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배낭을 지고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10분 정도? 걸을 만하다. 나콘파놈까지는 50킬로미터, 버스로 한 시간 거리다. 버스 요금은 40밧.
콩찌암부터는 예약 없이 숙소를 잡는 게 버릇이 되었지만, 이곳 나콘파놈에는 800밧짜리 4성 호텔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더리버 호텔) 이틀 전부터 예약을 시도했으나 애석하게도 방이 없단다. 열심히 검색한 끝에 달라리노브텔을 찍어서 찾아갔더니 450밧에 깔끔한 호텔이다. 태국말로는 롱램달라, 리노브텔이란 건 리노베이션을 한 호텔이란 뜻인가 보다.
바닷가로 걸어 나가서 우선 밥을 먹고 나서,
박물관이란 이름이 붙은 옛 지방장관의 공관에 들어가 지역의 역사를 잠시 일별하고 (입장료가 있다. 50밧)
도시 북쪽에 오래된 성당이 있다기에 어슬렁어슬렁 찾아갔다. 오래 되기도 했지만 제법 규모가 크고 건축미도 독특한 성당이다. 신도들이 꽤 많을것 같은 분위기인데 예배 시간이 아니라 문이 닫혀 있다. 성안나 농쌩 성당.
중심쪽으로 내려오면서 보니 강변을 따라 야시장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베트남인들이 1960년대에 고국으로 단체로 귀환하면서 세웠다는 시계탑을 지나 시장이 길게 이어지는데
(강을 따라 길게 만들어 놓은 관람석은 축제 때 보트레이스?를 구경하기 위함이란다.)
어느 절 (왓오깟) 근처에서 유람선을 발견했다. 벌써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고 거의 마감되는 분위기라 고민할 새도 없이 무작정 선착장으로 뛰어 내려갔다. 이거 유람선이죠? 맞아요, 얼른 타요. 얼마에요? 50밧. 표는 어디서? 그냥 타란다. 요금은 배 안에서 걷는다고.
잠시 후에 유람선은 태국쪽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까 그 성당 근처까지 올라가더니 방향을 바꾸어 라오스 쪽으로, 라오스쪽 강변을 따라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게 웬 보너스인가? 소문으로도 못 들어 본 50밧짜리 일몰 크루즈를 갑자기 만나서 이렇게 멋진 구경을 하다니! 라오스쪽을 지날 무렵부터는 해가 넘어가서 야경이 시작된다.
출발했던 선착장보다 조금 남쪽까지 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한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위 마지막 사진의 (손바닥 아니고 횃불도 아니고) 나가상이 (시계탑을 대신하는) 나콘파놈의 새로운 랜드마크인가 보다.
이제는 사람들로 가득해진 야시장을 헤쳐 올라오며 사소한 쇼핑을 하고, 저녁은 내려가다가 보아 두었던 99밧짜리 수끼집에서 먹었다. 이 큰 야시장은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열린다고 한다.
돌아오다가 보니 우리 숙소 바로 옆 건물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무까타인가? 내일은 저기서 먹어 보자!
12월 23일
이 동네, 느낌이 좋다. 일단 숙소를 하루 연장해 놓고서 길을 나섰다. 나서긴 했는데 어딜 가지? 과히 멀지 않은 곳에 호치민 생가가 있다는데 걸어서 가 볼까? 그러나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덥다. 20분쯤 걸어가다가 지쳐서 뚝뚝을 찾아 보는데, 한참만에 나타난 뚝뚝 아저씨는 호치민 생가를 간다는 말에 고개를 젓더니 마침 지나가는 다른 뚝뚝을 잡아 준다. 이유를 모르겠다. 뚝뚝 상태는 비슷해 보이는데 장거리라 못 가는 걸까? 아니면 영업용이 아닌데 우릴 도와주러 멈춘 것일까? 하여튼 100밧을 주기로 하고 뚝뚝을 탔는데 이 아저씨도 좀 이상하다. 5분만 어쩌구 하길래 5분이 걸린다는 얘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목적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탔으니 서쪽으로 가야 하는데 남동쪽으로 간다. 중간에 어떤 식당 앞에 서더니 돈을 꺼낸다. 나 잔돈 있는데? 돈 안 바꿔도 돼요. 그것은 나의 오해. 미리 얘기가 되어 있었는지 식당 아줌마가 도시락을 들고 나온다. 아, 식사를 안 하셨구나! 그러나 그것도 오해였다. 뚝뚝은 나가상이 있는 강변 근처까지 나왔다가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어느새 절 마당이다. 아저씨는 차에서 내려 젊은 스님에게 도시락을 전해 준다. 아마도 보통의 탁발은 아닐 것이다. 혹시 저 스님이 이 아저씨의 아들일까?
야쏘턴에서도 자기 볼일 먼저 보는 썽태우 기사를 보았던지라 자기 볼일부터 보는 뚝뚝 아저씨에게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 아저씨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나? (5분만 자기 볼일을 보겠다는 얘기였는데 우리가 잘못 알아들은 것이지.) 호치민 생가 입구에서 내려 들어가 보니 정말 소박한 집이다. 결혼도 않고 평생을 나라(또는 혁명)를 위해 헌신한 호아저씨의 진면목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자료를 보니 1928년 경에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것이 진짜 생가)
근처에 호치민 박물관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니 박물관이 두 군데나 된다. 이미 있는 것도 꽤 커다란 2층 건물인데, 새로 짓고 있는 쪽은 규모가 대단하다. 사실 호치민이 이곳에서 살았을 때는 태국 왕실의 적이었을텐데 (그러니 가명으로 숨어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양국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보니 태국쪽에서도 이런 기념 사업에 열심인 모양이다.
(요것은 새로 짓고 있는 기념관에 지어진 복제품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엉뚱한 곳에서 호아저씨를 만나서 반가웠다. 문제는 다음 행선지. 지도에서 발견한 아쿠아리움이 별로 멀어 보이지 않아서 걷기 시작했는데 (뚝뚝이든 택시든 보이지 않으니 다른 방도도 없다.) 생각보다 먼 길이고 해는 뜨겁다. 더구나 먼지 날리는 흙길이다. 더운 날씨를 유난히 못 견뎌하는 옆지기님이 이번 여행 중 가장 (거의 유일하게?) 짜증을 냈던 코스였다. 미안하우. 아쿠아리움은 메콩강의 민물고기들을 모아 놓은 곳으로 코엑스의 초대형 아쿠아리움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공부도 되고 눈요기도 되는 괜찮은 분위기였다. 입장료는 소박하게 30밧.
(아쿠아리움 안에 우정의 다리가 있네? 내가 좋아하는 매직 아트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