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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밖으로 나온 챔피언 대중의 사랑 받았던 배영 세계신기록 보유자, 부산서 카페 사장으로 새 출발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 배영 200m 세계신기록보유자’ 이렇게 설명하면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금방 <김진호> 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게 화려했던 김진호 씨가 수영선수 생활을 접고, 그의 어머니 유현경 씨와 함께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KBS 다큐멘터리와 MBC ‘일밤-진호야 사랑해’에 출연하여 한 때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누렸던 화제의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카페 사장으로 변신하여 세상을 향해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상 입장에서 보면 그는 아직 봉오리도 피지 않은 신출내기 사업가(?)다. 김진호 씨(29)는 지적장애인이다. 더 쉽게 말하면 자폐성 장애인이다. 그런 그가 장애인·비장애인을 통틀어 국내에서 유일한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동등하게 비교할 수야 없지만, 수영선수 박태환도 아직까지 세계신기록은 갖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김진호 씨의 세계신기록 보유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그런데 김진호 씨 본인은 정작 그것이 얼마나 놀랍고 위대한 것인지 알지도 못한다. 그저, 즐겁게 수영을 했다는 것만 추억 속에서 인지하고 있다.
“수영은 진호가 자폐의 딱딱한 껍질을 벗고 나오는 물꼬였습니다. 자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복된 훈련을 실시하다가 보니까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활동하게 되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선수로서 한계를 벗어나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카페를 열었습니다. 그동안 진호에게 수영이 유일한 소통의 창구였다면, 지금은 카페를 매개체로 하여 세상과 연결하고자 합니다.”
“친구들 모임을 가더라도 또래끼리 소통은 커녕 말도 안하고 눈 맞춤도 안하는 거예요. 이상한 괴성을 지르거나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혼자서 외톨이처럼 노는 겁니다. 그래도 내 자식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라며 기다렸죠.” 그래서 엄마는 집에서 사소한 습관부터 읽고 쓰기를 반복하여 가르쳤다.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지만, 다른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입학한 지 42일 만에 그만두었다. 말이 자퇴이지, 선생님은 진호를 가르칠 수가 없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권고퇴학이었다. 부모로서 억장이 무너졌다. 진호와의 ‘사투’도 힘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따가운 시선 또한 견디기가 힘들었다. 엄마는 진호 뒷바라지를 위해 눈물로 꽃을 피웠다. 매일 기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호는 5학년이 되어 수영부에 들어갔다. 25명의 수영부원 중 17명이 중도에서 그만두고 8명이 남아 있었다. 수영선수가 부족한 터라 코치가 일단 테스트라도 할 겸 진호를 수영반에 넣어보자고 제안했다. 유현경 씨는 탈의실 사용법, 소지품 관리, 수영장에서 예절 등을 매일 비디오로 촬영하여 진호에게 개선점을 보여줬다. 아이를 위해 자진해서 수영부 총무를 맡아 연습장과 시합장을 가리지 않고 동행했다. 6학년 때부터 진호는 경기도 수영대회에 입상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수원북중학교에 수영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수원북중은 수영부는 있지만, 수영장은 없었다. 오전에는 특수반에서 공부하고 오후에 개별적으로 수영을 했다. 코치도 없어 사비로 개인코치를 구해 일산 고양 평택 등지를 떠돌이처럼 돌아다녔다. 그러나 진호는 아쉽게도 지적장애인 수영종목이 아예 없어 2008년 장애인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2009년 9월 체코에서 열린 국제지적장애인경기연맹 글로벌게임에서 세계신기록을 갱신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2년 5월 미국 신시내티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대회 배영 200m, 배영 100m, 자유형 200m에서 각각 1위를 하면서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진호가 출전할 장애인올림픽에 지적장애인 배영 200m 등의 종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현경 씨는 아들이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고, 나이도 고려하여 은퇴시켰다.
“진호에게 맞는 일을 해 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커피만 뽑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고 주방도 관리하고, 청소도 하고, 하루 매상관리도 혼자 할 수 있도록 배우고 있습니다. 2년이 지났는데 곧잘 합니다.” 얼마 전에 진호 씨는 엄마가 임플란트를 하여 까만 실로 입술을 꿰맨 것을 보고 “엄마, 양치질 살살 하세요. 이에서 피나요.”라고 위로했다. 지난 여름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냉면 사다 드릴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유현경 씨는 그런 말은 자폐인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아니라며 사소할지 모르지만, 그 날은 하루 매출보다도 더 행복했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유현경 씨는 철야예배를 기쁨으로 드리고 와서 현실에서 진호가 이상한 행동을 취하면 차라리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수 십번도 더 했다며, 어느 날, “네가 진호를 진심으로 사랑하느냐”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대성통곡을 하며 회개했다고 고백했다. 그 때부터 유 씨는 내가 바뀌어야 진호가 바뀐다는 것을 깨닫고 기쁨이 뭔지 알았다고 한다. 그의 핸드폰에는 아들의 이름이 ‘보배’로 저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