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지락 번개 모임
대학생 세 명과 함께 읽은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삶은 기적이다'편
원고 http://cafe.daum.net/coolwelfare/RN8h/83
2월 28일 화요일, 어느 서점에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대학생 세 명과 만났습니다. 목원대 정현, 창신대 현지, 동양대 성욱.
사회복지사 권대익 선생님과 김승철 선생님도 응원하러 왔습니다.
둘러앉아 돌아가며 원고를 읽었습니다.
읽으며 어떤 곳은 제가 설명을 보탰습니다.
읽으는 중간에 그 문장과 연결지어 떠오른 생각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권대익 선생님은 웬델 베리 글을 읽으니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감각을 퇴화하게 하는 것도 있다 했습니다.
전과 달리 스마트폰 없으면 떠오르는 번호가 하나도 없습니다.
네비게이션 등장 뒤 길도 모르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을 기회도 없습니다.
권대익 선생님께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를 권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입니다.
사회사업 기술의 진보가 가족 사이나 이웃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면 거부합니다.
선진 복지가 그러한 것이라면 우리에게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정현은 아래 문장을 읽으며 호스피스를 떠올렸습니다.
어떻게 죽기를 원하느냐 (…) 티레시아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예견했고,
호머가 권장했듯이 잘 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축복과 평화 가운데” 집에서 죽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어디서든 최고 의료 전문가들의 손에 죽기를 원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그것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삶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는
의미 있는 질문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213쪽
정현에게 일본에서 호스피스 탄생을 다룬 책 <병원에서 죽는 다는 것>을 소개했습니다.
병이 깊어져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가족과 떨어져 첨단 의료 기기와 의료진에 둘러싸여
죽을 때까지 목숨을 연명하는 현대 의료 시스템.
모두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스스로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택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병원은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로 적당한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의 부제는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들'입니다.
나에게 최후의 순간이 온다면 '잘 아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축복과 평화 가운데
'집'에서 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승철 선생님은 <정든 마을에서 늙어가기>를 소개했습니다.
익숙한 자기 집과 정붙이고 살아온 동네에서 계속 살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바람.
이를 이루게 돕는 사회시스템(주거복지).
일본에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성욱은 아래 글을 읽으며 지금 우리는 '돈이 신분'인 사회에 산다고 했습니다.
실습했던 곳에서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어느 지역 임대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사이에 철조망이 만들어지며 왕래를 끊었다고 합니다.
학교에 임대 아이들 반과 일반 아파트 반을 따로 만들어 달라는 건의까지 했습니다.
우리 삶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마치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과학주의는
사람만이 이 지구상 모든 것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이런 사고는 고스란히 사람들 사이에서도 작동합니다.
과학적으로 ‘진보한’ 자만이 온갖 것을 누립니다. 과학적 이해나 정보의 총량으로
사람 사이에 수직 관계를 만들고 이를 자연스레 따르게 합니다.
문화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최신 과학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사람이
오랜 전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낮게 봅니다.
자기 삶을 무식과 무지로 평가받은 미개발한 지역에 사는 미개인은
이제 지난 삶을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과학적으로 개발한 외부의 것들을 자연스럽게 진보와 발전으로 여기며
이를 적극적으로 따르고 수용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외부 과학 기술을 따르기 시작한 그는
그런 자신이 진보했다 여기며 여전히 머물러 있는 한 마을 이웃을 그 역시 낮게 보기 시작합니다.
성욱은 철조망으로 둘러친 그 아파트 사람이 결국 고립되는 것이라 했습니다.
성욱에게 <아파트 한국사회>를 소개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입니다.
저자 박인석은 임대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를 가르는 저급한 현상의 원인으로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서 찾습니다.
시간이 금세 지났습니다.
7시 반에 만났는데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서둘러 정리했습니다.
권대익 선생님은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흐려진다고 합니다.
이런 만남과 공부가 첫마음을 생각하게 하고 방향을 확인하게 한다고 합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는 요즘,
반려동물로 이웃 사이 인정이 자라게 돕고 싶은 현지에게 책 선물했습니다.
지난 가을 대학로 어느 잔치에서 구매한 책 <개를 기르다>.
만화책입니다.
오래 함께한 반려견의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 부부의 매우 현실적인 모습이 와 닿습니다.
책을 읽으면 쉽게 반려 동물을 입양하지 않을 겁니다. 반려동물 입양에 신중해 질 겁니다.
키울 때에도 정성스러울 겁니다.
꿈지락 :
2004년부터 사회복지 대학생들과 함께한 인문 사회 관련 책 읽는 모임입니다.
활동 초기 함께한 학생들이 실무자가 되면서 실무자 모임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몇 년은 거의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모임을 거른 해는 없습니다. 14년 간 꾸준히 이뤄왔습니다.
꿈지락
꿈꾸는 사회사업가,
지혜로운 사회사업가,
락(樂)을 아는, 인생과 실천의 재미를 알고 잘 누리는 사회사업가.
그런 꿈지락 사회사업가와 그런 사회사업 학생들의 읽고 쓰는 모임.
꿈지락 역사 (*2015년 모임 안내 글 속에 소개)
http://cafe.daum.net/coolwelfare/OeKy/205
여러 학생과 실무자와 읽고 나눈 결실이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입니다.
2011년 출판 뒤 거의 매년 책을 다듬으며 수정판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다듬고 있습니다.
올해도 틈틈히 주제마다 다시 읽고 다듬고 있습니다.
다듬기를 마친 글마다 대학생들과 읽고 나누고 싶습니다.
모임은 나누고 싶을 때, 나누고 싶은 만큼 참여합니다.
함께하는 이들도 오고 싶을 때, 관심 있는 책을 다룰 때 옵니다.
날짜나 시간이나 장소도 그때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지난 몇년 간은 주로 '번개 모임'으로 이뤄왔습니다.
시, '동행자'
http://cafe.daum.net/coolwelfare/Rr6W/30
읽고 나눌 사회사업 대학생, 언제든 환영합니다.
재미나게 나누고 싶어요.
첫댓글 참 재미있었겠어요!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들이 참 많습니다.
얼른 구슬 모여서 <삶은 기적이다> 나누고 싶습니다.
반갑고 즐거웠어요.
늘 그렇듯 이날도 시간이 아쉬웠어요.
늦은 밤까지 나누던 때가 그리워요.
@김세진 이번에 모이면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를 더 소중히 마음껏 누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큽니다.
순례 다니면서 소중한 시간들 알차게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