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병상일지/전성훈
처음 허리에 문제가 생긴 것은 2000년 봄이었다. 20여 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던 그 해 봄에 갑자기 다리가 저렸다. 주일 날 미사에 참례하여 전례에 따라 일어서 있을 때는 그 증세가 심했다. 며칠간 상태를 관망하다가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 X-ray를 찍은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의사의 말에 따라 40여 일간의 물리치료를 받고 완치되었다.
<재발> 그 후 14년의 세월이 흐른 후 2014년 6월 어느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날 때 왼쪽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후 9월 하순부터 다리가 저리거나 뻐근한 증세가 자주 일어났다. 특히 10월 초순 일본 여행 갔을 때 잠을 자다가 다리를 뒤척거리면 심하게 통증을 느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통증클리닉에서> 몸 상태를 조금 지켜보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10월 중순경 창동역 부근 통증클리닉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더니 의사는 신경주사를 맞으라고 권하였다. 신경주사를 맞고 며칠은 통증 증세가 없었지만 다시 통증을 느꼈다. 두 차례에 걸쳐 신경주사를 맞았지만 효과는 그 때뿐이었다.
<한의원 침술> 한 달 동안 다리 통증이 나을 기미가 없어 고민을 하다가 한방 침 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11월 중순부터 창동역 부근 한의원에서 침술, 부황 뜨기, 저주파 전기 자극, 뜨거운 찜질을 하였다. 그러나 한 달 동안의 침술에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백병원 순례>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12월 하순 상계 백병원에 갔다. 척추센터 의사는 문진을 하고 허리와 다리를 움직여보라고 하더니, 뼈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MRI를 찍으라고 권하였다.
며칠 후 처음으로 MRI를 찍었다. 귓속과 귀에 이중으로 귀마개를 하고 둥그런 원통 속에 들어갔다. 검사를 받는 동안 그 엄청난 소음을 잊으려고 마음속으로 묵주기도를 바쳤다. 척추센터 의사는 MRI 판독 결과 뼈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며 신경조직에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까 신경외과에서 알아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신경외과 담당의사는 내 이야기를 듣고 본인도 그런 증세로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12월 23일, 재활의학과 담당의사는 검진을 하고 어느 부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면서 주사 처방을 하였다. 12월 30일, 1차 경막외 주사를 허리부위(요추)와 꽁지 뼈(천추)부위에 맞았다. 주사의 성분은 알 수 없지만 너무 아파서 신음소리를 내고 눈물을 쏟았다. 담당의사는 대부분 환자들은 한 부위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유발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치료를 하는데 내 경우에는 두 곳에서 복합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하였다. 2015년 새해 들어 백병원 담당의사는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를 하겠다고 하여 1월 16일 이름도 생소하고 고약한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과정은 불쾌한 기억뿐이다. 이 검사는 바늘로 살갗을 꼭꼭 찌르면서 신경의 자극 반응상태를 그래프에 표시하여 특정 부위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재활의학과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더니 당신 추측이 맞는다고 하며 2차 경막외 주사를 놓았다. 보름후인 1월 30일, 백병원 재활의학과에서 3차 경막외 주사를 맞았다. 엄청난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쩔쩔맸다. 담당의사는 마지막 한 곳에 주사바늘을 넣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다음에는 그곳에 주사를 하겠다고 하였다.
<서울대병원으로> 다리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계속되는 고통으로 마음이 무척이나 심란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서울대병원 물리치료실 실장으로 근무하였던 성당 교우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서 내 몸 증상을 이야기를 하였더니 빨리 서울대병원으로 옮기라고 하였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바로 백병원에 가서 CD로 MRI 등 영상 자료를 받고 동네 한의원에서 3차 진료기관에 대한 의뢰서를 발급받았다. 다음날인 2월 4일 서울대 병원을 방문하여 원무과에서 초진 등록을 하고 재활의학과 의사를 만났다. CD 영상을 보면서 내 이야기를 들은 의사는 다음 주에 주사를 하겠다고 결정하였다. 병원 방침에 따라 채혈과 허리부위 X-ray를 또 찍었다.
2월 13일, 서울대 재활의학과 물리치료실에서 재활체조 교육을 받고, 암병동 종합케어센터 로 갔다. 시술실에는 담당의사 집도하에 몇 사람의 레지던트, 인턴들이 보였다. 국소 마취 후 주사약을 투입하는데 너무나 아파서 이를 악물어도 신음소리를 내며 눈물을 쏟았다. 서울대병원 담당의사도 백병원 의사처럼 디스크부위 중 바늘을 찔러 넣을 공간이 없다는 말을 하였지만 정확하게 주사약을 성공적으로 투입하였다. 주사를 맞는 동안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의 은총을 청하였다. 주사를 맞고 나서 극심한 고통과 통증으로 걸을 수 없어서 택시 정류장까지 다리를 질질 끌고 기어가다시피 갔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시술하는 과정에서 서울대병원과 백병원 의사의 실력 차를 느꼈다. 왜 환자들이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나두고 유명하다는 ‘빅5’ 종합병원만 찾아다니는 이유를 알았다. 시술 후 한 달이 지난 3월 13일 재활의학과 물리치료실에서 허리근육강화 체조에 대한 2차 설명과 동작 시범을 교육받고 암병동 종합케어센터에서 1차 시술에 대한 경과 점검 받았다. 환자인 나와 전문의가 서로 묻고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전문의는 한 달 후 4월 중순에 재확인한다면서 재활치료에 전념하라고 강조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스테로이드계통의 경막외 주사를 의원과 병원에서 도합 6회에 걸쳐서 맞았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할지라도 과도한 투약은 독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 동안 다리가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하여 짜증도 많이 났고 우울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하거나 휄체어를 타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나 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와 증세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마음도 바뀌었다. 천천히 걷고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재활치료로 매일 3회씩 허리근육 강화 운동을 하며 또한 얼마 전부터 시립창동체육관 수영장에 나가 물속에서 걷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2015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