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운 늦둥이 퇴직 남편
👤글씨크기조정 주부 권모(59)씨. 금실 좋다고 이웃에 소문날 정도는 아니었어도 오순도순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요즘 들어 그렇게 징그러울 수 없다.
*최근 30여 년 다니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남편이 집을 어지르며 번잡스럽게 구는 것도 모자라 하루종일 옆에 붙어 잔소리를 해대기 때문이다.
*처음엔 '적응하느라 저러겠지'하는 안쓰러운 마음에 아무 말도 안 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 한 달을 넘기면서 권씨의 참을성도 바닥이 났다.
*눈 뜨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젠 아침에 눈을 뜨면 골치부터 아프다.
*집안일 손도 까딱 않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아내들 "외출도 못해 … 홀로서기 도울 묘책 없을까" 권씨뿐이 아니다.
*퇴직한 남편 수발에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가 의외로 많다. 황혼이혼이라고 하면 젊은 시절 남편의 무관심이나 폭력.바람기 때문에 아내가 요구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남편의 퇴직도 주요한 요인이다.
*한집에 살면서도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던 부부가 하루 온종일 얼굴을 맞대게 되면서 신혼 때처럼 사사건건 부부싸움을 해 사이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아예 '은퇴한 남편 증후군'(RHS.Retired Husband Syndrome)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할 일 없는 남편들이 아내가 매 끼니를 챙겨주길 바라며 집안일 간섭하는 걸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스트레스 탓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노년 여성들이 늘면서 생긴 말이다.
* 노후대책으로 재테크뿐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심(心)테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편의 은퇴를 경험한 퇴직 가정 구성원들은 "준비된 퇴직이든 아니든 일단 퇴직을 하게 되면 심리적 충격이 상당하다"며 "퇴직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우리의 노후대책은 아직 재테크나 건강관리도 급급한 실정이다.
*** 끼니 해결이 가장 큰 문제 수저통에서 수저 찾는 데 한 달 그릇 싱크대에 갖다 놓는 데 1년?
허걱!
*매일같이 남편 점심상 차려주느라 한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러 혼자 외출하면서 상을 차려놓고 나갔던 주부 서모(56)씨는 집에 돌아와 밥이 그대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왜 밥을 안 먹었느냐"는 물음에 남편 답이 더 걸작이었다.
*수저가 어딨는지 몰라 못 먹었다는 것이다.
*늘 그 자리에 놓여 있는 수저통에서 자기 수저를 찾지도 못하는 남편을 보고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해졌다.
* 실제로 이 남편은 수저통에서 수저 찾는 데 한 달, 자기가 먹은 밥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놓기까지 1년이 걸렸다.
*퇴직한 남편이나 그 수발을 드는 아내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건 바로 '밥'문제다.
*밖에서건 안에서건 남들이 코앞에 들이미는 밥상만 받아본 남자들일
수록 끼니를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탓에 점점 더 아내에게 의지하게 된다.
*말이 좋아 의지지 불안해서 아내를 옆에 붙잡아 놓는 것이다.
* 퇴직 스트레스에다 이렇게 기까지 꺾여 우울증으로 도지는 경우도 적잖다.
*** 주부도 은퇴하고 싶다 백수 티 안 내려 집에만 있는 남편 수발 찜질방 못 가, 친구들과 전화 수다도 못해 퇴직자 아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 받는 남편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면서도, 노년에 다시 찾아온 '남편 시집살이'에 고통스럽다.
*우리나라 주부들은 낮에 모임이 많아 사회생활하는 남자들 못지않게 바쁘다.
♡이렇게 살던 아내가 하루아침에 집안에 들어앉아 남편 잔심부름에 잔소리까지 듣자니 쉬울 리가 없다.
♡주부 박모(55)씨는 "전에는 남편이 출근만 하면 하루종일 찜질방에서 살든 말든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젠 무슨 특별한 용무가 아니면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며 "집에서도 남편 눈치에 친구들과 전화로 수다도 못 떠니 감옥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한순간 자유가 사라진 것도 참기 어려운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는 남편은 더 못 견딜 일이다. 백수 티 내지 않으려 낮에는 꼼짝 않고 집에만 들어앉아 전화도 안 받는 남편 때문에 속에서 열불이 난다는 아내가 많다.
♡ 아예 남편이 없으면 모를까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전혀 안 돕고 오히려 성가시게 하니 '꼴 보기도 싫다'고 아우성이다.
♡아내들은 "남편들은 아내에게 이 정도쯤은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지만 아내들도 힘들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 노후 재테크? 심(心)테크부터 요리.청소…하나하나 배우려는 자세를 일본선 남편 자립 돕는 프로그램 수천 개 몇십 년을 함께 산 부부라 해도 퇴직 후의 부부관계는 전과는 전혀 다르다.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지는 데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도 판이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방법을 새로 배워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아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퇴직 남편상은 '자립형 남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은퇴한 남편의 자립을 돕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수천 개나 있다.
*재취업이나 재테크 등 거창한 재교육이 아니라 집에서 남편 스스로 할 수 있게 요리와 쇼핑.청소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평생 뼈 빠지게 일했는데 이제 살림까지 배우라는 거냐"며 반발할 수도 있겠다.
*이럴 때는 우선 뭔가 할 일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공과금 내는 일 등 아내가 하던 일 가운데 자존심 상하지 않을 만한 일을 골라 남편에게 맡기는 것이다.
*전화 받기 싫어하는 눈치면 아예 툭 까놓고 "낮에 온 전화는 내가 받겠다"는 배려도 필요하다.
🔹 대한은퇴자협회 주성룡 회장은
"까스불 조심하고,
불조심하고,
지퍼 조심하고,
마누라 찾아 징징대지 말 것이며,
라면이나 끓여먹고 있으라는
일명 '까불지마라'식의 아내 때문에 위축된 남편이 많다"면서
"남편에게 당장 뭔가 하라고 다그치기보다는 기다려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고 조언한다.
🔹취미를 찾아 집 밖으로 나가든, 아니면 집 안에서 스스로 할 일을 하든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ㅡ 안혜리 기자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