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한산둘렉릴 완주(3박 4일)***
-.일자 : 2015년 11월 5일(2일차)
-.구간 : 5구간, 6구간, 7구간, 8구간, 9구간, 10구간
-.거리 : 20.3km
-.경비 :436300원( 병천순대 24000, 세분마트 11100,가보세나(점심)47000, 북한산갈비 160000, 대리비 30000, 포장마차국수 12600,만두 6000, 만트바모텔 55000.편의점 3600)
피곤했던지 세월 탓인지 주군이 깨워서야 일어난다.
대충 씻고 모텔을 나서는데 안녕이 가시란 꾀꼬리 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웬지 쑥스럽다.
아침을 해장국으로 하니 또 자연히 소주는 딸려 나와 출발부터 알딸딸해져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바뀌어 아름다워 보인다.
둘레길은 정릉주차장에서 좌측으로 갈채 쳐 산허리를 돌아간다.
아니다 직등하여 완전하게 힘을 빼며 방금 보충한 유사 알콜의 성능을 시험한다.
숨을 헥헥거리며 올라가면서도 온통 알록달록 만산홍엽으로 치장한 숲속이라 홍등가에서 놀던 어제의 습성은 버리지 못한 채 자연스레 풍월을 흘러나온다.
참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 게 산이다.
그저 보는 데로 느끼는 데로 아무렇게나 주절대도 탓할 사람이 없고 오히려 이에 동조하며 희희낙락이다.
산속은 식상할까 봐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화를 시도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찾아 든 안식처이기에 그저 그 존재로써 숭배대상이다.
형제봉 능선이라 산길은 여기저기서 합체되고 또 갈래 쳐 나가나 둘레길의 안내판이 김유신이 탄 말처럼 자연스레 둘레길로 이끌어 임도와 합류되는 너른 광장에 올려 놓는다.
모든 것들이 깨끗하게 정돈된 것이 여긴 화장실 조차도 어느 부잣집의 별장보다 좋아 보이는 산속이다.
5구간의 등로상태가 상급이라 무척 긴장을 했고 올라오며 역시나 그 값어치를 해서 이젠 오름길의 정점을 찍은 듯 한데 너른 길로 길은 여전히 어지럽다.
내림길에 커다란 바위가 이색적이고 간이화장실은 물 부족으로 임시폐쇄 시켜 놓았는데 나중에 이것이 두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한다.
평창지킴터에서 찻길인 도로를 따른다.
아래로는 북악스카이웨이로도 이어지고 둘레길은 평창동 마을길이 된다.
아~~ 이동네 넘 짜증난다.
집들은 위압감을 안겨주고 지나가는 사람하나 없으니 가계도 있을 리 없다.
풍수지리 상으로도 뒤로는 북한산을 앞으로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두고 있으니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음이다.
요즘 부자 기 받기 여행코스가 있다더니 주군은 산을 거슬러 오르고 몰빵은 간이용을 찾아 영역표시를 하는 영악함을 보인다.ㅋ
언덕베기를 넘어서자 말자 차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냄새가 나는 구기동이다.
구기터널로 넘어가는 길목으로 차들이 많지만 이도 괘념치 않는 것은 좀 전에 지나왔던 곳의 무미건조함이 전달해주는 소외감 때문이다.
일단 이곳은 가계도 있다.
보상심리는 아니지만 우아하게 세계맥주로 목을 축이고 산성 길을 오른다.
역시나 숲은 편안함을 흙 길은 푹신함에 발바닥의 열기 마저 식혀주고 방금 마셨던 맥주로 가빠오는 숨을 마른침으로 억누르며 오른 탕춘대성암문은 5구간의 포트포인트로서 조금 거리를 두었던 두 사람들을 모여들게도 만드는 작용을 한다.
산이 도심지 안에 있어 이곳도 공원화된 듯 잘 정돈된 길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다 벌어야 먹고 사니 주변에선 그래도 나름 우리가 젤로 젊다..ㅎ
직장이 없었더라면 쪽 팔릴뻔했지만 우리만큼 자연과 벗하며 여유를 부린 사람들도 극소수라 어깨에 힘마저 들어간다.
건너편으로는 족두리봉의 능선이 늠름하게 흘러가고 있어 자꾸만 눈길이 가고 결국은 전망대에서 죽치고 앉아 초뺑이 들의 의식을 치룬다.
세상사는 거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산천을 바라보며 벗들과 함께 맥주나 한잔 나누는 것이지...
정작 행운의 클로버는 발 밑에 있다고 행복은 멀리에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이순간이다.
철이 지난 장미공원은 쫌 시시하다.
구기동터널로 왔으면 금방인 거리를 삥 돌아 왔지만 인생사가 그러하듯 굴곡 없는 산길은 재미 또한 없다.
나무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른다.
산 아랜 도심지가 펼쳐지고 산비탈로 데크가 쭉 이어진 것이 산길이 꽤나 긴 모양이다.
역시나 우릴 모이게 하는 것은 스탬프의 포트포인트로 잠시 지나온 행적을 뒤돌아 보고 또 진행을 재설정하는 시간도 된다.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는데 앞으로 거대한 아파트군락지인 현대힐스테이트가 버티고 있어 이곳의 통과여부가 관건이 되나 결국 산길로만 이어져 이젠 뭘 먹어도 맛있을 시간에 불광중학교를 지척에 둔 도심 공원에 내려선다.
공원의 커다란 느티나무를 정원수로 두고 있는 가계는 운치가 있어 절로 발길을 이끄는데 주인의 말대로 국가에서 관리를 해주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명당자리다.
두부전골을 주문했다가 옆 테이블에 현혹되어 닭도리탕으로 메뉴를 바꿨는데 이는 시간을 잡아먹고 이가 부실한 주군에게는 고문에 가까워 결국은 반도 못 먹고 길을 나선다.
저 넘의 도라지가 주 원인이었다.
산행 후 서울팀과의 미팅이 잡혀 있어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 서둔다.
등로는 하급으로 바뀌어 수월한 편이고 북한산 인수봉의 자태와 단풍 억새가 조화를 이뤄 그 단순함을 상쇄 시킨다.
은평구의 뉴타운은 도심의 삭막함을 안겨주나 둘레길만큼은 운치가 있어 발걸음이 가볍고 쭉쭉 솟은 나무와 노랗게 물들어 있는 은행나무숲은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도로와 가까워 차 소리가 들려오는 중에서도 어쨌든 간 마음이 평온한 것은 오색의 가을빛깔 때문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갈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간지럽히기 때문이다.
오색의 나뭇잎과는 대조적인 노란 은행잎의 화사한 색감은 사색에 젖게 만들어서 책갈피에 끼워 둔 추억 한자락을 끄집어 내고 싶다.
진관공원지킴터 갈림길을 지나고 한옥마을조성지 지나 북한산성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의상봉에 다녀온 팀과 극적으로 합류하는 기적을 만들어 놓았으니 오늘의 할당량은 무의미하다.요 며칠 날씨가 급랭하여 겨울 옷을 걸쳐 입은 주군을 생각해 벌걸음을 멈추고 상가지역에서 팀 복을 마련하여 둘레길을 벗어나 서울투어 길로 갈아탄다.
차를 타고 다시금 거슬러 나온 뉴타운은 역시나 삭막하여 밥먹을 곳조차 찾지 못하고 다시금 진관동까지 이동한다.
네온이 춤을 추는 서울의 밤거리..
그녀의 손을 잡고 행복에 젖어 거닐던 그 거리...
밤은 짧기만 하고 겨우 내일 아니 오늘을 위해 찾아 들어간 숙소에서의 잠은 토막잠이 될 수 밖에......
첫댓글 부자동네 평창동마을에 영환이랑 내가 뭐하구 왔는지 아는사람 없을끼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