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히로시마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애가(폴란드어: Tren ofiarom Hiroszimy)는 간단히 히로시마 애가라고 하기도 한다. 이 곡은 크시슈토프 펜테레츠키가 1960년에 작곡한 것으로, 52개의 현악기로 연주된다. 이 곡에서는 음괴가 많이 쓰였다.
▲ 작곡 배경 악보에는 이 곡의 연주 시간인 8'37'로 표시될 예정이었으나 곡을 들은 뒤 제목을 '히로시마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히로시마 시장에게 악보와 연주 녹음을 곁들인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이렇게 썼다. 「히로시마 희생자는 결코 잊거나 잃지 않을 것이며 히로시마가 선의의 사람들 사이에서 형제애의 상징이 될 것이라는 내 깊은 신념을 이 애가가 표현하기를.」 펜데레츠키가 과도한 형식주의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 불상사를 예측하여 제목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약 9분의 "애가"는 모든 종류의 악기가 최고 음역의 톤 클러스터로 시작된다.」 얀 토폴스키(Jan Topolski)는 작품 해설에 이렇게 썼다. 「약 1분 후, 잠깐의 휴지 후 그것은 우연성 음악으로 바뀐다. (중략) 5분 있다가 강렬한 특징이 있는 희귀한 구조가 나타나는데, 본체를 두드리는 소리와 굄목과 현의 근처를 치는 소리가 뚜렷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2분 동안 애가는 다시 완전한 형태의 톤 클러스터가 되고 거기에 음의 강약, 트레몰로와 음역의 변화가 추가된다.」 애가의 악보를 본 지휘자와 연주가는 작곡가를 미친 사람처럼 바라보며 이 곡의 연주를 거절하였다. 초연하기 전까지 펜데레츠키는 많은 협상을 거쳐 구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악보 연주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계획되었던 로마와 쾰른에서의 공연은 연기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애가를 공연한 모든 앙상블은 이 도전과 씨름할 때마다 열정과 참여는 커졌다.
▲ 일화 애가의 악보 원본을 넣은 우편물이 독일 음악출판사에 전달되는 도중에 사라지는 바람에 펜데레츠키는 기억을 더듬어 재현해야 하였다. 뒤늦게 세관이 이 우편물을 보관한 사실을 알았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계획, 원폭 제조가 아니면 바르샤바 조약의 군사 기밀이 아닌가 의심했던 것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이것이 단순한 악보임이 증명되었고 우편물은 최종적으로 수신인에게 배달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점은, 펜데레츠키가 두 개의 악보, 원본과 기억으로 재현한 것을 비교하였는데, 동일하다는 것이다.
▲ 새로운 고전의 탄생 히로시마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에 찬 절규는 십여 년 후, 음악사에 길이 남을 펜데레츠키의 명작과 함께 되살아난다. 펜데레츠키는 이 작품의 제목을 ‘8분 37’라고 지었다. 그러나 실제 연주 소리를 들은 그는 그 강열함을 단순한 숫자로만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히로시마에서 희생된 수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음악을 바치기로 했다. 그는 「히로시마 희생자에 바치는 애가」를 통해 특유의 음향 작법을 확립하고, 이어서 「폴리모르피아」·「형광」등을 작곡하여 아방가르드 (전위파)음악의 선두주자로 부상한다.
「희로시마 희생자에 대한 애가」는 여러 모로 모든 당시 여타의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면이 있었다. 52대의 현악기를 위한 이 작품에서 페데레츠키는 바이올린을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으로 구분하는 통상적인 편성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악기의 종류에 따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의 네 파트를 구성했다. 그리고 악기 하나하나는 다시 독립적인 파트가 된다.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음향을 만들기 위해 기존에 이미 사용하고 있던 클러스트(일종의 밀집된 소리 군)기법이나 글리산도기법 외에도 다양한 특수연주기법을 개발했다. 이 작품에서 연주자들은 악기에서 가장 높은 음을 내거나, 브릿지 와 테일피스 사이에서 연주하고, 브릿지나 테일피스 위에서 활을 긋고, 마치 타악기처럼 악기의 몸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1/4음의 차이가 들릴 정도로 느리고 폭넓은 비브라토 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특수주법들은 전통적인 악보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 되는 것이어서, 펜데레크키는 이 작품을 위한 새로운 기보법을 고안하기까지 했다.
■ 감상 ▲ 52대 현악기의 절규 「희로시마 희생자에 대한 애가」는 10개의 그룹으로 나뉜 현악기들이 가장 높은 음을 포르티시모로 연주하면서 시작한다. 찢어질 듯한 현악기들의 비명은 비브라토의 등장과 함께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 뒤로 악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모방하며 진행하다가 마지막으로 두터운 클러스터가 점차 사라지면서 첼로만 남게 된다. 첼로마저 사라지고 나면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두 번째 부분이 시작된다. 이제 현악기들은 세 개의 오케스트라가 되어 다시 서로 모방하고 대조를 이루며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처음 의 요소들이 거울에 비추듯 반대로 등장하면, 음량이 고조되면서 모든 악기가 두터운 클러스터를 형성한 뒤 서서히 사라진다.
▲ 특수 기보법 (동영상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