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천민, 쌍것, 상놈, 화냥년, 호로자식 역사적 용어에 대한 고찰
우리는 역사적으로 신분과 관련되어 나쁘게 사용되는 용어를
의미도 정확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심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안다면 우리의 입이 아프고 귀가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파 할 용어들이다.
망나니, 천민, 쌍것, 상놈, 화냥년, 호로자식이라는 용어가 대표적이다.
망나니라는 뜻을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첫째는 말과 행동을 함부로 막돼먹게 하는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
둘째는 사형을 집행할 때, 죄인의 목을 베는 일을 맡아보던 사람’ 이다.
두 가지 의미 중 어떤 것이 먼저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천민[賤民] 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 ‘신분이 낮고 천한 백성’ 이라고 나온다.
놀라운 것은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 라는 뜻이 워키 백과사전에 버젓이 등록되어있는데
아래와 같은 뜻으로 나온다.
‘베버(Weber, M.)가 사용한 사회학 용어의 하나.
생산 활동을 통하여 영리를 추구하지 아니하고
고리대금업과 같은 자본의 운영을 이윤 추구의 기본적인 형태로 삼는 태도로,
중세 후기의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자본주의를 지칭한 용어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천민이 백과사전에 나온 뜻대로 살지도 않았고 살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왜 천민을 그런 용어로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쌍것은 사전에서는 ‘행실이나 태도나 상스러운 사람을 심하게 욕하여 이르는 말’ 로 나온다.
그런데 이 말도 양반 상놈에서 상놈은 그렇게 행동 한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상놈은 ‘신분이 낮은 남자를 얕잡아 이르던 말’이다.
화냥년은 더 가슴 아픈 말이다.
원래 환향녀(還鄕女)에서 유래되었는데
그 의미는 ‘병조호란 때 청나라로 인질로 잡혀간 부녀자들이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 오자 오랑캐하고 붙어 먹었다고
마을로 들어 오지도 못하게 하면서 부르던 말’이 지금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힘없어 다른 나라에 침략당해 자기 처자식을 빼앗기고도
그 탓을 남에게 돌리는 조선남자의 쩨쩨함과 야비함을 보여주는 가장 치욕적인 말이다.
호래자식(胡來子息)이란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지만
그 유래는 환향녀(還鄕女)들이 난 오랑캐의 아들이다.
아비가 누군지 모를 애들이 태어나면 그 애들을 호로자식이라 비하하여 불렀던 것이다.
우리의 역사적 현실을 모르고 역사적 아픔이 잔뜩 묻어있는 이 용어들을
하늘보고 침 뱉기 식으로 아무 부끄럼 없이 우리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위 용어들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어쩔 수 없는 신분이나 역사적 상황 때문에 붙여 졌을 뿐인데
지금까지도 가장 치욕적인 욕으로 사용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역사인식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망나니는 자기 마음대로 칼을 휘둘려 사람들 목을 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망나니는 힘있는 자가 시킨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요즘말로 하면 가장 기피되는 직업인 이었을 뿐이다.
천민[賤民] 이란 단어는 더욱 그렇다.
그들은 우리 역사 속에서 잘못한게 전혀 없다.
타고난 신분 때문에 사회에서 가장 기피하는 모든 험한일을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도맡아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 라는 말이
백과사전에 등록될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은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는 신분제를 철폐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 무의식속에는 아직도 신분제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진보적 경제학자라고 지칭하는 사람들도 천민 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아주 쉽게 한다.
잘못 된 일이다.
사실 우리 오천년 역사를 돌이켜 보면
왕족, 귀족, 양반등 사회 지도층들은 당신들만의 세상에 빠져
나라를 돌보지 않아 침략당하고 빼앗기고 했다.
우리나라 아픈 역사에서 진짜 역사의 죄인들은 그들이고 대부분 책임 또한 그들에게 있다.
이렇게 역사적 죄인은 따로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억압받고 핍박 받았을 뿐인 우리 대부분의 조상일 수도 있는
망나니, 천민, 쌍것, 상놈, 화냥년, 호로자식
이들이 지금까지도 욕이나 잘못된 사람들의 행실로 조롱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한은 하늘에서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세월따라 용어의 형태가 변화하듯 의미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망나니, 천민, 쌍것, 상놈, 화냥년, 호로자식 같은 말들은 점점 더 심한 욕으로 남아져 있다.
그들이 무슨 역사적으로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는가?
그들의 죄라면 험한 시기에 어쩔 수 없는 신분으로 태어나서
피눈물 나는 세상을 겨우 견뎌 내며 살았다는 것 밖에 없다.
특히 민중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싸우고 일하고 있다는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이런 용어를 아무 생각없이 쉽게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부터라도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게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망나니, 천민, 쌍것, 상놈, 화냥년, 호로자식들 모두다
지금으로 보면 진보주의자들이 하늘같이 떠받들어야 하는 오늘날 민중일 뿐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피해자일 뿐이지 절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박철홍 (전남도의원)
- 1960 담양 출신
- 전남 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전남도의회 9대의원
- 2011년 현대문예 수필부문 당선
- 현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재선)
첫댓글 병자호란 당시 역사기록에 '환향녀'란 단어는 없습니다.
피로녀,속환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환향녀는 후대에 왜곡 사용된 말입니다.
화냥년을 속환녀로 도치시킨것 입니다.
花娘女를 화냥년으로 발음했는지 아니면 화냥년을 花娘女로 기록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호란이전에 花娘女의 기록이 나옵답니다.
흔히 '고유어'로 표현되는 토착어가 있습니다.
이를 훈민정음이전에 기록하다 보니 한자로 표기되고 이두가 사용됩니다.
특히 고대 인명과 지명은 토착어가 많으니 한자발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돌쇠, 간난이등이 고유이름인데
훈민정음이 있었던 조선중기에도 '얼우동'은 於于同 혹은 於乙于同으로,
'잘산군'은 者山君, 者乙山君으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최근의 예로 '떡쇠'가 있습니다. 이명박의 아버지 이름이 德釗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