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인간」 프랑스 발카레스 초대展
거장 조각가 문신에게 올리는 존중의 예우
발카레스 해변 한 켠으로/
시지프스의 신화가 흐르고/
고래의 거친 호흡이 밀어 올린/
‘태양의 인간’이 서 있다/
아프리카 밀림의 전설을 불러낼 듯/
장엄한 토템과 모래알의 유희가 이루어진다/
범선 리디아호(號)에게로 야자수 몇 잎 걸치면/
달은 푸른 물결 위에 새벽 별 불러온다/
아직, 발카레스/
문신의 뜨거운 조형의 열기가 퍼져있는 듯하다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발카레스(Barcarès, 시장 알랭 페랑, Alain Ferrand)에서 문신(MOON SHIN, 본명 문안신, 文安信, 1922~1995) 탄생 백주년 기념 「태양의 인간, Homme du Soleil」 초대展이 열리고 있다. 문신은 자신의 작품으로 발카레스를 관광 도시로 우뚝 서게 만든 초기 건설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뮤제드사브르(Musée des Sables, 모래사장 미술관)의 문신 조각은 예술의 보편적 가치를 보여주는 전례(典例)이다. 알랭 페랑 발카레스 시장은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고, 국제 교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문신은 한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조각가이다. 문신은 1961년 도불하여 추상화에 전념하다가 60년대 중반부터 조각이 중심 작업이 되었다. 그는 1970년 항구도시 발카레스 국제조각 심포지엄에 「태양의 인간, Homme du Soleil」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조각가가 부상했다. 이 작품은 50여 년 동안 발카레스의 문화적 영향에 이바지한 상징이 되었다. 문신은 프랑스로의 귀화 대상자, 프랑스 세계3대 조각전, 동유럽순회전, ‘르 피가로’紙 일면을 장식한 조각가, 전철에는 문신의 작품이 소개될 정도로 당대의 프랑스 인기 조각가였다.
지중해의 연안 발카레스 시(市)는 유럽문화유산의 날인 7월 29일부터 발카레스를 빛낸 조각가 문신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로 문신의 부인인 한국화가 최성숙과 13명의 한국 미술가들(고송화, 김시보, 김영희, 김현숙, 문창돈, 박수환, 윤혜성, 이영인, 정대수, 정희정, 홍일화, 홍현주, 심유하)의 60여 점의 작품을 발카레스의 상징인 ‘리디아’(그리스 선박을 활용한 크루즈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최성숙은 발카레스에서의 전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문신미술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뜻깊게 한 한국 대표단과 알랭 페랑 시장과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발카레스 시청에서 열렸다.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발카레스 시(市)의 행사는 해변 조각 전시장에 문신의 조각을 불빛으로 표현한 ‘돌고래, Dauphin’(2022), ‘우주를 향하여, Vers le Cosmos’(2022)와 같은 불빛 조각을 선보이고, ‘메종 드 아르’(Maison de Arts)에서는 문신의 청동 조각 20점, 설치 디자인 20점, 연필, 펜, 잉크, 파스텔 드로잉 20점과 그의 부인 한국화가 최성숙의 작품 50여 점을 9월 말까지 전시하고 있다.
전시 조각품은 2m에 이르는 청동 조각인 ‘달과 조화, La lune et l'harmonie’외 ‘무제, Sans titre’(4면이 모두 다른 추상 조각 부조, 2022, F.R.P), ‘어부, Pêcheurs’(1946, 청동), ‘무제’(1980, 청동), ‘무제’(1976, 청동), ‘무제’(1980, 청동), ‘무제’(1991, 청동), ‘무제’(1990, 청동), ‘무제’(1986, 청동), ‘개미, Fourmi’(1976, 청동), ‘화-和, Harmonie’(1991, 청동), ‘무제’(1989, 청동) 등 20점이다. 1980년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문신의 대표작은 1988년 올림픽을 기념하여 제작한 ‘올림픽 1988’(25m)이다.
문신과 발카레스와의 관계는 1970년부터 시작되었다. 발카레스에서 최성숙(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명예관장,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관장)은 세 곳에서의 전시로 분주했다. 알레 데 자르(Allée des Arts)에 상설 불빛조각 설치에 합의했고, 리디아(Lydia)미술관에서 문신 청동조각전 및 한국작가전을 진행했고, 메종데쟈르(Maison de Arts)에 문신·최성숙 회화전을 연 것이다. 부시장 마담 듀포(Madam Duffaud), 시의장 마리 앨렌느(Marie Hélène), 문화부장 쥴리앙 아놀드(Julien Arnold)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다.
장석용(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