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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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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유롭게... 스크랩 14.노마디즘의 선각자 니콜라이 로에리치를 찾아서
몽나니 추천 0 조회 21 10.11.11 15:2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인도 라다크를 가다]석양에 물든 히말라야의 설경…생명력 넘치는 그림 일품
14.노마디즘의 선각자 니콜라이 로에리치를 찾아서
히말라야의 신비 가장 잘 표현한 러시아 화가
인도·티베트서 체득한 철학적 사유 작품 반영
설산의 풍경과 황량한 대지 간결한 구도로 묘사
2010년 11월 10일 (수) 21:35:31 박철종 기자 bigbell@ksilbo.co.kr
   
 
  ▲ 니콜라이 로에리치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꿀루(Kullu) 계곡은 넓고 깊었다. 어진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둥글고 부드러웠다. 팔뚝만한 송어가 자맥질을 하는 베아스(Beas)강 철교를 건너 히말라야 전나무 숲과 끝없이 이어진 과수원 사이를 버스는 툴툴거리며 달렸다.

지난해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러시아 화가 니콜라이 로에리치(Nicolai Roerich, 1874~1947년)의 비밀스런 작품을 보고 싶었다. 마날리에서 나가르(Nagger) 까지는 약 1시간,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콩나물시루 같던 버스가 한산해 지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느리게 풍경을 담았다. 지난해 만났던 풍경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중첩되어 나타났다. 그렇다고 그것이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찍어낸 똑 같은 풍경은 아니었다. 그사이 사과나무의 그늘은 한 뼘이나 넓어졌을 것이며 아이도 껑충, 자라 제 몫의 짐을 어깨에 감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갤러리로 향하는 언덕길이 새롭고, 길가에 핀 꽃들이 그래서 더욱 새로웠다.

나가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만년(晩年)까지 그가 살았던 그림 같은 갤러리가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지나 1층 전시실로 들어섰다. 크지 않은 전시실 가득, 그의 평생 화업(畵業)이 잔잔하지만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라다크 지방을 여행하면서 스케치한 그림과 히말라야 설산의 풍경, 황량한 대지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들을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었다. 대범하면서도 간결한 구도, 단색조이지만 풍부한 색감, 템페라(tempera) 화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이 작품 하나하나에 배어나 있었다. 노란색 하늘과 붉은 산, 갈색의 구릉이 있는 그림- ‘Study of Mountains‘ 템페라, 30.6×45.8㎝- 앞에서 잠시 사색에 잠겼다.
   
▲ 니꼴라이 로에리치 ‘Study of Mountains’ 템페라, 30.6×45.8㎝.


한 세기 전, 고국 러시아를 떠나 거침없이 세상을 떠돌았던 지식 유목민 한 사람이 노을 지는 라다크 땅 어딘가에서 깊은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설산 너머로 해가 질 때까지 그의 명상은 계속되고, 당나귀는 어서 가자 재촉하는데, 그는 스케치 북을 꺼내 석양에 물든 서산 풍경을 천천히 그리다가, 지웠다가, 다시 명상에 잠기길 반복했다. 왕방울만한 당나귀 눈가에 붉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때 즘 파이프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갔던 길을 되돌아오곤 하지 않았을까.

이렇듯 그의 깊은 철학적 사유는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고스란히 작품 속에서 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짐작컨대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티베트와 라다크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공부한 불교사상과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관조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이 그림 잘 그린 거야?”

“……”

“아빠! 이 그림 잘 그린 거냐고??”

“응”

“뭐라고?”

작품 앞에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아이는 짜증난 말투로 물었다.

“아빠는 우리 아들이 더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데.”

“……”


   
물결무늬 자연석을 세공한 시계. 5시27분에서 멈춰져 있다.

발길은 떨어지지 않는데 고개는 자꾸만 작품을 향했다. 그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가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었다. 서양미술사 상 니콜라이 로에리치는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병을 고치는 신묘한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히말라야를 가장 신비롭게 표현해낸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난한 여행자의 처지로 비싼 화집을 구입하기란 무척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뒤적이다 결국, 붉은 노을이 있는 엽서 한 묶음을 사서 갤러리를 나왔다. 목조 계단을 밟고 이층으로 향했다. 세월을 말해주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정겨움 보다는 소음으로 다가왔다.

이층은 창 밖으로만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역광으로 비치는 안을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고 쳐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집 주인이 큰 기침 하면서 거실에 들어올 것만 같이 그 시절 그대로를 재현해 놓고 있었다. 물결무늬 자연석을 세공한 시계는 5시23분에서 멈춰 있었다. 차고 있던 손목시계에 눈길이 갔다. 시계는 오후 5시5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30분만 더 있다가 가자?”
   
▲ 이상열 울산현대한국화회 회장 울산작가회의·수요시포럼 회원


“엄마 기다려, 그냥 가자!”

아이 손에 이끌려 내려온 마당가 나무 아래는 세월의 더께가 소복이 앉은 돌로 만든 힌두신상이 모셔져 있었다. 종교와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그의 광폭 스펙트럼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나가르가 한 눈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 엽서를 열어 보았다. 내일이면 가야 한 아득한 라다크의 풍경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시계는 5시 2십 5분을 지나고 있었고 막차는 여섯시 삼십분에 있었다.

이상열 울산현대한국화회 회장 울산작가회의·수요시포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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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11.11 16:38

    첫댓글 드디어 사진과 글이 올라왔군요. 인도. 철학적 사고의 나라. 제겐 가고 싶지만 선듯 나서기가 두려운 나라였어요.
    리콜라이 로에리치가 그런 화가 였군요.새로이 새깁니다. 히말리아를 가장 신비롭게 표현한 화가. 언젠가 가게되면
    들리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종일 밖에서 일했어요. 이제 저녁하려고 들어 왔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방금 미술방에 피카소에 대한 에세이 올렸습니다.

  • 작성자 10.12.01 23:04

    선생님 울산 아동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조큼 늦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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