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 차 미국을 방문한 한국 여성 중 일부가 긴급 상황 시 신청·발급받아온 응급 메디캘(Emergency Medi-Cal)의 일종인 임신 메디캘(Pregnancy Medi-Cal) 사용이 불법인 것으로 21일 관계당국이 공식 확인했다.
관계당국의 고위 관계자로 부터 이같은 해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의료 법령에 따르면 임신 메디캘을 포함해 응급 메디캘은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으나 원칙상 가주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거주의사가 있어야만 발급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결국 일부 병원과 소셜워커가 결탁해 ‘일단 사람은 살리고 본다’는 메디캘 정신을 이용해 편법을 동원, 원정출산 차 미국을 방문한 한국 여성들 중 위급상황에 있는 일부 임신부들에게 임신 메디캘을 제공해온 것이다.
특히 원정출산족들이 임신 메디캘의 신청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적게는 2∼3만달러부터 많게는 6∼7만달러를 지원받았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세금낭비’를 비판하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LA 카운티 공공사회서비스국(Department of Public Social Services) 콜린 모스칼 메디캘 프로그램 디렉터는 “임신 메디캘 신청 시 가주에 살고 있다는 증명, 예를 들어 소득세 증명서, 전기 및 전화 청구서, 자녀 학교 기록 중 하나가 필요하다”며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원정출산 한국여성들이 임신 메디캘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임신 메디캘 신청 시 거주확인은 본인의 이름이 적힌 전기·전화·가스 청구서나 소득세 증명서 등으로 입증하고 있으며 향후 거주의사는 구두로 밝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긴급 상황에서 임신 메디캘을 사용하는 한국 여성들은 줄지 않고 있다. LA 인근의 한 대형병원 사회복지 관계자에 따르면 원정출산 온 한국 여성들 중 평균 한 달에 한 두건꼴로 갑작스런 하혈 또는 신생아 고열 등 긴급상황이 발생해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원정출산 차 LA를 방문한 S모(33)씨는 갑작스런 하혈로 태아가 사망하는 과정에서 미국 대형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면서 6만달러에 달하는 병원비를 청구받았다.
한화로 7천만원이 넘는 거액을 지불하기 어려웠던 S씨는 결국 진료를 받던 한인병원 소셜워커의 도움으로 임신 메디캘을 통해 전액 지원받았다.
또 지난 9월초에도 한국 여성 K모씨가 출산한 남아가 고열에 시달려 미국 대형 어린이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이 과정에서도 3만달러에 달하는 병원비가 청구됐다.
이 역시 K씨가 머물던 조리원 관계자와 K씨 남아의 미국 여권 발급을 도와주던 원정출산 브로커의 주선으로 소셜워커를 통해 임신 메디캘로 전액 지원받았다.
병원 고위 관계자는 “타 민족이 불법을 저지른다고 ‘우리가 무엇이 문제냐’고 말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원정출산을 하는 한국여성의 이기심 때문에 한국과 한인 사회가 도매금으로 비난받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