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문경중 13,회 동기 기원섭 친구의 글,을 참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 중에도 더욱 내맘에 살픗이 와닿는 글,을 일부러 발췌해서
서울 문경중 동문님께 자랑 스럽게 한번 더 펼쳐 봅니다
제 마음대로 읽으시기 편케 한다고 조금 스타일을 바꿨는데
친구 인 필자 가 용서 하리라 믿습니다
유랑아제 생각,
우정 이라는 두글자를...여러갈래 로 생각하게 하는,....어느 평행선의 "철로"
내 너를 위하여-<술 한 잔의 감동!>
-2009년 3월 28일 토요일 오후 6시, 서울교육문화회관 2층 가야금 홀
요 며칠 전에 너 엄마하고
서울 시내 중심가에 있는 어느 백화점을 갔었다.
그날 저녁 6시에,
한국은행과 남대문 사이
그 중간쯤으로 남대문시장 건너편에 있는
인호어머님의 ‘독도참치’에서의 모임에 가러 집을 나섰는데,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기에,
불경기라고 하는 요즈음의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좀 알아볼 요량으로, 눈요기 삼아 그 백화점을 찾은 것이다.
지난해 봄에 <mokulsha:며느님 닉네임> 지영이,
봄 구두 하나 사주기 위해,
그 백화점을 찾은 이후 꼭 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때 지영이 봄 구두를 고르던
그 구둣가게를 비롯해서,
화장품이나 옷가지나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을 취급하던
일반 가게들은,
모두 그 옆자리에 새로 지은 신관으로 옮겨갔고,
옛날 우리가 일상으로 드나들던 그 자리에는
새로 명품관이 들어서 있었다.
너무 고급스럽고 너무 비싸서,
가본들 자기 격에 맞는 것도 없고
그 값을 치를 돈도 없다면서,
한사코 말리는 너 엄마의 뜻은,
내 이 한마디 말로 거부되었다.
“눈요기만 하면 되잖소!”
어차피 눈요기 삼을 작정하고 들린 것이니,
눈요기만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너 엄마를 우격다짐해서,
그 명품관으로 직행했다.
신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짙은 색의 각종 장식들과,
조금은 어두운 조명의 그 분위기가,
격조 높은 명품의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얼마나 조용한지,
일부러 숨을 죽여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가위 눌린 듯 무거운 가슴을 안고,
조심스레 그 명품관을 둘러봤다.
쇼윈도 안에 진열된
신사 정장이나, 숙녀복이나, 핸드백이나,
구두나, 손지갑이나 하는 것들이,
백화점 일반매장의 것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데도,
명품관의 그 분위기가
그 제품들을 돋보이게 하는 듯했다.
쇼윈도 앞에서 그 안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혹 그곳 점원으로 부터 촌놈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본체만체 하면서 일부러 의연한 듯
그 앞을 지나가려니,
이젠 내 양심이 나를 보고 촌놈 이라고 한다.
“싼 것도 있네!~”
언뜻 보기에 5만 원짜리 가격표인 것 같아,
내 그렇게 중얼거렸더니,
내 옆의 너 엄마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잘 보세요. 그게 어디 5만 원이요.!”
양미간을 좁혀 다시 봤다. 50만 원이다. 그것도 머리핀 하나의 값이 그랬다. 더 둘러봤더니, 여자 핸드백 값이 250만 원이었다. 그것도 헝겊으로 된 것이 그랬다.
가죽으로 된 것은 보통이 450만원이고,
좀 눈에 띈다하면 500만 원이 그냥 후딱 넘는다. 털로 짠 남자 재킷 하나가 150만 원이다.
사실은 그 명품관을 들어설 때,
뭔가 괜찮은 것이 있으면,
너 엄마에게 선물이라도 하려고 했던 것이,
내 속셈이었다.
30년을 성질 더러운 나를 남편이라고 믿고
살아온 너 엄마를 위해,
그 정도는 해도 될 듯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격대가
선물을 해주는 내게도 부담스러웠고,
선물을 받을 너 엄마도 부담스러워 할 것만 같았다.
“당신 마음 다 알았으니 갑시다. 만날 시간 다 됐어요.”
여우처럼,
그런 내 마음을
너 엄마는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는 거다./
이제 오늘 이야기다.서둘러야 했다. 오후 6시,
서울교육문화회관 본관 2층 가야금 AB홀에서 있을,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고성욱 친구의
혼사에 시간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촉박한 시간이다.
내가 얹혀 탄
그 차를 운전하는 김석남 수사관도,
나의 서두는 그 분위기를 눈치 채고는
교통신호도 대충 무시하면서 내처 달렸다.
반가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아들 진호군을 장가보내는
혼주인 우리 고성욱 친구와
그 부인 방정숙 여사의
그 살아온 이력이 그 자리에 모두 담겨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맏이 승환군을 장가를 보내는
김동극 친구만 눈에 띄지 않을 뿐,
전상봉, 권영식, 김창현, 안춘식, 김학대,
권두혁, 김재국, 김재열, 김경동, 고일림,
김형래, 전병근, 이유식, 장연석, 홍경흠,
정욱진, 허종하, 이정인, 이정탁, 정용철,
박종대, 이대규, 김경태, 김정한, 김용균,
남준희, 박상철, 노진호, 최명영, 박희구,
한순태, 고재오 등등,
이렇게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은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
늘 일정 바쁜 남편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김명래 친구의 부인과,
몸이 불편한 남편과 늘 함께인
이정탁 친구의 부인의 모습은,
세 아들 중 맏이를 장가보내는 우리
고성욱 친구의
그 뜻 깊은 혼사 자리를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혼주인 고성욱 친구에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참 소중한 인연인,
고성진, 김병연, 김지훈, 신용환, 고진태, 고오진 등등,
선배님들의 모습도 보였고,
최종윤, 박노태, 이상익, 이정일, 이병철,
손승환, 고윤환, 정도신, 김천식 등등,
후배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비록 다가가 인사를 드리진 못했지만,
재경문경시향우회 윤성길 회장님의 모습도 보이고,
내 고향 문경의 살림을 꾸려나가시는
신현국 문경시장님의 모습도 보였고
신국환 전 국회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고진태 선배님의 경우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음을 띠고 다가 오셔서는,
이렇게 내 칭찬까지 해주셨다.
“자네 그 책 한 번 잘 썼더라. 만화책 같이 재미가 있어. 수고했네!”
누구든 책을 한 번 출간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칭찬을 듣고, 감동 안 받을 사람,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친구의 혼사를 찾아서,
나는 나대로 이렇게 감동을 건지고 있었다.
그 감동들 중에, 특별히 나를 감동시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술 한 잔으로 인한 것이다.
“소주 한 잔 줄까?”
내 왼쪽 바로 옆자리에 있던
김학대 친구가 내게 술 한 잔을 권하고 있었다. 김학대 친구라고 하면,
나와는
점촌초등학교 8회와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이기도 한 친구다.
게다가 김학대 그 친구는 판사의 신분으로 법원에,
나는 검찰일반직공무원으로써 검찰에,
각각 몸담아 있었기 때문에,
사회에서의 인연도 또 남다르다 아니할 수 없다.
엊그제 ‘곶감이야기’에서도 밝혔듯,
우리 집이 대구에서
문경 점촌으로 이사를 와서 맨 처음으로 터 잡은 곳이,
김학대 그 친구네 집 몇 집 건너의,
재골 산기슭 논두렁 옆의 마당이 너른 초가집이어서,
학교를 가며오며 자주 어울려 정든 인연이 있다.
바로 그런 인연의
김학대 친구가 권하는 그 술잔을 놓고,
난 잠시 생각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 아침 점심 저녁 식후 30분에 조제약에
쌍화탕을 곁들여
일주일 동안을 빠짐없이 복용했는데도
떨어지지 않는 감기몸살에 기침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 오른쪽 옆자리의
교회 장로인 정용철 친구가 따러주는 와인도
그냥 받아놓고만 있었고,
건너편 떠버리
김경태 친구가 주는 소주잔도
손사래 쳐 이미 거절한 판이었다.
남이야 내 그 속사정을 모르니,
잘 찐 찐빵처럼
부품하고 벌건 내 얼굴만 보고는,
건강하려니 했을 터이다.
어찌되었건,
감기몸살에 기침 막바지인 오늘만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술은 입에 대지 않을 속생각이었다.
김학대 친구도
평소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을 내 알고 있으니,
그저 내 속생각대로 넘어가겠지 했다.
그런데
술을 좋아하지 않는 줄로 알았던 그 김학대 친구가,
홀짝홀짝 와인을 조심스레 마시고 있을 때부터,
난 눈치를 챘어야 했었다. 그래서 내 먼저 김학대 그 친구한테 와인 한 잔을 따러주면서,
내 사정을 이렇게 말해 줬어야 했었다.
“오늘 같이 술을 못 마셔서 미안하다. 감기몸살이 심해서 그렇다.
다음엔 내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셔버릴께!~”
그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정용철 친구나,
김경태 친구한테 미안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김학대 친구의
이 소주 한 잔만은 받아 마셔야 한다. 이날따라 술을 따를 작은 종이컵을 건네주는 김학대 친구의
그 손길이 참 따뜻하고 정겹다는 느낌이
내 마음에 담겨 들었기 때문이다.
‘좋다!~죽어도 이 잔 만은 마신다!!!~’
이렇게 내 속생각을 정리했다. 김학대 그 친구로부터 소주 한 잔 권함을 받고,
그렇게 내 속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딱 0. 5초가 걸린 듯하다. 이왕이면 선뜻 다가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그 0. 5초의 시간이 지나면,
내게 술잔을 권한 김학대 그 친구의 마음에,
‘선뜻’
이라는 이미지가
담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고맙네. 이 한 잔은 마셔야지.”
내 입에는 소주 한 잔을 담았고,
내 가슴엔 감동을 담았다. 그리고 그 술잔은 빈 채로 그냥 남겼다.
와인을 마신 김학대 그 친구에게
소주를 권할 수도 없었고,
이미 잔이 차있는
와인 잔에 와인을 보탤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
오늘 이 글 한 편으로 써서, 내 마음의 잔에 담아 전한다.
-술 한 잔의 감동-
그래서 난 늘 술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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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문경중 13회~기 원섭
옮긴이: 문경중 13회~김 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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