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장애인, 지문인식이 안 되서 사용 '불가능'
필자는 얼마 전 사지마비의 경수장애인이 운전을 하는 차량을 탑승할 기회가 있었다. 전혀 상지능력이 없는 최중증의 사지마비가 아니고 어느 정도 상지의 근력이 있다면 경수장애인들도 운전이 가능하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가는 일정이었는데 톨게이트를 지날 때 하이패스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불편한 손으로 통행권을 뽑아서 가는 것이 아닌가? 자주 손에 힘이 없어서 통행권이 뽑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고 한다.
도착지의 요금소에서도 불편한 손으로 통행권과 요금을 낸다. 상지가 자유로운 필자도 요금소에서 통행권과 요금을 내고 영수증 주고받느라 가능한 요금소에 가까이 차를 대려고 신경을 쓰곤 하는데, 왜 편하게 장애인인용 하이패스 단말기를 달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경수장애인은 지문인식이 잘 안 된다는 필자도 그동안 몰랐던 답변을 듣게 되었다.
중증의 척수(경수)장애인으로써 휠체어럭비 국가대표선수인 정락현 씨는 국가대표 합숙훈련관계로 이천의 장애인훈련원에 가기 위해 수시로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지만 정작 장애인용 하이패스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았다.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수장애인들은 땀이 잘 나지 않는 특성으로 지문등록과 인식이 안 된다. 지문이란 어느 정도의 수분이 동반되어야 그 형태가 표현이 되고 그로 인해 인식이 되는 것이다.
고속도로 통행을 감면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고속도로 통행카드를 발급받는 것이다. 2,000cc이하의 차량에 장애인 차량등록을 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운전하거나 탑승을 해야 하는 몇 가지의 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 이 통행카드는 요금소를 이용할 때 제시를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문인식장치가 부착된 장애인용 하이패스 단말기를 구입하고 주민지원센터에 가서 차량정보와 지문등록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하이패스전용 통로를 이용하여 요금을 정산할 수가 있다. 보통 좌우 손가락 중에 4곳 정도를 지문등록을 하는데 이때 경수장애인들은 특성상 지문등록이 안 되는 것이다.
장애인용 하이패스단말기가 처음 개발되고 보급될 때에도 장애인들 사이에서 지문인식에 대한 거부감은 컸었다. 일반 하이패스단말기는 공짜로 주기도 하고 5~6만원 정도의 가격이면 구입이 가능한데, 장애인용은 17만원에 가까운 고가인데다 지문등록이라니 불만이 많았었다.
게다가 4시간에 한 번씩 지문등록을 해야 하고 휴게소에 들려 재시동을 하게 되면 다시 지문인식을 해야 하고.. 이렇듯 고가와 사용불편 때문에 전국 장애인차량 100만 여대 가운데 장애인용 하이패스를 단 차량은 고작 3만4천여 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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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감면을 위한 변별력을 위해서 또한 불법사용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는 하지만 모든 장애인을 범법자나 양심불량자로 보고 시작하는 시선에 매우 불쾌하기도 했다.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장애인용 하이패스 단말기를 이용하기 위해서 정말로 지문인식이라는 방법 밖에는 없었을까?
얼마 전 TV에서 하이패스요금을 안내고 가는 무임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하여 조회를 하고 과징을 하는 방송을 본적이 있다. 일반 단말기에 장애인 차량번호를 인식을 하게하고 자동적으로 감면이 되게 인식하는 방법은 어려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를 악용하여 불법을 저지르거나 도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단속하고 불법에 상응한 엄청난(?) 과징금으로 일벌백계하는 것이 도로공사의 책무이고 도덕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소수의 비도덕적인 이용자 때문에 정작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수장애인들이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약자를 위한 정의적인 측면에서도 부합하지 않고 행정편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지문등록자체가 안되어 장애인용 하이패스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는 척수장애인을 위해서 관련기관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단 한 사람의 장애학생을 위해 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다는 어느 외국의 이야기는 정녕 우리에게는 동화 같은 이야기일까?
출처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