 최대 20명 좌석까지 갖춘 큰 테이블도 있지만. 이날 단체회식은 단 한 팀도 없었다. 가게 주인 황 모씨는 "치맥 대목인 여름 한철을 이렇게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메르스사태 확산을 못 막는 정부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르스 탓에 외식. 프랜차이즈 등 자영업자들은 불황에 거의 죽을 맛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소형 식당 등 골목상권일수록 침체가 더 심했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 이후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염려해 외식 소비자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대형 매장 방문을 더욱 꺼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회식 수요가 많은 고깃집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삼겹살 매장 주인 진 모씨는 "지난주부터 회식 예약보다 기존 예약 취소 전화가 더 많이 걸려왔다"며 "매장 내 테이블이 대부분 큰 편이어서 소형 테이블 몇 곳에서만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손님들이 최대한 옆 테이블과 거리를 두고 앉으려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대형 참치전문점은 단골 고객들에게 최근 휴대폰 문자를 돌렸다. "저희 가게는 매장 전체가 단독룸 형태여서 다른 고객님과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메르스에 안전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생선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 모씨는 "최근 일주일 새 매출이 60% 가까이 급감했다"며 "가게 앞 거리도 퇴근 길엔 사람들이 떠밀려 다닐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소비자들이 직장이나 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족발. 치킨 등을 배달 전문으로 운영하는 매장이나 모바일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운영업체들은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배달 앱 요기요에0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주문건수는 그 전주보다 17%가량 증가했다.
연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홍삼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도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