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김완《죽은 자의 집 청소 ⑤ 에필로그》 마지막 230330
수도꼭지의 아이러니는 누군가가 씻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졌지만, 결코 스스로 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죽은 자의 집이라면 그가 누구든 그곳이 어디든 가서 군말 없이 치우는 것이 제 일입니다만 정작 제가 죽었을 때 스스로 그 자리를 치울 도리가 없다는 점이 수도꼭지를 닮았습니다. 언젠가 죽은 이가 숨을 거두고 한참 뒤에 발견된 화장실에서 수도꼭지에 낀 얼룩을 닦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는 늘 죽음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고 그 사실에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삶과 죽음은 양면으로 된 동전처럼 한쪽만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삶이라는 눈 앞에 펼쳐진 방향만을 보고 걷느라 등짝까지 살펴볼 기회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날벌레가 물고, 햇볕이 내리쬐어 등이 따가웠지만 오늘 당장 갈 길을 재촉하느라 굳이 뒤돌아보지 않았죠. 행여나 시선을 놓치고 뒤를 힐끔거리다가는 내 등에 바싹 붙어있는 그 불온하고 무시무시한 것이, 시나브로 앞길을 막고 나서서 당장이라도 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까? 두려움은 우리 시야를 좁게 만들고서 뒤돌아보지 말라고, 좀 더 빨리 달리라고 재촉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경도되고 그 엄숙함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죽음에 관한 언급 자체를 불경(不敬)한 일로 여겼습니다. 어쩌면 이 기록도 그런 면에서는 급진적이라고 할 만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機轉)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라는 자각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도록 다독여 주었습니다.
마음 놓고 손이라도 씻을 만한 수돗가 같은 책을 만드는데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대중출판물로 엮기 어려운 주제임에도 선뜻 손을 내밀어주신 최은희 님, 징검다리에서 머뭇거릴 때마다 안심하고 건널 수 있도록 친히 빛을 비추어 안내해 주신 길은수 편집자님, 더 많은 이가 이 수돗가에 다가올 수 있도록 너른 길을 터주신 김영사와 디자인, 마케팅, 홍보를 맡아주신 모든 스태프 여러분들…. 그리고 삶의 진실을 찾느라 오랜 시간 글쓰기를 잊어버린 이미 완성된 작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요지경 독후감
신문에 난 책 2023년 1월 10일 발행된 김민석의《애도하는 게 일입니다》를 사려고 서점으로 갔지만 없다. 그래서 대신 3년 전에 나온 이 책을 사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죽음에 관한 책이 이미 3년 전에도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말인즉 이 책을 읽고 ‘독후감으로 올리려는 생각이 친구들에게 너무 부담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위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였음에 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그래 죽음을 바로 보고 다시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려는 숨은 뜻이 있다고 생각했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고 하나일 수는 없다. 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참다운 삶에 대한 성찰(省察)’이 있기를 바란다.
벌써 많은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된 친구의 명복을 빈다.
6년이라는 경복의 울타리에 있던 시절, 너희들이 있었기에 내가
다듬어지고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어울렸던 시간이 아름다웠다.
서재철을 찾으려고 앨범을 다시 꺼냈다.
졸업식 날 조예성 선생님이 내려가시기에 모셔다가 찍은 사진이다.
서홍원 윤홍열 하나 건너 서재철(안경) 하나 건너 문영부 이상준 이름 모름
이장우 유정민 조예성 선생님 김건 민문식 엄종수
서재철 하면 언제나 웃는 듯한 얼굴 그리고 고운 피부 또 볼우물이다.
조용하면서도 다정하고 언제나 이야기 잘 들어주는 친구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잘 참석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