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탕 여행5 - 시탕구전을 걸어서 화려한 야경을 구경하고는 석피롱을 보다!
2023년 10월 29일 저우좡(周庄 주장 ) 에서 시탕(西塘 서당) 에 도착해 호텔 체크인후
정문인 남문으로 들어가는데 시탕구전(西塘古镇 서당고진) 은 절강성(浙江省)
에 속하며, 오월(吴越) 문화의 발상지 중의 하나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입니다.
호수를 보고는 운하를 건너 서쪽길인 탑만가로 걸어서 연우장랑(烟雨長廊)을 보고는 홍예교 다리로
운하를 건너 오른쪽에 도착해 즙가농 (汁家弄) 좁은 골목길을 구경하고 위쪽으로 올라갑니다.
남북으로 흐르는 운하와 동서로 흐르는 운하가 만나는 곳으로 광장에 청동 조각상이 멋진데... 明靑食代
(명청식대) 식당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3 에서 톰크루즈가 부인 줄리아와 식사를 한 곳인가 봅니다?
그러고는 밀가루와 소고기를 사러 후문(북문)을 나가니 대로변이고 대로를 건너니 여긴 구전(고진)
이 아니고 일반 주택가인데, 정육점을 물으니 저 뒤쪽으로 가라기에 골목길로 들어가서는
찾지 못해 물으니.... 또 오른쪽으로 가라기에 걸어서 큰 도로로 나와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며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서는 드디어 漢牛肉(한우육) 과 羊肉(양육)이라 쓴 정육점을 발견합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평생 외국 관광객은 처음 만나는 눈치라서 그런지 우릴 신기해 하는데
소고기를 사러 왔다니까 한 덩어리를 썰어서 주는 저울에 달더니 24위안이랍니다?
그러고는 나와 다시 밀가루를 파는 슈퍼를 찾아서 몇군데나 헤메다가 드디어 발견해 한 봉지를
집어드니 8위안이고...... 마침 콩나물이 보여 1위안어치를 사는데 양이 어마어마 합니다.
다시 구전(고진)에 돌아와서는 후문(북문)으로 들어와 오른쪽에 운하를 끼고 밤이 되어
어두워진 운하변의 거리를 걷는데.... 가게들이 모두 불을 켜서 휘황찬란 합니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바람에 흔들리니 왠지 모를 쓸쓸한 기분 마저 드는데... 문득 이준식 성균관대
교수가 동아일보 ‘이준식의 한시 한 수’ 에 쓴 “결연한 결별” 이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산 위의 눈처럼 고결하고, 구름 사이 달처럼 밝아야 하거늘.
당신이 두 마음을 품었다기에, 결별을 고하러 찾아왔소.
오늘은 술잔 놓고 마주하지만, 내일 아침엔 작별하려 저 도랑가에 있겠지요.
도랑가 주춤주춤 배회할 때면, 도랑물도 동으로 흘러가 버릴 테지요.
처량하고 또 처량한 이 마음, 시집가선 절대 울지 말아야 하는 것을.
일편단심 곧은 사람 만나, 백발 되도록 안 헤어지길 바랐었건만.
댓줄기는 바람에 쉬 일렁이고, 물고기 꼬리는 물결에 마냥 하늘대지요.
남자라면 의리를 중시하거늘, 왜 재물에 마음이 움직였나요?
(皚如山上雪, 皎若雲間月. 聞君有兩意, 故來相決絕. 今日斗酒會, 明旦溝水頭. 躞蹀御溝上,
溝水東西流. 凄凄復凄凄, 嫁娶不須啼. 願得一心人, 白頭不相離. 竹竿何裊裊,
魚尾何簁簁. 男兒重意氣, 何用錢刀為.) ― ‘백발의 노래 ’(백두음·白頭吟)’ 한대 민가
상대의 변심에 대응하는 여자의 결별 의지가 결연하다. 백년해로의 꿈이 사라진 마당에 울며불며
매달리고 싶진 않다. 오늘밤을 끝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각자의 길을 가자는 서러운 호소를 내뱉는다.
쉬 흔들리는 대나무 줄기나 물고기 꼬리처럼 금전의 꾐에 넘어간 남자를 향해 야멸찬 원망을
퍼붓는건 민요에서나 있을 법한 카타르시스. 여자의 지위가 미약한 봉건사회였지만
억눌린 심사를 담은 약자의 노래는 바람을 타고 입에서 입으로 거침없이 퍼져갔을 것이다.
첫 두 구절은 일견 시의 내용과 무관해 보이지만 시 서두에 비유를 사용하여 주제를 함축하는
기법은 중국 민가의 오랜 전통. ‘모름지기 애정은 순결하고 밝아야 한다’ 는 메시지를 암시한다.
혹 남자의 배신과 대비되는 여자의 정절(貞節)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한다. ‘백발의 노래’는 백년해로의
염원을 응집한 민중의 소리이지만, 같은 시제로 세월무상, 사회적 소외 등을 담은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러고는 다시 운하를 걸어서 불빛 속에서 흘러다니는 관관객과 가게와 식당들을 구경하다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에 문득 김현수 뉴욕특파원이 동아일보에 쓴 글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줄었지만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니하오(好·중국어로 안녕하세요)’ 하며
중국인인지일본인인지 묻는 서양인이 꽤 있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법도 하지만 우리는 정색하고 정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 엠 코리안.”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발언 후폭풍이 거센 것은 복잡한 국제 정세를 떠나 국민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지만 감정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5000년 동안 우리를 침략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이웃
나라들을 상대하면서 “위 아 코리안” 이라고 당당히 외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워 왔다.
지난해 찾은 미국 워싱턴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도 어쩌면 “우리는 조선 사람” 이라며 몸부림친 흔적이다.
조선 정부가 1889년 워싱턴 금싸라기 땅 건물을 구입해 이전한 곳이다. 1887년 고종이 주미
공사를 파견하려 하자 청나라는 ‘속국 조선이 단독으로 외교 공관을 설치할수 없다’ 며 거세게 반대했다.
고종은 미국과 직접 교류할 때는 청나라 관리를 대동하거나 보고하기로 약속하고 나서야 초대
공사 박정양을 파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한 박정양은 호기롭게 청나라
공사를 건너뛰고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에게 고종의 국서를 전달했다.
자주 외교 꿈을 키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1905년 외교권을 빼앗기며 꿈은 사라지고 만다.
공사관 건물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미국 한인에게는 꼭 방문해야 할 명소다. 자주 외교에 대한 조상의
의지와 염원뿐 아니라, 한국 정부가 2012년 공사관 건물을 사들여 역사를 재현한 과정을
보며 고국의 저력에 긍지를 느낄 수 있다. 싱 대사 발언을 들으며 이 공사관을 떠올린 까닭이다.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에 휘말린 것처럼 현재 한국은 미중 갈등을 큰 축으로 하는
지정학적 대변동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하지만 반도체나 2차전지 같은 첨단산업을 중심
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경제 안보’ 전쟁에서 한국은 든든한 협상 패를 쥔 주요 플레이어
이다. 국가 간 전략 갈등이 경제 보복으로 표출되는 흐름을 감안하면 전략무기를 갖춘 셈이다.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도 자국 기업이 대체할 수 있는 소비재에 집중됐을 뿐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분야는 건드리지 못했다. 2019년 일본은 한국 반도체 소재
공급망에 타격을 주려 했지만 국내 기업의 발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국 주요 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는 각국 정 · 재계 핵심 인사 와의 네트워크를
탄탄히 하는 역할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삼성이 화이자와 협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만난 데에는
MS 가 미래 첨단산업을 이끌 생성형 인공지능(AI) 의 선두 업체
오픈 AI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력이 곧 협상력이라는 방증이다.
그러고는 이런전런 샌각 하면서 운하를 따라 걸어서 드디어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톰크루즈가 부인 줄리아를 찾기 위해 달린 장면의 무대인 석피농(石皮弄) 에
도착하는데.... 여긴 이런 좁은 골목이 무려 120개나 있다고 하니 그저 놀랄 일입니다?
"석피롱(石皮弄) " 롱(弄) 은 중국 건축에서 집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말하는데 시탕( 서당) 에는
100여 개의 롱이 있으니....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기 석피롱 이라고 합니다.
여기 석피롱(石皮弄) 에는 216개의 석판이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석판이
가죽 처럼 얇다고 하여 석피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골목의 너비가 불과 1m 도 채 되지 않아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
이 있지만.... 수향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는 운하에서 좁은 길을 통해 동쪽으로 빠져 나오니 여기도 저 너머 수로 불빛이
보이기는 한데 좀 한적한 곳이라 지도를 보고 일반 주택이 있는 길로 접어 드니
자전거 차 쌈러가 타라고 하기에 그냥 걷겠다고 지나쳤는데 이게 화근이 될 줄이야....
조금 걸으니 이런..... 밤이 되어 캄캄해서 그런지는 모르겟는데, 집도 없고 사람들도
다니지 않는 길은 어두컴컴 한게 마치 산속에 시골길을 걷는 것도 같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외길이라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하는지라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되돌아오다가
중국인에게 지도에서 平川路(핑산루, 평천로)를 가르키니 손가락으로 저 너머를 가르키기에 걸어가는데...
조금 걸으니 거기에 큰 문이 하나 서 있기로 들어가니 오른쪽 길 저 편은 운하가 보이고
왼쪽길은 일반 주택가라.... 일반 길로 선택해 가다가 작은 슈퍼가 있어 들어
가서는 콜라 한병을 산 후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으니 조금 가다가 오른쪽 길로 가랍니다.
해서 마침내 큰 길이 나오기로 도로 간판을 보니 平川路(핑산루, 평천로) 가 맞는지라 빠른걸음으로 10여
분을 걸으니 더 큰 대로와 마주치는데..... 거리 이름을 보니 南苑路 (남원로) 이니 이제 살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니 대로 건너편에는 西塘汽車站(서당기차첨) 이라는 하는 시외버스 터미널
인데.... 여기서 좌회전을 해서 조금 걸어 내려가니 대로 반대편 광장에는
노래 소리가 하도 요란하기로 이 와중에도 궁금증을 찾지 못해 도로를 건너갑니다.
저 멀리 무슨 공공건물이 보이는 광장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40~50명의 남녀
들이 줄을 지어서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는 놀랍니다.
조금 떨어진 광장 한켠에는 청소년들이지 싶은데 농구 시합을 하느라 땀흘리는
모습을 보는데..... 얘들은 밤중에도 운동을 다 하네? 라면서 역시 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