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자동차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가 단순히 편리한 탈 것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차들은 오랜 기간 동안 널리 사용되며 단순한 탈 것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이는 그 자동차가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폭스바겐의 타입2 ‘콤비’ 마이크로버스가 그런 차다.
폭스바겐 타입2라는 이름을 대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차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버스’ 혹은 ‘콤비’라는 별칭을 대면 많은 사람들이 금방 작고 귀여운 승합차를 떠올릴 것이다. 타입2는 폭스바겐이 1950년에 만든 다용도 승합차의 정식 명칭인데, 버스나 캠핑카, 밴 등의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나왔고, 생산된 지 6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수가 전 세계 곳곳을 달리고 있다.
폭스바겐 타입2는 크게 전기형인 T1과 후기형인 T2로 나뉜다. 전기형인 타입2 T1은 ‘불리’라는 애칭으로도 잘 알려졌는데, 앞모습에서 보이는 V자모양의 라인으로 후기형과 쉽게 구분된다. 타입2 T1은 저렴한 가격과 개성 있는 외모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히피들의 자동차로도 유명하다. 특히 ‘삼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캠핑카 버전(캠퍼 밴)은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으며 수집가들이 탐내는 기종이기도 하다.
후기형인 타입2 T2는 전기형과 비교해 좀 더 심플하고 소박하지만 친근한 외모를 지녔다. T2 역시 T1과 마찬가지로 승합차에서 트럭에 이르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작지만 튼튼한 구조로 내구성이 좋아 4륜 구동으로 개조되어 험로를 달리거나 장거리 여행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폭스바겐 타입2는 고향인 독일에서는 1979년까지만 생산되었고 지금은 폭스바겐 트랜스포터 시리즈가 타입2의 계보를 잇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와 브라질 등에서는 최근까지 ‘콤비’라는 이름으로 타입2의 생산이 계속되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활용도 때문에 최근까지 연간 판매되는 승합차의 약 절반이 콤비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폭스바겐은 작년 10월, 2013년을 끝으로 콤비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는 발표를 했다. 콤비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에어백과 같은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충돌안정성 부족 등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콤비의 단종계획을 알리자 전 세계 자동차 매체들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을 만큼, 콤비는 여전히 전 세계인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가운데 한 가지 반가운 소식도 있다. 폭스바겐은 콤비가 팬들에게 보내는 작별인사로, 생산중단하기 전 마지막 한정판 모델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폭스바겐 콤비 라스트에디션이라는 이 한정판 모델은 타입2 T2의 승합차 모델로 600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콤비 라스트에디션은 흰색과 하늘색의 산뜻한 컬러로, 한정판답게 특별한 컬러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실내 역시 외관과 톤을 맞추어 하늘색과 흰색으로 꾸며진다. 다른 콤비와 마찬가지로 시트는 비닐재질이며, 패브릭 소재의 커튼이 적용되었다. 한정판이지만 가죽시트 같은 럭셔리한 사양은 적용되지 않았다. 사실 콤비의 골수팬들이라면 호화로운 옵션보다 오히려 콤비다운 오리지널의 모습이 유지될 때 훨씬 더 기뻐하지 않을까?
운전석의 디자인 역시 다른 콤비와 마찬가지로 심플하다. 대시보드에는 콤비 라스트에디션 한정판 모델임을 뜻하는 네임플레이트가 부착되는데, 이 플레이트에는 0에서 600까지의 시리얼 넘버가 기입된다. 오디오 시스템 역시 호화롭지는 않지만, CD플레이어와 USB 포트를 통한 MP3 플레이를 지원한다.
콤비 라스트에디션의 차체에는 타입2 생산 56년을 기념하는 라스트에디션임을 알리는 로고가 새겨진다.
콤비 라스트에디션의 심장은 EA-111시리즈 1.4리터 박서 엔진이 탑재되는데, 브라질 사양이기 때문에 가솔린과 E85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최대 80마력의 출력으로 최고시속 130km/h로 달릴 수 있다.
폭스바겐이 밝힌 콤비 라스트에디션의 가격은 약 27,600유로로, 우리나라 돈으로 4,100만원이 넘는다. 콤비의 일반 모델 가격의 2,300만원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훨씬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53년간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한정판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판매가 시작되면 브라질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앞 다투어 구입할 것이라 예상된다.
폭스바겐 콤비 라스트에디션이 메이커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상술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이 차가 사라지는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십년간 이 모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수많은 사람들, 전 세계 각지에 이 차와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콤비, 즉 폭스바겐 타입2는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다. 앞으로 50년 뒤 우리는 어떤 차를 명차로 기억하게 될까? 우리나라에서도 폭스바겐 콤비처럼 세대가 바뀌어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자동차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