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1) 사적 자치의 원칙이 사법을 규율하는 대원칙의 하나라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아니한다.주1) 사람은 자신의 법률관계를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형성할 수 있고, 역시 자기의 재산을 자기의 의사대로 처분할 수 있다. 그리고 자유로운 법률관계의 형성이나 재산처분에 대한 자유는 원칙적으로 생전이든 혹은 사망 직전이든 상관없이 인정되며, 사적 자치의 원칙은 생전처분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사인행위에 대하여도 얼마든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적 자치의 한 내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유언의 자유(Testierfreiheit)가 인정된다고 본다.주2) 비록 민법상 유언의 자유가 명문으로 천명되고 있지는 않으나, 유언의 자유는 민법의 대원칙으로 승인된 '사적 자치의 상속법적 각인'(erbrechtliche Ausprägung der Privatautonomie)이라고 할 수 있다.주3) 어쩌면 사적 자치의 원칙이 계약에서뿐만 아니라, 단독행위에도 적용된다고 하는 사실로부터 유언의 자유는 너무나 당연하게 인정될 수 있으므로, 굳이 유언의 자유를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주1)
심지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민법개정안에서는 「사람은 …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좇아 법률관계를 형성한다」(개정안 제1조의2)고 하여 사적 자치를 민법의 일반원칙으로 천명하는 규정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민법은 유언을 하도록 하는 계약, 혹은 이미 한 유언을 철회하거나 철회를 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계약은 무효라고 하는 규정(BGB §2302)을 통하여 유언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_ 유언의 자유를 제대로 관철하면 누구나 법정상속과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자기의 유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률행위자유의 원칙의 하나로서의 유언의 자유를 그대로 관철하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나 폐해가 야기될 수도 있다.주4) 그러므로 민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의 한 내용을 이루는 유언의 자유에 각종의 제한을 가하고 있고, 유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 물론 다소 내용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 어느 입법례이든 거의 예외없이 인정되고 있다. 민법상으로는 예를 들어 유언사항의 법정(민법 제859조 제2항, 제880조, 제931조, 제1012조, 제1074조, 제1093조 등), 유언의 엄격한 방식화(민법 제1060조 이하)와 같은 내용을 유언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서 들 수 있다. 주4)
_ 2) 물론 피상속인은 유산을 반드시 유족에게 남겨 주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유산처분의 자유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에 대한 유족의 자연적인 관심 혹은 적극적 청구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만일 피상속인이 '상속재산' 혹은 유산주5) 을 몽땅 타인에게 유증하거나, 혹은 가진 재산을 모두 학교나 자선단체에 출연하고 사망한다고 하면 경우에 따라서 생존배우자를 비롯하여 남은 친족의 생계가 크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피상속인의 유언자유와 유산에 대한 근친자의 이해관계 사이의 긴장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이 요구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 약간 내용상의 차이는 있지만 - 유류분제도를 통하여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주6) 민법은 본래 유류분에 관한 명백한 관습을 찾을 수 없다고 하는 이유로 유류분제도를 명문으로 입법하지 아니한 태도를 바꾸어 지난 1977년의 민법개정을 통하여 현재는 민법 제1112조 내지 제1118조에서 「유류분」을 규율하고 있다. 주5)
「상속재산」에 유사한 의미를 가진 용어로 「유산」이라고 하는 단어가 있으나, 엄밀하게 생각하면 전자는 상속인의 입장으로부터 본 관념이고, 후자는 피상속인의 입장으로부터 본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양자를 엄격하게 구별하지 아니하고 서로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역시 본 논문에서도 엄밀하게 구별하지 아니하고, 일반적으로 「상속재산」 혹은 「유신이라고 하는 용어를 피상속인에게 귀속되어 있는 재산 혹은 재산적 법률관계를 포괄적 일체로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어 독일 민법 제2303조 이하, 프랑스민법 제913조 이하, 스위스 민법 제470조 이하, 일본민법 1928조 이하 참조.
_ (3) 유류분제도가 시행된 이후 관련문제에 관한 논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또한 최근에는 판례도 다수 축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 동안 유류분제도에 관한 입법상의 흠결이나 문제에 대한 지적도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근본적으로 유언의 자유라고 하는 측면에서 유류분제도와 관련되는 논의를 제기하고자 하며, 특히 유언의 자유의 입장에서 볼 때 현행의 민법상의 유류분제도에 관한 규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1. 서 언 _ 유언은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보통 "사람이 사후를 위하여 남긴 말", "죽은 사람이 남긴 말" 혹은 간단히 "죽기 직전에 한 말"이라고 하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주7) 그러나 유언이라고 하는 의미를 제도적으로 이해하면 유언이란 "어떤 사람이 신분관계나 재산관계의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그 사후에 효력을 생기게 할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의하여 행하는 단독의 일신전속적 의사표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주8) 유언의 의미를 세분하여 살펴보면 (ⅰ) 유언은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고, (ⅱ) 유언은 요식행위이고, (ⅲ) 유언은 일신전속행위이고, (ⅳ) 유언은 사후행위이고, (ⅴ) 유언의 내용은 법정사항주9) 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유언은 유언자의 최종의 의사를 보장하고 존중하기 위한 제도로서 유언자의 최종의사를 확보하기 위하여 유언자는 자기가 한 유언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민법 제1108조). 주7)
우리말큰사전(학글학회 지음)에서는 유언을 「죽을 때에 부탁하여 남기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의 문헌을 보면 유언이란 「유언자의 사후에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목적으로 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며, 엄격한 요식성을 요하는 법률행위」(이경희, 가족법, 서울: 법원사 2004, 446면), 「유언자의 사망과 동시에 재산관계나 신분관계의 법정사항에 관하여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요식의 법률행위」(김용한, 친족상속법, 385면)라고 표현하고 있다.
_ 사람의 사회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재산상·신분상의 관계는 생존자가 처리하여야 하고, 사망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사람이 그 사후에 자기의 재산 혹은 근친자의 신분상의 사항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원한다고 하는 사실은 인지상정으로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언자가 어떤 유언을 남긴 경우, 그 자손이나 근친자가 유언자가 남긴 최종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 실현을 진정으로 도모한다고 하는 사실도 지당한 도덕적 요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언은 권리자의 생존 중에 소유권을 비롯한 재산권의 자유로운 관리와 처분이 인정되는 이상, 자기의 사후에 대하여도 남긴 재산의 자유처분을 당연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재산적 측면과 죽음에 임하여 나오는 유언은 일반적으로 사자의 진정한 진의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있고, 자손이나 근친자도 사자의 유지를 그대로 존중하고 순종하여 그 의사를 실현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는 정신적 측면, 두 근거에서 유언은 사회적으로 존중되고, 심지어 법률적 제도로까지 인정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주10) 주10)
2. 유언제도의 의의 _ 1) 유언은 사람이 생전에 한 최종의 의사에 법률효과를 인정하고, 사후에 그 실현을 피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유언은 상속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특히 사유재산제도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 유언제도가 실현될 수 있는 배경에는 사유재산제가 인정되는 동시에, 개인의사자치가 제대로 보장된다고 하는 사실이 불가결의 요건이 된다. 특히 근대 이후의 유언제도는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 허용되는 사회의 전개와 함께 비로소 존립하게 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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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유언의 본질은 사유재산의 사후처분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사망 후의 재산의 처분 내지 귀속에 관한 개인의 의사를 법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유언이고, 유언이야말로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의사를 사후에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이다. 유언제도가 법률제도로 존재하게 된 기초도 바로 사유재산제를 근거로 하여 개인의 재산을 생전이든 사후든 관계없이 자유로 처분할 수 있다고 하는 사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언제도는 근본적으로 재산의 사적 소유제도의 발전에 기하여 재산의 사후처분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는 사실에 의하여 성립·발전한 제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 _ 2) 물론 재산의 사후처분의 자유가 인정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유언에 사적 소유·법률행위의 자유에 의하여 지지되는 완전한 자유의사에 의한 재산처분의 사상, 즉 사적 소유·사적 자치의 측면이 강조되는가, 혹은 가족에게 재산을 남긴다고 하는 상속적 사상, 즉 가족적 측면이 강조되는가 하는 양자의 대립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 유언에서 사적 소유나 사적 자치의 측면이 강조되는가, 가족간의 상속적 측면이 강조되는가에 관한 해답에 대하여는 비교법적, 법제사적 연구로부터 시사를 얻을 수 있다. _ 유언제도가 가장 성황을 이룬 로마(공화정기) 혹은 영국(16세기 이후)에서는 유언은 주로 재산을 가족간에 확보하는 제도로서의 기능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주11) 유언제도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법에도 법정상속인이 존재하나, 유언상속이 보다 중시되고, 애초에 유언은 상속인의 지정이라고 하는 성격을 지닌다. 그러므로 로마에서는 「상속인의 지정은 유언의 기초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언은 상속인을 결정한다고 하는 사실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주12) 또한 단순한 재산의 배분의 수단에 불과하지 아니하며, 유언상속은 법정상속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기능까지를 한다. 로마에서는 유언상속과 법정상속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고, 예를 들어 「누구도 일부의 유산에 대하여 유언을 하고, 다른 한편 일부의 유산에 대하여는 유언을 하지 아니하고 사망할 수 없다」. 주11)
유언에 관한 간략한 역사는 Lange/Kuchinke, Lehrbuch des Erbrechts, 2.Aufl. (1978), Verlag C.H.Beck, S.222ff. 참조.
로마법은 철저한 유언상속주의를 관철하고 있다. 또한 로마법상의 유언은 가산유지의 목적을 가진 「가를 위한 견언」이라고 할 수 있다.
_ 게르만법에서는 유언제도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가 12세기 이후에 이르러 겨우 유언제도를 인정하게 된다. 살펴보면 독일에서는 12세기 말경, 프랑스에서는 13세기 중엽에야 비로소 유언제도가 등장하게 되나, 기독교적 사상에 기한 영혼의 구제를 위한 사인증여의 방법으로 주로 활용된다. 그러므로 게르만법에서는 유언이 일종의 유증의 집합으로서 발전하고, 로마법과 같은 상속인지정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 다만 독일법이나 프랑스법은 모두 게르만법을 계승하고 있지만, 독일법에서는 로마법의 계수 후 15세기 이후에는 약간 유언에 의한 상속인의 지정이 나타나고, 프랑스법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언으로부터 상속인의 지정이라고 하는 제도를 배제하고 있다. _ 영국법에서 유언제도가 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영국법은 13세기 이후 인적 재산에 대하여, 또한 16세기 이후 부동산에 대하여 유언처분이 각각 승인되고, 19세기에는 이미 완전한 유언의 자유(testamentary freedom)의 원칙이 확립되어 현재까지도 유언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_ 3) 현재 유언제도의 지위는 각 법률체계의 상이에 의하여 차이가 있고, 상속법적 성격이 강조되는가 아닌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법은 판텍텐법체계를 채택하여 법정상속에 관한 규정 후에 유언제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독일민법에서는 유언의 자유가 인정되어 피상속인의 의사는 법정상속에 우선하고, 피상속인은 유언에 의하여 임의로 상속인을 지정하고(BGB §§1937, 2087ff.), 법정상속인을 폐제할 수 있다(BGB §1983). 그러므로 독일민법상의 유언제도는 기본적으로 상속제도의 일환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법은 유언제도를 무상의 재산처분의 한 유형으로 규율하고 있고, 체계상으로도 재산취득편에서 생전증여와 함께 - 상속과는 별개의 편별로서 - 구성하여 유언제도를 상속으로부터 절리된 형태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민법에 의하면 유언처분은 단지 일정한 비율, 즉 피상속인의 가양분(quotité disponible)에 대하여만 처분할 수 있다. _ 민법상 유언제도는 독일법과 같이 법정상속에 관한 규정 후에 위치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 민법이 법정상속에 관한 규정 후에 유언을 두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아니하나, 추측컨대 판덱텐체계상 혹은 일본민법의 예에 따라서 유언에 관한 규정을 상속에 관한 규정 후에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유언제도가 상속에 관한 처분과 관련하여 의미를 가지고 역할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하는 판단으로부터 유언제도를 상속편 후에 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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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행민법이 유언제도로부터 가의 제도(예컨대 가독상속제도)를 배제하여 가산유지의 목적을 위한 "가를 위한 유언"으로부터 사유재산제도의 관념 아래 수익자의 이익을 위한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유언으로서의 "개인을 위한 유언"으로 전환되어 있다고 하는 의미에서 보면 유언이 완전하고 철저하게 상속과 관련되는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으로서의 기능만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3. 유언과 법정상속 _ 1) 유언이 어느 정도 상속과의 관련 아래 기능을 한다고 할 경우에 유언과 법정상속과의 관계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유언에 대한 지배적인 원칙으로서 유언자유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때, 유언과 법정상속과의 문제는 유언자유의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내용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유언과 법정상속과의 관계에 대하여는 크게 세 가지의 입장으로 대별하여 살펴볼 수 있다. _ 2) 우선 유언의 자유를 가장 엄격하고 철저하게 인정하는 이른바 유언상속주의의 입장을 들 수 있다. 유언상속주의의 입장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상속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법정유언은 단지 무유언의 경우에만 유언자의 의사추정에 기하여 정할 수 있다고 이해된다.주13) 절대적인 유언자유의 원칙을 승인한 예로서는 19세기 영국의 유언법을 들 수 있다.주14) 주13)
_ 다른 입장으로서 유언의 자유와 법정상속을 대립관계에 놓고, 유언자의 의사에 우선적 지위를 인정하는 예가 있을 수 있다. 유언과 법정상속의 대립구도에서 유언자의 의사가 우선하는 입장에서는 유언에 의하여 상속인의 지정이 된 때에는 법정상속인의 상속은 배제된다고 해석된다. 전형적인 예로서 로마의 상속제도를 들 수 있다. 역시 독일법도 유언과 법정상속이 대립하는 경우에 유언에 우월적 지위를 주는 예에 속한다고 보아도 좋다(독일법에서는 유언의 자유가 인정되고, 피상속인의 의사는 법정상속에 우선한다). 독일민법에서는 피상속인이 유언에 의하여 상속인을 지정할 수 있고, 또한 법정상속인을 폐제할 수도 있다(BCB §1927, 2087, 1938). 다만 유언에 의한 상속인의 지정 혹은 폐제에 의하여 상속으로부터 제외된 일정한 상속인에게는 일정재산액, 즉 의무분(Pflichtteil)을 지정상속인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 _ 유언제도는 인정하나, 유언처분에 의하여 법정상속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유언에 의한 법정상속의 변경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입장은 유언의 자유를 단지 일정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허용할 뿐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법이 유언의 자유를 단지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는 입법례에 속하며, 프랑스법에 의하면 유언에 의한 상속인의 지정 혹은 유언에 의한 폐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또한 유언처분은 피상속인의 가양분의 범위내에서만 가능하다. _ (3) 민법상의 유언제도가 세 가지 입장 중 어느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민법상 상속이나 상속재산과 관련되는 유언사항을 살펴보면 (ⅰ) 상속재산분할방식의 지정 또는 위탁(민법 제1012조 전단), (ⅱ) 상속재산분할금지(민법 제1012조|후단), (ⅲ) 유증(민법 제1074조 이하)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민법에서는 상속인은 법정되어 있고, 유언을 통하여 상속인을 지정하거나 법정상속인을 폐제할 수 없다. 결국 철저하고 완벽한 유언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정 혹은 상속인을 임의로 지정하거나 법정상속인을 폐제할 수 있는 정도로는 유언의 자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는 측면에서 생각할 때 민법의 태도는 우선 프랑스법의 입장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민법상으로도 피상속인은 유증을 통하여 유산을 자유로 처분할 수 있기는 하나, 유류분을 정하여 유언의 자유에 대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1. 서 언 _ 유류분이란 상속인에게 보장되는 피상속인의 재산의 일정비율 혹은 유산 중 피상속인이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일정한 상속인을 위하여 법률상 반드시 남겨두어야 할 일정한 부분을 가리킨다. 유류분은 상속인으로서 보면 상속인에게 취득이 법률상 보장되는 피상속인의 재산 중 일정액이라고 하는 의미로 이해되고, 피상속인으로서 보면 피상속인이 상속재산 중 일정한 상속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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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남겨 두어야 한 일정한 재산이라고 하는 의미로 설명할 수 있다. _ 유류분제도에 따른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생전처분에 의하여도, 사후처분에 의하여도 침해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유류분제도는 누구나 자기의 재산을 자기의 의사에 따라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고 하는 사상과 가급적이면 가산을 혈족간에 유지하려는 사상과의 타협에 의하여 성립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주15) 흔히 유언을 통하여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유족에 대하여 유산에 대한 일정한 최소액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의 유류분제도는 법정상속과 유언상속의 기본원칙간의 조화를 피하고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 유언제도의 발달의 추이가 가산유지의 목적을 갖는 "가를 위한 유언"으로부터 사유재산제도의 관념 아래 수익자의 이익을 위한 근대적 유언으로서의 "개인을 위한 유언"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보면 유류분제도에 의한 유증의 자유의 제한은 유언제도의 진보적 추이에서 중간적 위치 혹은 과도적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주15)
2. 유류분제도의 연혁 _ 1)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개인재산처분의 자유를 본질로 하는 사유재산제도의 이상과 서로 대립하는 제도로서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는 그 연혁으로부터 개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의 입법례는 영미법계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광의의 유류분제도를 채용하고 있다. 본래 유류분제도는 대륙법에서 유래하나, 상속제도의 역사적 구조의 차이로부터 크게 로마형 유류분제도, 게르만형 유류분제도로 대별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로마법을 계수한 독일법형과 게르만법을 계수한 프랑스법형으로 발전되어 있다. _ 2) 로마법에서의 유류분제도는 필연상속제(Noterbrecht)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연상속제는 다시 형식적 필연상속제와 실질적필연상속제로 구분된다.주16) 로마법의 형식적 필연상속제에 의하면 근친의 유족(특히 남자인 자 혹은 손자와 같은 가내상속인)과 같은 필연상속인주17) 에 대하여는 피상속인이 상속인으로 지정하거나 혹은 명시적으로 폐제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후에는 피상속인이 근친의 이익을 무시하는 유언의 남용이 야기되고, 유언으로부터 상속인의 지정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 각종의 사후처분 및 증여나 가자공여와 같은 생전처분이 제도화된 결과 가산이 상속인 이외의 제3자에게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생기게 되고, 무유언상속인과 지정상속인과의 사이의 쟁송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최근친에게는 무유언상속분의 일부를 의무분(Pflichtteil)으로서 확보시키는 실질적 필연상속제가 발생하게 된다. 실질적 필연상속제 아래에서는 유언에 의하여 최근친이 상속으로부터 폐제되면 불륜유언의 소(querela inofficiosi testamenti)를 통하여 유언은 그 전부가 아니라 상속인지정에 관한 부분만이 최소(umstossen)되고, 의무분과 무유언상속분을 취득하게 된다.주18) 불륜유언의 소는 취소의 소와 유산인도의 소로 구성되며, 의무분권자가 아주 소액만을 출연한 경우에는 의무분보충의 소(actio suppletoria)가 허용되기도 한다. 주16)
의무분(portio debita)은 처음 법정상속분의 1/4이 인정되다가 유스터니아누스황제에 와서는 1/3까지 인정되게 된다.
_ 로마법을 따른 대표적인 예로서는 독일법을 들 수 있다.주19) 독일민법상의 의무분제도는 독일보통법-프로이센법-독일민법(BGB)의 제정 이전에서의 심각한 논쟁을 거쳐 성립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민법에서는 상속인의 지정제도가 인정되고(BGB §§1937, 1941), 타인을 상속인으로 지정한 때에는 유산상속으로부터 추정상속인은 배제되며, 최근친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법정상속분의 대상으로서 일정의 재산액이 의무분으로서 부여된다. 의무분제도에 의하여 의무분권자는 지정상속인에 대하여 의무분액을 금전으로 보상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나, 그 의무분청구권은 상속인에 대한 일종의 유산채권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주19)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랜드, 스웨덴, 핀란드도 역시 독일과 같은 의무분체계를 취하고 있다.
_ 3) 게르만법에서는 가산의 비양도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본래 유언 기타 자유상속(gewillkürtes Erbrecht)을 인정하지 아니하다가 후에 상속계약(상속인 지정계약)과 유언이 허용되게 된다. 게르만법에서도 로마법과 교회법의 영향을 받아 가부의 생전처분의 자유와 사후처분의 자유가 인정되게 되나, 피상속인의 처분은 가산의 일정부분, 즉 자유분(Freiteil)에 대하여만 허용된다. 그리고, 자유분에 속하지 않는 잔여분은 기대권을 가지는 상속인, 일반적으로 아들, 아들이 없으면 딸 혹은 가공동체의 구성원에게 귀속된다. 자유분의 액은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나, 보통 가산을 가공동체의 총구성원의 인원수에 따라서 균분하는 방법, 가산 혹은 어떤 재물의 고정부분(예컨대 1/2, 2/3, 1/5, 1/10등)을 정하는 방법이 적용된다. 만일 피상속인이 상속인의 기대권에 반하는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 어떤 효력이 생기는가는 반드시 분명하지는 아니하나, 일반적으로 무효로 하는 경우도 있고, 가부가 가산분할을 받은 자에게 그 소득분을 인도하지 아니하고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그 양도는 무효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주20) 주20)
제3자의 피상속인에 대한 채권은 상속인의 기대권에 우선한다. 그러므로 피상속인이 그 동산을 가지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때에는 상속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승계재산, 즉 가산을 이행에 갈음하여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거나, 타인에게 매각하여 그 대금을 가지고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
_ 게르만형 유류분제도는 대표적으로 프랑스민법, 스위스민법이 채용하고 있다. 프랑스민법 이전의 상속법을 살펴보면 로마법이 지배하는 성문법지방에서는 유언상속이 허용되며, 무유언상속은 그 보충으로서만 역할을 하고, 한편 관습법지방에서는 게르만법적 기대권에 의한 무유언혈족상속이 지배적이며, 가산의 유지를 위하여 유언처분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민법은 상속재산을 법정분과 자유분으로 구분하고, 피상속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처분임의분(portion do biens disponibles), 즉 자유분이 미리 정하여져 있다(Code civil §§913-919).주21) 상속재산 중 피상속인이 자유로 처분할 수 있는 자유분을 제외한 재산이 유류분(réserve héréditaire)이고,주22) 프랑스민법상의 유류분은 상속분의 일부로 이해되며 역시 유류분권은 상속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스위스민법에서는 피상속인은 종의처분 혹은 상속계약에 의하여 그 재산을 처분자유의 범위 내에서 전부 혹은 일부를 처분할 수 있고, 피상속인이 처분하지 않은 부분은 법정상속인에게 귀속한다(ZGB §481). 주21)
유류분권자인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의 처분임의분은 자녀가 1인이면 l/2, 자녀가 2인이면 1/3, 자녀가 3인 이상이면 1/4이며, 직계비속이 없고 직계존속만 있는 경우의 처분임의분은 부계·모계의 쌍방에 1인 이상의 직계존속이 있는 때에는 l/2, 부계·모계의 어느 일방에만 1인 이상의 직계존속이 있는 때에는 3/4이다.
직계비속이 유류분권자인 경우의 유류분은 자녀가 1인이면 1/2, 자녀가 2인이면 2/3, 자녀가 3인 이상이면 3/4이고, 직계존속만 있는 경우의 유류분은 부계 모계의 쌍방에 1인 이상의 직계존속이 있는 때에는 l/2, 부계 모계의 어느 일방에만 1인 이상의 직계존속이 있는 때에는 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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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류분제도와 관련한 입법주의 1)유언자유주의 _ 유언자유주의(혹은 유산처분자유주의)는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전부를 유증 기타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고 보는 태도이다. 예를 들어 영국법은 피상속인의 무제한적 유언자유를 허용하고 있고, 근친을 위한 의무분권 내지 유류분권을 인정하지 아니한다.주23) 유언자유주의 아래에서는 피상속인이 원칙적으로 자기의 전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주23)
기본적으로 이슬라엘법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2)유산처분금지주의 _ 유산처분금지주의는 피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재산의 전부를 상속인에게 취득시키는 태도이다. 근대사법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서의 개인의사존중의 원칙, 사유재산존중의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 법률행위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유산처분금지주의는 현대사회에서는 별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유산처분제한주의 (1)서 설 _ 유언처분제한주의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처분의 자유 내지 유언의 자유를 상속인의 유류분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인정하는 태도이다. 유언처분제한주의는 유산처분의 자유를 전적으로 제한할 수 없으나, 피상속인에게 상속재산처분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인정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가족 내에 부양하여야 할 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재산을 제3자에게 증여 또는 유증한다고 하면 부양을 받아야 하는 친족이나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일시에 경제적 곤란에 빠지게 되고, 제3자는 졸지에 안락한 생활을 누리게 되는 결과가 생긴다. 그러므로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상속인의 이익을 위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피상속인의 유산처분자유를 제한하는 입장에는 피상속인이 유산 중에서 반드시 근친자에게 남겨 주어야 할 일정한 비율액을 정하는 방법(의무분주의)과 유언에 의하여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액을 미리 정하는 방법(자유분주의)이 대립한다.
(2)의무분주의 _ 의무분주의란 피상속인이 친족에게 남겨 주어야 할 재산액의 비율을 미리 정하여 두는 제도이다. 의무분주의에서는 상속인인 의무분권리자에게 주어진 상속분이 의무분에 미달하는 때에는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하여 그 미달한 가액을 청구할 수 있다. 의무분의 사상은 본래 로마법에 그 뿌리가 있다. 독일민법상의 의무분권은 게르만법에서 싹튼 필연상속제를 계승하지 아니하고, 로마법상의 의무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주24) 주24)
의무분주의는 독일 이외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랜드 스웨덴, 핀란드가 채택하고 있다.
(3)자유분주의 _ 자유분주의란 피상속인이 증여나 유증을 통하여 처분할 수 있는 일정한 비율(quotité disponible)의 재산을 미리 정하여 두고, 상속의 개시와 함께 재산의 나머지 액(réserve)이 유류분권자(hérétiers réservataires)에게 진정한 상속분으로 귀속하는 제도이다. 자유분주의 아래에서는 만일 피상속인이 자유분으로 인정되는 재산액보다 많은 재산을 처분하면 침해를 받은 가족구성원의 청구에 의하여 감쇄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다만 감쇄청구의 소를 제기할 때까지는 일응 피상속인의 처분은 유효하다. 필연상속제에 기초한 프랑스법이 자유분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주25) 주25)
프랑스 이외에 예를 들면 벨기에, 이탈리아, 네델란드, 포르투갈, 스위스가 자유분주의를 취하고 있다.
4. 유류분제도의 장단 1)유류분제도의 필요성 내지 존재이유 (1)이념적 근거 _ 본래 상속재산은 적전으로 피상속인 개인에게만 속하는 재산이라고 볼 수는 없고, 본질적으로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하는 유족 전체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주26) 그러므로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의 일부는 당연히 각 상속인에게 귀속되어야 하며, 역시 각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부를 취득할 불가침적인 권리가 예컨대 유류분권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태도가 자연법적인 요구에 합치한다고 본다. 주26)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 민법 제4편 친족, 제5편 상속 개정안 및 이유서(1974), 69면 참조.
(2)실제적 근거 _ 만일 피상속인에게 절대적인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고 사후의 재산처분을 유언자의 자의에 일임하게 되면 사회나 국가가 피상속인의 불합리한 유언으로 인하여 해악을 입게 되고, 사회의 법적 안정성마저 저해될 염려가 있다고 본다.주27) 예를 들어 피상속인의 자의적인 유증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으로부터 부양을 받고 있던 가족의 일원이 상속에서 제외된다고 하면 그 요부양가족은 다른 친족이나 국가·사회의 제도에 의한 구조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주28) 특히 생활무능력자로서 국가적·사회적 구호가 요구되나, 필요한 구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태가 된다고 하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졸지에 생계를 지탱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상속인의 일원은 항상 피상속인이 남긴 일정한 자산으로서 피상속인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유류분제도를 두고 각 상속인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태도가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이익에도 합치한다고 본다.주29) 주27)
김용한 친족상속법, 429면은 "부양가족을 거리로 내모는 사회적 폐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역시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 민법 제4편 친족, 제5편 상속 개정안 및 이유서(1974), 69면에서도 유류분제도가 필요한 이유로서 "피상속인의 무사려한 유증으로 인한 재산의 방산은 사후의 부양가족을 노두에 방황케 함으로써 사회적 병폐"를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도의적 근거 _ 사람은 보통 죽음에 임한 경우에 자나 배우자를 비롯하여 가까운 근친의 장래의 경제생활에 대한 배려를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만일 자기가 죽기 직전에 평생 모은 재산을 상속인 중 어느 일방에게 증여 또는 유증한다고 하면, 혹은 심지어 전혀 관계가 없는 남에게 전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증하고 세상을 떠난다고 하면 다른 상속인이나 남은 가족을 생각할 때 자연뿐적 인정에 배치되고, 또한 가족의 화합과 단결을 파괴한다고 볼 수 있다.주30) 특히 피상속인이 부양하여야 하는 가족 내의 근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재산을 타인에게 증여·유증하여 피상속인의 사망과 함께 요부양의 위치에 있는 친족이 생계를 걱정하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고 하면 피상속인의 자유로운 재산처분은 비도의적이며 인륜에까지 반한다고 본다.주31) 주30)
2)유류분제도의 단점 (1)사유재산제의 위반 _ 유류분제도의 단점을 지적하는 입장에서는 유류분이 소유권의 중요한 기능인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로서 거래의 안전을 해친다고 본다. 사유재산제의 취지상 권리자는 누구나 당연한 이치로서 생존중에는 물론 사후를 위하여도 자기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며, 만일 유류분을 이유로 유언의 자유 혹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태도는 사유재산제를 침해한다고 본다.
(2)유족의 안일과 나태의 조장 _ 만일 유류분제도를 통하여 상속인에게 무조건 일정한 재산을 보장한다고 하면 자손의 안일과 나태를 조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주32)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일정한 재산의 승계를 기대하고, 그 상속재산에만 의존하여 생활할 생각을 하게 한다고 하면 자손으로 하여금 독립생활의 정신을 이완시키며, 그 결과는 사회경제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주32)
(3)직업의 집중의 파괴 _ 유언의 자유를 유류분에 의하여 제한하면 농업이나 수공업, 상업을 하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 그 직업이 더 이상 존속되지 못하고 파괴되게 되나, 만일 유언에 의하여 상속인의 어느 1인에게 유산을 집중시키면 그 직업이 파괴되지 아니하여 사회적으로 유익하다고 본다. 그리고 유언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유산을 받은 상속인이 존속, 배우자, 형제자매를 부양하면 된다고 한다.
(4)가족 내에서 부권의 약화 _ 유언의 완벽한 자유는 가족 내에서 부권의 강화에 기여한다고 본다. 자가 나태하거나 악행을 행하면 피상속인으로서의 부가 재산을 그 자에게 상속시키지 아니하고, 다른 자나 기타 타인·사회단체에 증여·유증하여 자기는 부로부터 유언에 의하여 상속에서 제외된다고 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에 대한 공손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한다.
1. 서 언 _ 민법은 제정 당시에는 유류분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가 유류분과 관련한 규정을 거의 모든 입법례가 두고 있는 대륙법적 전통에 따라서 그 후 1977년부터 유류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주33) 주34) 다만 민법상의 유류분제도에 관한 규정은 7개의 조항에 불과하여 유류분과 관련한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주35) 장차 판례나 학설을 통하여 그 공백이 충족되어야 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양한 검토를 통한 지속적인 민법개정에 의하여 그 흠결이 보충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주33)
일본민법은 유류분에 관하여 모두 17개의 조항(일본민법 제1028조 내지 제1044조)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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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법상 유류분제도의 성격 _ 일반적으로 민법상의 유류분제도는 프랑스의 유류분제도의 유형에 속한다고 평가되고 있다.주36) 그러나 엄밀하게 살펴보면 민법상의 유류분제도는 프랑스의 유류분제도를 그대로 순수하게 따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민법에서는 한편 피상속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재산이 구분되어 있지도 않고, 다른 한편 자유로 자기소유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비율이 미리 정하여져 있지도 않다고 하는 특징이 있다. 민법상 상속개시의 이전에는 피상속인은 우선 재산을 얼마든지 자유로 처분할 수 있고, 비록 피상속인의 생전의 재산처분이 상속개시로 유류분을 침해한다고 하는 사실이 분명하더라도 유류분을 가지는 추정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는 생전의 재산처분행위를 구속할 수 없다. 주36)
3. 민법상 유류분제도의 내용 및 검토 1)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 (1)서 설 _ 민법은 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에 관하여 (ⅰ) 직계비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1/2, (ⅱ)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1/2, (ⅲ) 직계존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1/3, (ⅳ)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1/3로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112조). 누가 유류분권을 가지는가, 구체적으로 유류분을 얼마로 하는가는 입법례마다 차이가 있다.
(2)유류분권자 _ 유류분권자를 보면 예를 들어 프랑스민법은 직계비속과 직계존속만이 유류분권자이고, 배우자는 포함되지 아니한다(Code civil §913). 그리고 독일민법에서는 자, 부모, 배우자가 유류분권자이고, 형제자매는 포함되지 아니한다(BGB §2303). 역시 일본민법에서도 형제자매는 유류분권이 없다(일본민법 제1028조). 민법상으로는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를 유류분권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할 때 형제자매까지 유류분권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이 특이하다. _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주37) 에게는 일반적으로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례가 많다.주38) 실제로 형제자매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입법례로서는 스위스민법(ZGB §§470, 471)과 중화민국민법을 들 수 있는 정도이다. 민법상 형제자매가 수인인 때에는 동순위로 유류분권자가 되고, 다만 동일호적이나 부양 여부에 따른 차별도 없다. 그러나 동일호적 내에 있지 않은 형제자매 혹은 피상속인으로부터 부양을 받지 아니하는 형제자매에 대하여까지 유류분을 인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관하여는 앞으로 검토가 요망된다고 본다. 주37)
일반적으로 형제자매란 부계의 방계혈족을 의미한다(대법원 1975.1.14. 선고 74다1503 판결). 남·여, 기혼·미혼, 호적의 동일 여부, 자연혈족· 법정혈족, 동복·이복의 여부를 묻지 않고 부계의 방계혈족을 형제자매로 본다.
_ 될 수 있는 한 유언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고 하는 측면에서 보면 유류분권자를 '직계비속', '직계존속'이라고 한 표현도 그 범위가 너무 넓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경우에 따라서 직계비속에는 손자도 포함될 수 있고, 직계존속에는 조부도 포함될 수 있으나, 유류분제도의 본래의 의의를 생각할 때 자녀나 부모를 제외한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에 대하여 까지 유류분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역시 유류분에 대하여 대습상속에 관한 민법 제1001조를 준용하는 규정(민법 제1118조)도 문제가 있다. 가령 부가 처에게 전재산을 유증한 경우에 손자가 대습상속인으로서 그 처에게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 태도는 너무 개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법감정에도 일치하지 아니한다고 생각된다.
(3)유류분 _ 유류분의 비율에 대하여 보만 역시 입법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민법은 자가 1인인 때에는 전재산의 1/2, 자가 2인이면 2/3, 자가 3인 이상이면 3/4이 유류분에 해당한다(Code civil §913). 그리고 독일민법에서는 유류분권자가 모두 차이없이 법정상속분의 1/2에 대하여 유류분권을 가진다. 일본민법은 직계비속·배우자에 대하여는 각각 그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에 대하여는 1/3을 인정하고 있다(일본민법 제1028조). 민법은 일본민법에 따라서 직계비속·배우자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를 법정상속분의 1/3로 규정하고 있다(민법 §1112). 그러나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별론으로 하고, 직계존속의 유류분의 비율을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와 달리 법정상속분의 1/3로 하는 태도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며, 장차 검토가 요구된다.
2)유류분의 산정 _ 유류분은 각 유류분권자의 구체적인 유류분액으로 산정하지 않으면 실제적인 의의를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유류분액을 산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산정의 기초가 되는 피상속인의 재산액을 확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산정된 기초재산액에 유류분권자의 유류분의 비율을 곱하여 유류분액을 산정한다. _ 유류분산정의 기초가 되는 피상속인의 재산은 (ⅰ) 상속개시시 피상속인이 가진 재산의 가액에, (ⅱ) 피상속인이 생전에 한 일정한 증여의 가액을 더하고, (ⅲ) 그 총액으로부터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산정한다(민법 제1113조).주39) 유류분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은 상속인 이외의 자에 대하여 한 증여·유증이 포함된다고 하는 측면에서 상속분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보다 많고, 상속채무를 공제한다고 하는 측면에서는 상속분산정의 기초재산보다 적다고 할 수 있다. 주39)
민법상의 유류분산정에 관한 규정은 일본민법 제1029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_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이란 상속재산 중의 일체의 적극재산을 가리킨다.주40) 유증된 재산도 가산의 대상이 되고, 사인증여의 경우에는 유증의 규정이 준용될 뿐만 아니라 그 실제적 기능도 유증과 달리 볼 필요가 없으므로 유증과 같이 본다.주41) 다만 일신전속권은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재산이므로 제외된다, 주40)
_ 유류분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은 상속개시시에 피상속인이 가진 재산이지만, 피상속인의 생전증여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하면 유류분제도를 무력화 시킬 우려가 있고, 또한 증여를 받은 상속인과 증여를 받지 아니한 상속인사이의 균형이 깨질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유류분제도의 취지에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증여도 유류분의 기초재산의 산정에 산입할 필요가 있다. 민법은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증여에 한하여 그 가격을 유류분의 산정을 위한 재산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다만 유류분을 침해한다고 하는 사실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의 증여도 산정에 포함시키고 있다(민법 제1114조). 민법 제11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손해를 가한다는 사실을 안다(악의)고 하는 의미가 문제되나, 손해를 가할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고, 가해의 의사 혹은 가해목적, 즉 해의까지 있어야 하지는 아니한다고 본다.주42) 그리고 비록 증여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고 유상행위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부당한 대가만을 취할 뿐이고, 당사자 쌍방이 악의라고 하면 실질적으로 증여에 유사하여 그 시기에 관계없이 증여로 볼 필요도 있다.주43) 주42)
일본민법 제1039조에는 명문규정이 있다. 민법에는 명문규정이 없으나 마찬가지로 새겨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곽윤직, 상속법, 458면).
_ 공제되어야 할 채무란 상속채무 자체를 가리키고, 사법상의 채무뿐만 아니라 공조공과·벌금과 같은 공법상의 채무도 해당한다. 총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이 유류분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이 되나, 채무가 많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이 전혀 없거나 심지어 부족한 경우도 생기고, 적극재산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유류분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이 0(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되므로, 유류분액도 0 혹은 마이너스가 되어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3)유류분의 보전 (1)서 설 _ 유류분권자가 상속에 의하여 얻은 순재산액이 법정의 유류분액에 미달하는 때에는 그 유류분을 침해한 경우가 된다. 유류분이 침해되면 그 침해된 부분에 대하여만 피상속인이 한 증여나 유증의 효력이 상실되고, 유류분권자는 그 한도액의 재산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115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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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권은 구체적·파생적인 반환청구권으로 구현되고 있다. 민법은 유류분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유류분을 침해한 증여나 유증을 당연무효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유류분권자에게 반환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2)유류분침해행위의 효력 _ 유류분침해행위의 효력으로는 무효로 보는 입장과 단지 침해한 부분에 대한 반환청구만을 인정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유류분침해행위가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서양속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민법 제1115조는 민법 제103조의 특별규정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115조만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주44) 그러므로 민법상으로는 유류분의 침해행위가 있다고 하여 증여나 유증과 같은 유류분침해행위가 당연히 무효로 되지는 아니하고, 다만 유류분권자에게 반환청구가 인정될 뿐이라고 본다. 주44)
(3)유류분반환청구권의 법적 성질 _ 민법은 유류분의 보전과 관련하여 유류분권자가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115조 제1항), 혹은 「반환의 청구권」(민법 제1117조)이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수증자나 수유자에 대한 재산인도청구권 혹은 이행거절권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에는 상대방의 승낙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법률상 당연히 반환의 효력이 생긴다고 하는 의미에서 일종의 형성권이라고 볼 수도 있다. _ 학설상으로 보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형성권설과 청구권설이 대립한다. 형성권설은 민법상의 유류분제도가 프랑스법형을 따르고 있고, 유류분제도 자체가 오직 유류분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인정된다고 하는 사실을 생각할 때 형성권으로 보는 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주45) 청구권설은 민법이 물권변동에 관하여 대항요건주의가 아니라 성립요건주의를 취하고 있는 이상 형성권설은 이론상으로 모순이 될 뿐만 아니라,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주46) 주45)
_ 아직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확고한 판례가 보이지 않다. 민법이 물권변동에 관한 성립요건주의를 취하고 있고, 또한 일본민법 제1031조에서는 유증 및 증여의 '감살'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민법은 일본민법과 달리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그 구성이 다르다. 그러므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성질을 반드시 일본민법의 해석에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법규정의 표현대로 순수한 채권적 청구권이라고 해석하는 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 결국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의 보전을 위하여 수증자나 수유자에 대하여 행한 재산의 인도청구권 또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유증이나 증여의 이행거절권로 이해되고, 이미 행하여진 증여 또는 유증 그 자체가 당연히 효력을 잃지는 아니한다.
4)유류분반환의 순서 _ 반환을 하여야 할 증여 및 유증이 수개인 경우에 관하여 민법은 유류분반환의 순서를 정하고 있다. 민법 제1116조에 의하여 (ⅰ) 우선 유증을 반환받아야 하고, (ⅱ) 유증을 반환받고도 유류분에 달하지 아니한 때에 비로소 증여를 반환받을 수 있다. 민법은 거래의 안전을 고려하여 가장 최근의 유류분침해행위로부터 반환을 받도록 하기 위하여 유증-증여의 순서로 반환을 인정하고 있다(유증은 가장 최근의 처분이며, 증여는 항상 유증보다 오래된 처분으로 본다). _ 민법은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얻은 가액에 비례하여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115조 제2항). 수개의 유증의 경우에는 그 효력발생의 동시성으로부터 선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민법 제1115조 제2항이 정한 그 가액의 비례에 따른 반환을 쉽게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의 안전을 고려할 때 시기가 다른 수개의 증여가 있다고 하면 상속개시시에 가까운 증여로부터 먼저 반환을 받아야 하고, 순차로 앞의 증여에 미친다고 보는 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주47) 물론 동시에 이루어진 수개의 증여가 있으면 수개의 유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액의 비례에 따른 반환이 인정된다. 주47)
입법례로서 일본민법 제1031조 참조.
5)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 (1)1년의 단기소멸시효 _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권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민법 제1117조 전단). 유류분반환청구는 피상속인의 생전처분의 경우에도 그 효력을 잃게 하므로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민법은 1년이란 단기간에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소멸시키려고 하고 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의 기산점이 문제되나, 민법 제1117조의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라는 의미는 단순히 피상속인의 증여 또는 유증의 사실을 안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증여 또는 유증이 반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 때를 말한다고 해석된다.주48) 주48)
(2)10년의 시효기간 _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소멸한다(민법 제1117조 후단). 10년의 기간이 시효기간인지 제척기간인지가 문제된다. 형성권설은 1년은 시효기간이나 10년은 제척기간으로 보고,주49) 청구권설은 1년이나 10년을 모두 시효기간으로 본다.주50)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성질을 일종의 순수한 채권적 청구권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볼 때 1년이나 10년의 행사기간은 모두 소멸시효기간이라고 이해된다. 주49)
_ 유언의 자유는 상속법에서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적 법원리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언의 자유를 통하여 피상속인이 자기의 재산을 개인의사에 의하여 처분할 수 있는 개인재산처분의 자유가 보장된다. 사유재산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하여 생전이든 사후를 위하여든 자기의 재산을 자유로 처분할 수 있다고 볼 때 유산의 처리에 관한 자유가 인정된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_ 물론 입법례에 따라서 유언의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언으로 상속인을 지정할 수 있는 유언상속제도까지를 인정한다고 하면 보다 넓게 유언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민법은 상속제도의 근간으로서 법정상속제도를 채택하고 있을 뿐이고, 유언상속을 인정하지 아니하여 그 만큼 유언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제한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_ 민법상 피상속인은 생전이나 사후를 위하여나 자기의 재산을 아무런 제한없이 처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선 피상속인에게 재산처분의 자유, 특히 사후처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은 유류분제도를 도입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자유에 제동을 걸고 있다. 유류분제도를 통하여 피상속인의 생전·사후의 처분행위에도 불구하고 피상속인의 재산 중 법정의 비율에 상당하는 가액의 범위에서는 법정상속인의 상속권이 보장될 수 있다. 민법은 가족생활의 안전,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와 같은 이유로 유류분제도를 통하여 개인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나, 자유주의·개인주의에 입각한 현대사회의 전개와 함께 각 개인에게 더 광범한 재산의 형성과 처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현행의 유류분제도는 완벽한 유언의 자유로 가는 과도적 제도라고 보며, 민법상의 유류분제도의 해석에서도 가능한 한 유언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입장에 서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