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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사진편지 제2178호 (14/11/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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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회 '하늘공원 둘레길' 주말걷기 후기
글, 안내, 편집 : 박동진(한사모 회원<dongjin0101@dream.wiz.com> )안내 : 방규명(한사모 회원<bkm0724@daum.net>) 사진 : 이영균(한사모 사진위원<ykrhee10@hanmail.net>)
고영수, 김석진, 박찬도, 박화서, 심상석, 안철주, 윤종영. 이경환, 이석용, 이영균, 이흥주, 장주익, 김소영, 김옥연, 나병숙, 박현자, 송군자, 윤삼가, 이순애, 이영례, 임정순, 최경숙, 정영숙 권영춘.신금자, 김영신.윤정자, 김창석.김경진, 김태종.양정옥, 박동진.방규명, 신원영.손귀연, 이달희.박정임, 이창조.정광자, 정전택.김채식, 정정균.임금자, 진풍길.소정자, 황금철.한숙이(47명).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섭섭한 얼굴들, 보고 또 봐도 연인처럼 그리운 얼굴들. 이레 만에 만나 눈 맞추고 입맞추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위대한 한사모 깃발, 가늠하기 힘들 만큼 무겁습니다. 정중하게 소중하게 받들어야 할 우리들의 얼인 것을.
오늘은 미틈달 스무사흩날 낮 2시 30분. 47명의 할망 하르방들이 362번째 떼 지어 걷기 위해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에 모여,
먼 훗날 ‘나도 젊었을 적이 있었지’ 하며 미소 짓기 위해 인증, 인증샷.
이석용 단장님으로부터 새얼굴 소개가 있었습니다. 정영숙 님. 현 은평문화원 사무국장. 오래 전부터 한사모를 동경해 오다 신원영 님의 소개로 참석하게 됐다면서 열심히 걷고 열심히 심부름할 테니 무슨 일이든 시켜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언젠가 난초 지초 널브러졌던 난지공원 둘러보며 행여 옛향기 뿜어내던 흔적 찾을 수 있을까 미련 보듬으며 걸음 사뿐 내딛습니다.
왼쪽으로 홍제천이 흐르고 오른쪽엔 황포돛대 단 배모양의 건물이 흔들어도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산처럼 거만하게 서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른 역사의 현장. 한 시대의 큰 획 아롱 새겨진 4강 신화. 신들린 듯 풋풋하던 그 열정이 오늘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맑은 하늘 태양볕 왕성하던 한여름 수박 냉채 닮은 강바람 살살 몰고 와 만들어 주던 질퍽한 푸른 그늘, 아쉬워라, 세월의 바람에 옷 벗긴 채 바짝 마른 수액 갈무리하며 지난날의 영화 반추하며 쉬는 회한의 긴 숨소리 들리는 듯합니다.
좁고 가파른 나무계단 내려가 곧게 뻗은 산책길과 조우합니다. 무서울세라 씽씽 달리는 자동차길 눈앞에 두고 방향 바꾼 건 행여 사주팔자 日辰에도 없는 사고 날까 쓸잘데없는 걱정 때문.
자전거와 사람이 공존하는 길. 왼쪽으로 가면 홍제동, 오른쪽으로 가면 한강 둔치. 홍제천은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조성한 생태하천이라던가요?
강변길 피해 평화의 공원길 택한 건 흙냄새 새삼 고팠기 때문입니다. 단조로운 코스에 주는 변화 또한 작은 멋일 테고. 걷는 이의 마음 살찌게 하고프다는 사치스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구요.
숲길로 들어서면서 '시가 흐르는 공원'을 만납니다. 이름 참 멋지지 않습니까? 잘 다듬어진 쑥돌 시비에 알알이 박힌 詩語들이 톡톡 튀어나와 메마른 가슴 몽실몽실 건드릴 것만 같습니다.
모양내기에 올인 하던 공원이 '삶의 질'이 고프다는 외침에 마침내 참인간 감성의 눈을 뜨게 된 게지요. 공원 찾는 사람들의 심성을 한 뼘만큼 더 보듬어주려는 센스.
살아가는데 시나부랭이가 무슨 소용? 하는 사람 더러 있습니다만 무지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요? 꽃이 없는 세상. 얼마나 삭막할지 상상이나 해보셨는지요?
길 가장자리 군데군데 ‘갈대까지 가보자’던 갈대 무리가 칼바람 기다리며 초겨울 ‘미친 날씨’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하늘공원 정상에 질펀하던 은빛 억새밭은 지금쯤 어떤 모양일는지요? 마라도 들판의 억새풀은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지니고 있을까요?
난지연못 끼고 걷는 기분이 특별합니다. 물탕지고 노닐 물고기 보지 못해 서운하지만 하늘 높이 치솟는 물줄기 상상하며 스스로 위안할 밖에요.
에너지드림센터 앞에서 잠시 숨고르며 목을 축입니다. 나이 들면 피부가 쭈글거리기 마련인데 그건 수분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노인들이 물 적게 마시는 건 갈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니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15분마다 물 마시라는 말 명심, 또 명심을.
에너지드림센터를 눈견학하며 지납니다. 집안이 추울 땐 따듯하게, 더울 땐 시원하게, TV와 컴퓨터를 켜도 전기값을 내지 않는 비밀을 은밀히 알려주는 곳.
해가 꿈이 되고, 땅이 꿈이 되는 것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15년 불모의 땅 쓰레기더미에서 꽃은 이미 지고 피고 있으니까요.
* 평화의 공원(사람이 평화롭게 만나는) * 하늘공원(하늘과 맞닿은 초원) * 노을공원(서울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 난지공원(버들가지 피어나는). 월드컵공원은 4개의 공원을 아우른다고 안내책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분세락(轉糞世樂). ‘개똥밭에 뒹굴어도 살아있는 것이 즐겁다’는 뜻이라는데 죽는 것보다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좋다는 의미겠습니다 만 걷지 않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보편적 진리’를 깨우친 그 할망 하르방들이 구름다리 건너 다시 작은 숲길로 들어섭니다.
아름답던 길. 11월의 숲길은 쓸쓸한 시골의 간이역 같고 민낯 드러낸 겨울나무는 쭈글 할망의 얼굴을 보는 느낌입니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동굴 속처럼 으스스 한기 도는 분위기여서 특별함을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포토 존입니다. 지금은 살 덜어낸 나뭇가지가 무미건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만.
악취 풍기던 쓰레기 더미, 그래서 버려졌던 땅 난지도.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되어 전설로 가고 있습니다.
500여종의 식물과 800여종의 새, 곤충, 야생동물 따위가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니 그럴 밖에요.
눈앞에 길게 뻗은 길, 이국적인 풍경입니다.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처럼 끝 간 데 없이 뻗은 숲길 900m.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뾰족탑처럼 솟아오른 나무는 1999년에 조성됐다는 메타세콰이어입니다.
사과나무는 하늘 꼭대기까지 왜 올라가려고 하는지 그 노력이 중요한 것이지 지구에서 필요없는 사과 떨어지는 것과 달의 중력 비교가 왜 중요하냐며 뉴턴을 질타한 사회학자 괴테의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
아직도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만.
하나 둘 나뭇잎 흩날리는 어느 스산한 가을날 오후, 거칠어진 아내 손 슬며시 잡고 걷다가 뉘엿뉘엿 서녘하늘 붉은 노을 앞에서 조금은 괜찮았던 기억의 편린 더듬으며 행복했노라고, 고마웠노라고, 미안했노라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노라고 고백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킥킥 멋쩍게 웃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의 일이기는 합니다만.
터널의 끝. 무상으로 달려온 한 해의 끄트머리처럼 보이던 곳,
한여름 영화롭던 잔해가 퇴색한 낙엽처럼 뒹굴고 있어 보는 이의 처연한 가슴 달래주는 건 역시 그것이었지요.
화서표 인절미는 '먹는 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를,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홍차에 빠진 위스키'는 삶의 멋이 어떤 것인지를 실증하는 좋은 본보기일 테니까요.
헌데 김창석 님 바쁜 일 미뤄두고 헐레벌떡 달려와 ‘번개 카페’를 여는 민첩성과 ‘고객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줘 꾼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땀 뻘뻘, 헉헉 가쁜 숨 몰아쉬며 함께 지각 합류한 이경환 님, 김경진 님의 정성 지극한 한사모 사랑에 기다리던 이들의 마음 움직여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그 소리 시리도록 맑은 하늘에 한 땀 한 땀 수놓으며 가쁜가쁜 날아갑니다.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건 보석만이 아니지요. 바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지만 행여 앉았던 자리 자리날까 세상의 번뇌 쓸어버리듯 빗자루 찾아든 분은 꽃향기보다 아름다운 심성지닌 권영춘 님이십니다.
느릿느릿 후미가 빨리빨리 선두를 가끔씩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난지미술합작스튜디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자원회수시설, 지역난방공사를 옆에 끼고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올랐습니다.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질서정연하지는 않아도 끼리끼리 걷는 모습이 마치 백합의 향기 같습니다.
깃발을 따르는 행렬이 장관입니다.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머리끝으로 불끈 치솟는 무슨 연유인지요?
서로 마주치며 옷깃 스쳐도 모르던 사람들, 내가 아프고 괴로울 때 모른 척 했던 사람들이었지요만 지금은 아픔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는 좋은 사이가 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사모란 울타리 안에서 잔정 큰정을 탑처럼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나이 70줄에 들어서면 무언가 배우려하지 말고 그동안 배웠던 것을 나눠줘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열병합발전소와 박정희대통령기념관 둘러보기를 접었습니다.
콩크리트 바닥길, 돌길 피해 난지천공원길로 들어섰습니다. 익숙했던 주위 풍경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외부인 출입을 거절하는 처녀림 같은.
흙길 걷는 감촉이 비단처럼 사뭇 보드랍습니다. 땅이 뿜는 자기장하며 잣나무들이 선사하는 ‘자연의 비타민’ 음이온이 와락 달려듭니다.
기분이 한층 상승하는 건 그 땅의 자장과 숲의 음이온 때문 아닐는지요? 맨발로 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는 인내를 배움니다.
마침내 아기다리고기다리던식당 '한국의 집'입니다. ‘한사모 환영합니다’란 투박한 글씨가 살짝 가슴 따듯하게 느껴집니다. 왠지 사장님의 마음씨처럼 음식도 정갈하고 맛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볼품없어 조금은 초라해보이지만 나중에 해물파전이놓였습니다.
뽀글뽀글 지글지글. 울 엄마 같은 냄새의 알갱이가 자진모리장단처럼 온몸으로 스며듭니다.
곰삭은 묵은지인지 숙성된 익은지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김치맛은 담그는 사람마다 다르고 찌개는 만든이 손맛 따라 다른 것을...
사골 국물에 돼지고기 살짝 넣어 끌인 국민찌개 ‘김치전골’ 앞에서 막걸리 잔 들고 하는 건배사가 어울릴법한데,
이석용 단장님의 하늘만큼 땅만큼 큰 배려로 39년 된 인삼주로 대신하는 특혜를 받았습니다, (39년 전 제 아들을 낳았을 때 손자 돌잔치에 쓰려고 담갔던 것인데 그 애가 결혼 7년만에 지난 7월에야 아들을 생산했습니다.)
시원털털한 멋쟁이,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황금철 님이 빈티지 39년생 코리안진셍을 일일이 따라주는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한잔 받았지요만.
《한사모는》 - 《批非不! 批非不!! 批非不!!!》로 삼창을 했습니다. (비-비판하지 않는다, 비-비난하지 않는다, 불-불평하지 않는다)
볼거리 없는 단순한 길 걸으면서도, 부족하고 서툰 안내자 따르면서도 탓하는 사람 없었으니까요. 아니 내 귀에는 그런 소리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후식으로 나온 달고 맛있는 감귤은 한사모의 팔방미인 김창석, 김경진 내외분이 마련해주신 특별진상품입니다. 감귤의 달콤한 맛으로 식사 마무리를 산뜻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규명 님이 마련한 참쌀로 만든 깨알만한 알떡입니다. 날씨 추워 행여 떡 굳을까 마음끓이다 새벽녘에 강남 떡집에서 찾아왔습니다. 맛있게 먹었다는 말씀 한 마디에 그간의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답니다.
크고 무거운 한사모 깃발을 다음 주, 제363회 주말걷기 안내를 맡은 안철주 주말걷기부단장님께 넘겨드리고 나서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오늘 처음 걸은 정영숙 님은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고 열심히 걸으실께요” 라는 색다른 캐콘 유행어로 하신 소감에,
이석용 단장님은 빠지지 않고 나오겠다는 말에 고무되어 가장 훌륭한 소감이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인연은 하늘이 만들어 주는 것이고 그것을 잇는 것은 사람이라는 말을 새삼 음미해 봅니다. 한사모.
함께 걸으며 내색하지 않고 지나가는 소리하듯 조근조근 도와주신 이석용 단장님, 쉬지 못하고, 마시지 못하고, 둘러보지 못하고, 쉼없이 셔터와 씨름하신 이영균 사진위원님 고맙습니다.
함께 걸은 모든 분들, 그리고 오늘 참가 못하신 한사모 회원 모두에게 하늘의 축복 땅의 평강 있을진저.
아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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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답고 향기 나는 후기입니다. 문학적 저력과 정성이 빚어낸 예술입니다. 그리고 박동진 회원님은 한사모의 또 하나의 명언을 선사하셨습니다. "인연은 하늘이 만들어 주고 그것을 잇는 것은 사람이다" 박 회원님 말씀대로 한사모는 어쩌면 하늘이 만들어 준 인연인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인연을 우리 회원 각자가 소중하게 잘 가꾸며 지켜가야 할 것이라고 저도 생각해왔습니다. 최선을 다해 주말걷기 안내 책임을 훌륭하게 완수하신 그간의 노고와 정성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드립니다. 사람은 정성에 감동하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졸필에 과분한 말씀입니다. 대표님은 늘 좋은 점만 찾아 칭찬해 주시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그야말로 '참사람' 입니다. 격려의 글로 알겠습니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을 잘 읽었어요. 감사드립니다. 어리와 희망 드림
걸을 때 동무해주시면서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글까지 남겨주셨군요. 어리님, 희망 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