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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반죽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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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건축연구소 |
| 2006년 6월18일 생태건축아카데미의 6주간 일요일실습으로 과천 공동육아 열리는어린이집의 마당 한구석에 황토놀이집이 완성됐다.
비전문가들이 태반인 교육생들(과 어린이집 식구들)이지만 손수 황토벽돌을 만들어 쌓아올린 몸체에 나무지붕에는 흙을 덮어 풀들이 살 수 있게 한, 커다란 창과 자그마한 여러 구멍들, 그리고 토끼굴까지 연결된 재미있고 생동감 있는 근사한 놀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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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벽돌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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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건축연구소 | 놀이집의 규모는 2평 남짓이지만 놀이집을 짓는 과정과 수고는 일반주택과 다를 바 없었다. 황토벽돌을 3주간 만들어 말려놓고 3주째에 집터에 기초 만들기를 했다. 기초 만들기는 구덩이를 파고 주변의 돌멩이를 주워서 채워놓았다. 4주째에는 땅에서 스며 올라오는 물기로부터 흙벽돌 벽체를 보호하기 위해 적벽돌을 3단 쌓고 흙벽돌을 쌓았다.
흙벽돌은 6단 정도의 높이로 낮게 쌓았지만 횡력에 대응하고 견고하게 하기 위해 와이어 매쉬를 중간 중간 넣어주었다. 5주째에는 테두리 보를 얹고 지붕트러스를 짜 올리는 과정과 자작나무합판으로 된 지붕을 올리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마지막 주에는 토끼굴 쪽의 지붕 올리기와 지붕판 위에 방수 시트를 붙이고 나무로 흙쓸림 방지턱을 만드는 것과 주변에서 자생하는 들풀들을 얹어 지붕녹화를 완성하는 작업을 했다.
황토놀이집을 짓는 과정은 아이들의 안전과 즐거움을 생각하며 같이 의논하고 수정하면서 고단함 속에서도 손수 집을 짓는 그 생생한 경험과 집이 지어졌을 때 느낀 뿌듯함,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즐거움 등을 경험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황토벽돌을 만들기 위해 흙을 반죽하고 틀에 다져넣으면서 몸으로 하는 노동이 고되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같이 하는 사람들과 담소도 즐길 수 있는 여유 있는 시간이었음을 나중에 벽돌쌓기와 지붕얹기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몸은 벽돌을 만드는 시간이 훨씬 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모우고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는 벽돌쌓기와 지붕얹기의 과정은 회의를 하거나 재료들을 기다리며 지체되는 시간, 공구를 다루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시간들이 많았지만 훨씬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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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체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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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건축연구소 |
| 타카나 전동톱, 전동못박기 기기 등 여러 가지 공구를 빌려와 사용했는데 작업이 빨리 돼서 좋았지만 굉음과 함께 이뤄지는 빠른 작업들은 우리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실습생이 적어 걱정이 되셨던지 생태건축아카데미를 졸업하신 분들이 6주내내 오셔서 자기의 일처럼 도움을 주시고 즐거운 분위기를 이끌어주신 것이나 생태건축연구회에서 다른 공사현장에 물어물어 남은 자작나무합판과 적벽돌을 구해오신 것, 값비싼 공구들을 전문가도 아닌 실습생들에게 흔쾌히 빌려주신 동기생, 황토집 짓는 일에 정신적 육체적 지지와 더불어 맛난 간식을 제공해주신 어린이집 식구들, 1톤짜리 황토흙을 옮기기 위해 애를 쓰자 팔레트를 빌려주시겠다고 선뜻 응해주신 옆집을 짓고 계신 아주머니, 황토놀이집을 짓는 중간 중간 마을 어른들이 들어오셔서 예전의 집짓던 경험들을 풀어놓으신 것 등은 황토집을 지으며 사람냄새를 맡고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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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만들기/트러스제작하여 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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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건축연구소 |
| 요즘 잃어버린 우리 것을 되찾고자 하는 많은 움직임들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건강, 행복, 환경, 생태 등의 가치를 내포하는 '웰빙'이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처음 생태건축아카데미과정을 신청할 때만 해도 위에서 열거한 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집짓기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우리 전통의 한옥, 황토집 등과 독일의 생태건축의 형태-태양광시설과 옥상녹화, 우수와 중수의 이용, 자연발효 화장실 등, 거기다 편리함까지 짜맞춤을 하여 도저히 하나로 합체되지 않는 어정쩡한 형태의 집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강의초기엔 생태사상이나 생태윤리 등의 강의를 들으면서 도대체 집의 모양새는 언제쯤 나오려나 너무 더디다는 생각도 했지만 한 학기가 끝나가고 6주간의 황토놀이집 실습을 마치면서 여백, 조화, 미, 생활이나 일에 대한 여유로움, 사람들의 따스함 등 우리의 정서까지 아우르는 집의 모양새를 생각하게 됐다. 참 고마운 일이다. 후덥지근하고 무더운 계절임에도 황토놀이집에 들어서면 습도조절이 되어서인지 지붕녹화로 내리쬐는 열기를 식혀줘서인지 서늘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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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녹화후 완성 기념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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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건축연구소 |
| 놀이집은 지어진 지 이제 일주일 남짓이지만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재미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부모들에게는 물론 더욱 인기다. 아마도 말로 표현할 수는 없더라도 자신들을 위해 애를 쓰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지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면서 속으로 채워지는 풍요로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일 것이다.
처음 벽돌을 만들 때는 벽돌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정성과 수고에 놀라워했다. 널려 있는 벽돌을 보면서 과연 저 벽돌들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걱정하던 어린이집 식구들은 매주 일요일 집 모양을 갖춰가는 모습에 경이로워하며 마지막 느릅나무 끓인 물을 칠할 때는 우리 황토집의 건강함과 정성에 감탄했다. 황토놀이집이라는 멋진 공간의 탄생과 그 건강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놀 생각에 뿌듯해 하면서 어린이집 식구들은 6주간 일요일을 반납하고 봉사를 해주신 생태건축아카데미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첫댓글 음음.. 수제 황토벽돌에.. 매질은 멀까..? 한국은 온도, 습도변화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버티는 건축자재가 잘 없지요. 냉정하게 말해서 이런 집은 오래가질 못합니다. 처마를 길게 내어 비가 벽을 치지 못하게 하고 일년에 한번씩 황토를 발라줘야 합니다. 하지만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몸에 좋은 집에 산다는 것, 정말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