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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0일 세도나: 지구의 볼텍스
어제 장도에 피곤했던지 오랜 시간 숙면을 취했다. 어제저녁 여덟시 반에 자서 오늘 일곱시에 일어났다. 바깥공기가 상쾌한 아침이다. 우리가 묵었던 Moswik Lodge
숲속의 아담한 집, 창을 열면 소나무 향기가 진하고 마음에 드는 그랜드캐년 속의 숙소다.
그랜드 캐년을 떠나서 세도나로 가는 길, 벼랑길 급경사를 굽이굽이 돌아서 고개를 내려가 길을 덮어 터널을 이루는 울창한 숲길에 들어선다. 눈앞에는 기암절벽이 전개되고, 작은 개울을 따라가는 길, 범상치 않은 곳에 왔음을 느낀다.
도로정비가 잘 되어 있고, 가로수가 단장이 된 시가지에 들어서, 먼저 숙소 위치를 확인한 후, 방문자센터에 들려 도시의 유명관광지를 소개받았고, 별도로 나는 명상센터를 찾았다. 세도나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 보고 싶어서 이다. 한국어 간판을 단 특산물 판매 가게를 가르쳐주어 그 집을 찾아가보니 반갑게도 한국인 아가씨가 수련원 원장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승헌 씨가 세워 전세계에 조직을 확장해가고 있는 단월드 세도나 본부에 온 것이다. 세도나 관광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내일 새벽 특별 기수련을 예약하고 세도나 투어를 시작한다.
언덕위의 작은 체플, 수많은 관광객들이 작은 성당을 둘러보고 있다.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성당 내부에 들어서니 분위기에 압도되다, 장의자에 앉아 잠시 묵도를 드리고 작은 헌금 올렸다.
벽에는 기도문이 걸려있다.
“주님 당신의 길을 보여 주소서” “당신의 은혜의 빛을 우리에게 내려 주소서”
Bell Rock
그 동안 한 시간 가까이 걸어왔다. 대성당 바위아래 도착하니 대여섯 명이나 되는 미국 젊은이들이 암벽을 내려오고 있다. 그 들의 귀로는 바로 바위 아랫길이었다. 우리는 한 시간이나 돌아서 대성당 바위에 온 것이다.
해는 저물어 가고 이쯤해서 되돌아가야 겠다. 일행중의 한사람이 차에 기다리고 있고, 어둑해져 가는 저녁 길을 숨 가쁘게 서둘러 돌아왔다.
9월 11일 새벽
다섯시에 기상, 다섯시 반에 단월드 수련장을 찾았다. 차로 이동 Airport Mesa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편평한 바위위에 자리를 잡고 몸을 푸는 운동을 시작한다. 사방은 아직 어둠이 덜 가시고 다운 타운의 집들이 서서이 윤곽을 드러내 보이고, 하현달이 동쪽하늘에 떠있고, 산등성이로 조금씩 여명이 밝아지고 있다.
허리를 좌우로 앞뒤로 굽혀 몸을 풀고, 최종으로 접시를 받쳐 든 자세로 손바닥을 돌려서 신체의 전후 좌우로 돌리는 접시 돌리기 운동으로 마무리를 하고 좌정하여 자리를 잡는다.
온몸에 기운을 모으기 위해 양손을 가볍게 쥐고 단전을 두드려주고, 복부, 가슴까지 올라가 몸을 덮히고 기운을 돋아준다. 차갑지 않은 바람이 계속불고 있다. 그 사이 건너편 언덕으로 일본인 관광객 20여명이 가까이 다가와서 사진을 찍고, 우리곁을 지나 다니며 잠시 수선을 피워 좀 거슬렸는데, 그들도 자신들의 자리를 잡고, 좌정하고 또는 눕기도 하며 볼텍스의 기운을 느껴보고 있다. 잠시 후 그들은 내려갔다.
다시 양손가락을 마주 두드려 기운을 몰아넣고, 양손바닥을 펴서 적당한 간격으로 유지하며 손바닥에 모아진 기운을 모아 점점 더 부드럽고, 뜨거운 기운을 만들어간다. 손바닥을 머리위로 돌려서 두뇌의 구석구석까지 기운이 퍼지게 하고, 해맞이 준비를 마친다.
드디어 동쪽 산등성이로 해가 떠 오른다. 돋을볕이 온누리의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 해를 응시하고 있으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붉은 해의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어와 따스함이 구석구석까지 퍼져든다.
지구의 볼텍스 세도나의 기운이 온몸에 전해지는 순간이다. 좌정을 풀고 일어서서 몸을 돌려 뒤로하고 아침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명상과 힐링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이른 시간에 산정에 올라 해맞이 하는 것도 처음이고, 온화한 바람과 대지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처음이다.
세도나는 지구의 볼텍스라 해서 강력한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어제 갔던 Bell Rock과 대성당 바위와 새벽에 올랐던 Airport Mesa와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Boynton Canyon이라는 곳, 네 곳이다. 이렇게 독특한 곳이라서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성소라 여겨 금기시했고, 평소에는 아무도 근접을 하지 못하게 했으며,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만 모여서 제사를 지냈던 신성한 곳이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명상센터가 많고, 화가, 음악가, 작가 등의 예술가와 명상가, 예언자 등 초자연 현상을 믿고 수련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명상과 힐링의 도시, 여유있는 은퇴자들이 찾는 정적인 휴양도시다.
도시 전체에 사철나무과의 Juniper Tree가 가로수 및 정원수로 심어져 있고, 시정부에서 건물 외벽과 간판의 페인트 색깔을 엄격이 통제한다. 붉은 색(바위)과 녹색(나무)이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전 세계에서 맥도날드의 간판이 녹색인 곳은 오직 여기뿐이다.
건물 층수도 엄격히 제한한다. 대부분 단층이고, 호텔 같은 특별한 경우만 이층을 허락하고 삼층은 없다.
밤 열시가 넘으면 모든 실외 등은 소등을 한다. 그리고 어떤 등도 하늘을 향하지 못한다. 땅을 향하게 되어있다. 바로, 별을 보는 도시(Star Gazimg City)이기 때문이다.
세도나를 출발하여 라스베가스로 가는 차안에서 오전내내 졸았다. 상쾌한 나른함에 젖어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사막, 산 언덕은 검고, 들판에는 푸른색의 초목은 없다. 마른 풀들이 온 벌판을 덮고 있다. 후버댐을 지나며 아리조나에서 네바다로 들어오다. 시간이 한 시간 앞 당겨 진다. 다시 Pacific Time대로 들어선 것이다.
후버댐
라스베가스에 오후다섯시 경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한인식당을 찾았다. 한인식당 대장금에서 오랜만에 순두부찌개와 김치찌개를 시켜놓고 포식을 했다.
라스베가스의 밤
Bellajio 호텔의 분수쇼와 Mirage 호텔의 화산쇼를 보고 라스베가스의 밤거리를 구경하였다. 도박의 도시,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나에게는 도박을 즐길만한 여유도 없고, 도박과 환락을 즐길만한 젊음도 없다.
라스베가스의 삼류호텔 4 Queens에서 묵었는데 돈 없어 보이는 여행객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였고, 밤새도록 떠들어 대는 나이트클럽의 밴드소리에 창문을 꼭꼭 잠그고 잤다.
9월12일 데스밸리, 요세미티
라스베가스를 떠나 데스밸리로 향하다. 데스밸리 우리말로 번역하면 죽음의 계곡이다. 1800년대 서부로 엘도라도를 찾아서 이동하던 사람들의 3분의2가 이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방문자 센터에 들려서 몇군데 소개 받고 밖에 나와서 실외 온도를 확인해보니
미국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일년 강우량이 60미리 이하, 차로 몇 군데를 돌아보고 사막을 건너는 중 Stove Well Pipe 라는 오아시스에서 점심을 먹다.
흙먼지가 푸석하고, 낡아 보이는 목조건물이어서 더위 식히고, 간단히 허기나 채우고 가리라 마음먹고 들어갔는데, 대단한 반전이 눈앞에 전개되다, 아주 깔끔하고 고전적인 분위기의 Salon이었다. 통나무의 집구조물에 서부시대의 카우보이들이 쓰던 용품들을 장식품으로 조화롭게 진열해 놨다. 천정은 마차바퀴 산델리에 등을 달았고, 남포등과 장총과 말장화와 그을린 주전자 등이 있고, 좌측 홀에는 포켓볼 당구대가 있고, 안쪽에는 각종 술명이 진열된 스탠드 바가 있고, 창문 쪽으로 커다란 오크통 위에 쇠테를 두른 원탁에 발을 중간에 걸치게 된 2단 의자가 있는 테이블을 골라 앉았다. 음식은 옆자리 미국인이 시킨 메뉴를 물어보고 같은 것을 시켰다.
Sand Dune Chicken Breast Salad, 분위기 만점에다 음식 맛있고, 점심이 끝나갈 무렵 귀에 익은 팝송“ Help me make through the night" 이 흘러 나온다. 우리 시절에는 남저음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불렀는데, 귀에 익지 않은 여자 가수의 목소리다.
사막의 한 가운데서 가장 분위기 있는 살롱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떠난다.
Salon of Bad Water
차는 산을 넘고 거친 들을 지나 Sierra 도착했다. 시에라 로지는 방도 널찍하고, 분위기가 좋다. 침대위에 모네의 그림이 걸려 있고, 창밖에는 소나무 가지가 드리워져 있다. 시에라는 휴양도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거리에는 스키매장이 여기저기 있고, 곳곳에 호수가 있어 모타보트, 수상스키, 카누가 한 풍경을 이룬다. 우리는 네바다를 지나 캘리포니아에 와 있다.
9월 13일
요세미티 가는 길에 June Lake, Silver Lake를 거쳐서 오전에 요세미티 정문에 도착했는데 정문에서 요세미티 밸리까지 가는데도 한시간 넘게 걸렸다.
셔틀버스를 타고 두 개의 폭포 Vernal폭포와 Nevada 폭포를 다녀오는 Jhon Muir Trail을 선택하여 차를 내렸다. 버날 폭포 거대하다. 낙차가 50,60 미터될 듯, 젊은 남녀들이 폭포를 즐기고 있다. 여자 들은 수영을 하고, 남자들은 바위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다. 미국다운 풍경이다. 물색깔이 새파래 금방 물귀신이라도 잡아당길 듯이 깊은 못에서 수영을 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안전을 이유로 수영금지를 했을 것인데.
물 가운데 바위위에 비키니를 입은 아가씨들이 아주 작게 보인다.
하프돔
폭포 중간쯤에 올라서니 무지개가 보인다. 가파른 길이다. 폭포위에는 소가 있고. 소의 물이 넘쳐흘려 폭포로 떨어진다. 물이 바위 위에 미끄러지듯이 소로 흘러들어간다. 바위에 배낭을 풀고 탁족을 하다.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다.
그 때 함성소리. 조금전 내 앞에서 아주 힘들게 올라가던 흑인 뚱뚱보아주머니 드디어 도착 일행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조금 더 올라가니 네바다 폭포, 저 위로 그 유명한 하프 돔이 보인다. 멀리서 눈도장만 찍고 내려간다. 클라크 포인트 요세미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내려간다.
내려가서 시간이 남아 Mirror Lake(거울 호수)를 찾아갔다. 그림 같은 호수, 요세미티의 절경이 물에 비친다는 호수, 한 시간 가까이 걸어서 호수 입구에 도착하여 안내 간판을 보고 미심쩍어 더 위로 올라갔다. 아무리 올라가도 물 같은 것이 비치치도 않아 옆에 있는 미국인에게 물어보니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호수의 한가운데요”하는 것이다. 물이 말라 호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한라산의 백록담처럼, 어이없고 허탈하여 허허허 웃고 돌아섰다.
거울호수의 한 가운데
요세미티가 아주 방대한 공원이라서 공원구역만 다섯군데로 나뉜다. 우리는 요세미티 밸리의 극히 일부만 눈도장 찍고 온 것이다. 적어도 사나흘은 돌아봐야 요세미티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14일; 죽기를 거부하는 나무( 수령 2000년에서 3000년)
King's Canyon 국립공원을 찾아 나섰다. 국립공원 간판이 보이고, 거의 가까워져 가는데 소방차량이 곳곳에 주차를 하고 있어, 가늠으로 소방훈련 경연대회나 있나보다 했는데 거의 입구에 다 도착했을 때 통제관이 출입을 막는다. 왠 일이냐고 물어보니 공원 안에 대화재가 있어 출입이 불가하다 했다. 그제서야 수 많은 소방차들이 왜 여기에 몰려 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다시 차를 돌려서 오늘 일정의 두 번째 예정지 세콰이어 공원으로 차를 돌렸다. 구절양장 굽이굽이를 돌아서 세콰이어 공원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무, 가장부피가 큰 나무가 군집하여 있는 곳이 이곳 세콰이어 공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피가 큰 나무 General Sherman Tree, 이 거대한 나무의 제원을 살펴보면
키: 82.5 미터 나이: 2200살 무게: 1,385톤 직경: 11미터 둘레: 31미터
죽음을 거부하는 나무, 이 나무의 수령은 아무도 모르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
이 수종의 나무가 이렇게 오래 사는 이유는 나무껍질에 타닌이 많아 불에 잘타지 않고, 잘 썩지 않아 자연재해에 강하고, 놀라운 사실은 산불이 있어야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산불이 나서 다른 풀과 나무가 타 버리면 그것이 거름이 되고, 또 땅에 떨어진 씨앗이 발아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천년 살았던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해보니 그 나무는 팔십여 번의 산불을 견디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General Sherman Tree에서 Crescent Meadow까지 세콰이어 숲 길 트레킹에 나섰다.
조금 내려가니 The President(대통령)나무와 The Senator(상원의원) 프레지던트는 혼자 서있고, 시내이터는 수십그루가 운집되어 있다. President 답다.
고목이어도 앞뒤로 빈곳이 별로 없고, 튼튼하게 터를 잘 잡았다. 앞으로도 천년은 더 살겠다. 언덕을 넘어서니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고, 세콰이어 나무 숫자가 줄었다. 으슥하다. 새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길을 걷고 있다. 간간이 들리던 차 이동하던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사오십 분을 걸었다.
반갑게 눈에 들어오는 이정표, 남은 거리 1마일 이다. 예정된 시간까지 댈 수 있겠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굵어진다. 한 시간 반 만에 포장된 트레일 길을 만났고, 사람들이 한 둘씩 지나간다. 드디어 선계에서 속계로 내려온 것이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사람 없는 곳에는 살 수 없지.
첫댓글 기행문 쓰느라 수고 많이 했구나.자세하게 설명해주니 꼭 곁에 있는듯싶고 내가 직접 보는것같이 구경 잘하고 나간다
즐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