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 사회에서 자식은 노동력을 뜻해 그 수가 많았다”며 “그러나 현대에선 이미 자식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수가 많을수록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래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재단법인 법인 LAB2050이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72.4%가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또 72.9%는 결혼해서 아이가 없어도 된다고 답변했다. (2018년 10월 성인 남녀 1047명 조사)
연구 책임자인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혼자 살기도 힘든데 엄마·아빠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며 “‘헬조선’에서 아이까지 키우는 것은 자신의 행복에 짐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50년엔 이런 생각이 사회 전반에 확산돼 나만 생각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절제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 추구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100명이 일 없는 95명 부양=경제위기는 ‘#배틀그라운드사회’의 상황을 악화시킬 또 다른 핵심 동인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가 대비하지 못한 곳에서 위험이 시작될 수 있다”며 “또 다시 IMF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온다면 한국사회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로선 ‘IMF’까지는 아니어도 대량실업은 충분히 예상된다.
“2033년까지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진다”(영국 옥스퍼드대)는 말처럼 기술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증발시키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도 2030년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AI가 인간보다 낫거나 같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50년 한국 사회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국회미래연구원은 ‘#다중(Multitude)사회’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파편화된 개인의 집합인 대중을 넘어, 각자의 자유를 맘껏 누리면서도 타인과 연대해 주도적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회를 말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협력과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편하고
▶3~4인 가구에 맞춰진 가족정책을 1인 가구에게도 불리하지 않도록 수정하며
▶앞으로 보편화 할 비혼 동거를 결혼과 같은 수준의 정책적 지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출산율 회복에 방점을 찍었던 정부 정책의 근본적 변화도 촉구했다.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13년간 143조원의 예산을 출산장려에 투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에 직접 개입하려 하지 말고, 변화로 발생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예산을 집중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