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령마을의 하룻밤

[김형두]

금년으로 42년이 된 모임이 있다. 1974년 내  첫아들이 태어나던 해, 직장내에 산을 좋아하는 몇몇이 의기투합하여 등산모임을 만들었고, 전국 방방곡곡 유명하다는 산을 수없이 누비고 다녔다. 애들이 커가면서 매년 여름방학이면 가족동반 휴가를 바닷가 해수욕장이나 설악산 계곡에서 야영도 하곤 했는데, 그당시 어린것들이 지금 결혼해서 또 자식까지 뒀으니 세월이 참 빠르게 흘렀음을 실감케 한다.

세월따라 모임을 떠난 회원들도 생겼고, 또 떠난 자리에는 새로 영입한 후배들로 채워지면서 지금은 14명, 부부동반으로 모이면 28명의 대가족이 매월 한 차례식 가벼운 등산이나 걷기를 하는데, 금년 10월에는 강원도 오지인 이름도 생소한 소똥령마을을 찾아 하루를 묵었다.

진부령 정상에서 간성 방향으로 약 12Km정도 내려오면 산 아래 아늑하게 자리한 소똥령마을. 산 아래 해발 300∼400m에 아늑하게 자리한 마을 이름에 정감이 간다. 소 캐릭터가 귀엽게 자리 잡고 장승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마을 주변에 물이 풍부해 칡소, 멍덕소, 명주소, 소팽이골 등 크고 작은 계곡이 많다. 하루 정도 느긋하게 머물수 있는 펜션부터 농촌체험관, 자연생태체험학습장, 교육농장 등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소똥령.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웃음이 흘러나온다. 소똥령은 고성군 간성읍 진부리와 장신유원지 사이에 있는 높지 않은 고개다. 이 고개를 넘어가는 약 3.4㎞의 트레킹 코스는 천연 그대로의 숲길로 생태의 보고(寶庫)이다.

소똥령의 본래 이름은 소동령(小東嶺)이다. ‘작은 동쪽 고개’라는 뜻이다. 하지만 백두대간의 고개 중에서 작다는 뜻이지 결코 만만히 볼 게 아니다. 미시령과 한계령에 비해 경사가 비교적 낮은 진부령에서 간성읍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소똥령은 옛날 국도1번지로 한양가던 길이었다. 청운의 꿈을 품은 선비가 괴나리봇짐 메고 과거 보러 가던 길이기도 하고 소와 비단을 물물교환하기 위해 넘다가 산적을 만나기도 했던 고개이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지나다녀서 자연적으로 길이 파여 생긴 소똥 모양의 봉우리 때문에 소똥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고개 정상에 주막이 있었는데 원통장으로 팔려가는 소들이 주막 앞에다 똥을 많이 누어 소똥령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연유가 무엇이든 소똥령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해학적이고 진한 고향의 향기는 포근하고 정겹다.

▼우리일행은 소똥령마을 '폭포가 있는 민박' 집에 여장을 풀었다.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소똥령' 봉우리다.

▼민박집 마당에서 쥔장(뒷모습)의 6.25때 무용담을 듣는다. 현재 연세가 80이 넘은 쥔장은 '켈로부대' 출신이라고 한다.

▼민박집 안주인은 염색, 압화 등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마을은 '송이버섯' 산지라고 한다. 송이버섯 맛을 보고있다.

▼저녁식사는 마을회관에서 부녀회가 특별히 마련해 주었다.

▼다음날 아침 민박집을 떠나기 전 기념사진. 가운데가 쥔장 내외

▼마을 계곡

▼소똥령마을에 왔으니 '소똥령 숲길' 트레킹에 나선다.

▼트레킹 코스는 소똥령 마을-칙소폭포-소똥령 3봉-소똥령 2봉-소똥령 1봉-소똥령 구름다리. (3.34km/2시간)

▼송이버섯 마을 답게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웅장한 굉음에 이끌려 칡소폭포로 내려선다. 높이 3m에 불과한 폭포는 엄청난 물을 쏟아내며 주변의 단풍과 함께 수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칙소폭포 구경을 마치고 소똥령 3봉을 향하여 오른다.

▼칡소폭포 소리 들리는 곳’이라는 색다른 푯말이 반긴다. 발 아래 흐르는 북천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소똥령 3봉

▼소똥령 2봉

▼소똥령 1봉

▼1봉을 내려가니 다시 울창한 숲길이 나타나고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나타나는 북천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58m, 폭 1.5m의 구름(출렁)다리

▼이름도 출렁다리, 하늘다리 다양하다.

▼북천계곡

▼출렁다리를 지나 진부령에서 간성으로 가다 만나는 ‘소똥령 입구’ 안내판.

보통 소똥령 숲길 트레킹은 이곳에서 시작하여 1,2,3봉을 넘어 칙소폭포-소똥령마을 코스로 간다.

소똥령 숲길 걷기는 이곳에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