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회, 그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려면 오늘날 어린이들의 손에 어떤 책이 들려 있는지를 살펴야합니다."
소년한국일보가 꼭 14년 전 '올해의 우수 어린이 도서' 공모 행사를 시작하면서 전국의 아동 출판사에게 보낸 문구 내용 중 일부다. 이 말대로 좋은 책을 읽음으로써 어린이들은 세상을 읽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렇다. 책은 우주이고, 우리의 내일이자 희망이다. 올해 공모에도 생각하는 힘과 종합적인 사고력, 바른 인성과 교양을 함께 길러줄 수 있는 최고의 양서 19종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가려졌다. 문학, 기획ㆍ일반, 만화 도서 등 19종을 소개한다. 겨울 방학 중 혹은 1년 내내 이들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며 재미와 감동, 교훈을 얻길 바란다.
[문학 부문]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류근원 글ㆍ이영아 그림ㆍ좋은꿈 펴냄)
동화책 읽어주는 교장, 동화 구연하는 할아버지…. 평생 어린이 인성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온 작가의 이력이다.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은 점점 역사 속의 한 부분으로 잊혀져가는 6ㆍ25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유쾌발랄하게 풀어 놓은 동화다. 엄마가 피노키오 태몽을 꾼 후 태어난 '노기호'. 유난히 코가 커 '피노키오'라는 별명을 가진 4학년 기호는 점괘대로 새 학기에 짝을 만난다. 그런데 아뿔싸. 기다리던 짝이 여든 살의 욕쟁이 할머니 최점순이다. 둘이 처음 만난 과정도 극적이다. 동네 마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던 초등생(노기호)이 어른(최점순 할머니)의 엉덩이에 얼굴을 부딪친 것. 그렇게 짝꿍으로 연결된 두 사람은 처음엔 세대 차이로 서먹하다. 하지만 최점순이 결혼 일주일 만에 한국전쟁으로 남편과 헤어지게 된 사연을 알게 되고, 이후 기호는 할머니가 남편을 만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한국전쟁이란 묵직한 주제를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풀어 놓은 데 있다. 그 때문에 오히려 더 한국전쟁의 아픔이 가슴을 적신다.
△'100층짜리 집' 세트(글ㆍ그림 이와이 도시오,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좋은 그림책은 보고 또 보아도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겨나는 책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100층짜리 집'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스토리텔링 수학 그림책이다. 주인공 도치가 이상하고 아름다운 100층짜리 집까지 올라가는 모험을 그렸다. 이 책은 1~100까지 숫자를 익히면서 10층마다 서로 다른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숫자에 약한 딸을 위해 작가가 상상으로 만든 것. 땅 위에 우뚝 솟은 '100층짜리 집'을 시작으로, 땅 속 세상을 요리조리 탐험하는 '지하 100층짜리 집', 바다 속 깊은 곳까지 여행하는 '바다 100층짜리 집', 하늘 위 존재들을 만나는 '하늘 100층짜리 집' 등 4권이 선보였다. 전체가 하나의 큰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10층마다 각기 다른 동물 이야기가 있어 다음에는 어떤 방과 동물을 만날지 가슴을 콩닥거리면서 단숨에 100층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된다. 첫 권과 4권은 위로 넘기면서 읽고, 나머지 지하ㆍ바다 집은 아래로 넘기면서 읽도록 만든 발상도 신선하다. 그래서 온 가족이 책이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
△'마음이 퐁퐁퐁'(김성은 글ㆍ조미자 그림ㆍ천개의바람 펴냄)
세상에 당당하게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 할 만하다. 주인공 아기돼지 '퐁퐁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나 세상 구경을 떠나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꽃과 나비, 보슬비 등 하나의 세상을 만날 때마다 만져 보고, 맛보고, 들어본다. 그러고는 이들에게 흠뻑 마음을 내어 준다. 까닭도 모두 다르다. 꽃은 예쁘게 피어나서, 새는 소리가 맑아서, 거미는 재주꾼이어서, 구름은 포근해서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면서 문득'이렇게 끝없이 주다가 혹시 마음이 없어지지 않을까'하고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걱정은 필요 없다. "마음은 퍼주면 퍼줄수록 더욱 충만해지고 퐁퐁퐁 솟아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맑은 색감의 수채화풍 그림이 사랑스러운 퐁퐁이의 세상 구경 여정을 더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읽는 맛이 아주 강하다는 것. '팔랑팔랑', '살살살', '콩콩콩' 등 리듬감 있게 통통 튀는 흉내말 덕분에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읽어주기에도 적당하다. 그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레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한겨레 가치동화' 시리즈(김미희 외 글ㆍ권송이 외 그림ㆍ한겨레아이들 펴냄)
'가치'를 주제로 한 기획 동화로, 자신감과 신뢰ㆍ배려ㆍ협동ㆍ정의 등 다섯 가지 가치를 5권에 걸쳐 다룬다. 이렇게 가정에서 학교, 더 나아가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소개하는 게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권당 3개의 짧은 이야기가 실렸는데, 여기에는 단짝 친구가 없어 외로운 아이와 아빠의 재혼으로 새엄마를 만난 아이 등 다양한 인물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동화의 또 다른 장점은 자기 계발서에서 보여지는 인위적인 설정이나 교훈성을 없앤 데 있다. 또 각 이야기 끝에는 부모에게 전하는 주제 해설을 담았다. 그래서 책을 다 읽은 다음 건강한 관계 맺기에 대해 토론하기에도 적당하다. 다섯 권의 책 표지는 공통적으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공간과 등장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표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책 속 에피소드가 '길'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길은 사람과 사람, 사연과 사연을 잇는다. 다섯 권의 책 표지를 나란히 놓으면 다섯 개의 길이 다시 연결 되어 더 큰 사회(세상)을 이룬다는 사실은 이 시리즈의 진정한 숨은 의도다.
△'바람을 가르다'(김혜온 글ㆍ신슬기 그림ㆍ샘터 펴냄)
동화 작가 정채봉 선생은 살아 생전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라며, 영혼의 고향인 동심의 힘을 굳게 믿었다. 선생은 2001년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은 '정채봉 문학상'이 그 뜻을 이어 동심을 전한다.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작품인 '바람을 가르다'는 영혼의 고향을 구현하고 있다. 엄마의 지나친 보호를 받던 뇌병변 장애를 지닌 찬우가 덜렁대고 배려 부족한 짝꿍을 만나면서 놀랍고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과정을 밀도있게 담아내고 있다. 장애아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장애아와 동등하게 다룬 시각도 무척 참신하다. 여기에 주인공이 다친 친구의 도우미로 거듭나는 결말의 반전도 희망적이다. 두 주인공은 한마디로 '우린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함께 실린 '천둥 번개는 그쳐요?'와 '해가 서쪽에서 뜬 날'에도 자폐아가 등장한다. 하지만 결말은 각기 다르다. 이를 통해 장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생각거리를 안겨주고, 독자들에게 서로의 마음을 녹이는 온기도 선물한다.
△'코드네임' 시리즈(강경수 글ㆍ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어린이가 첩보원으로 활약하는 판타지 첩보 액션으로, 만화와 동화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새로운 형식의 책이다. 추격ㆍ격투ㆍ미행ㆍ변장 등 첨보물만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또 위험하고 짜릿한 모험이 총망라돼 있다. 첫 권 '코드네임 X'의 주인공 강파랑은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그런데 우연히 낡은 첩보 일지를 발견한다. 일지의 주인공은 코드네임이 '바이올렛'인 여자아이. 어느 순간 파랑이는 일지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눈앞에 바이올렛(어린 시절의 엄마 '이순심')이 서 있다. 첫 임무는 세계 첩보국 MSG에 협박 편지를 보낸 다섯 명의 용의자를 찾아 범인을 밝혀내는 것. 그 과정에서 MSG의 최고 책임자 불독국장 등 주인공만큼이나 매력적인 악당들이 등장해 시선을 잡아끈다. '코드네임 K'에서는 '불타는 남자'라는 보다 입체적인 악당에 팽팽한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이 더해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 속에 애틋한 가족애와 아빠의 부재에 대한 미스터리까지 더해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신기한 무기와 흥미진진한 사건이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기획·일반 부문]
△‘미움받아도 괜찮아’(황재연 지음ㆍ김완진 그림ㆍ인플루엔셜 펴냄)
“용기를 가지면 우리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또 행복할 수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이다. 그의 심리학을 ‘용기의 심리학’으로 부르는 이유다. 이 책은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의 어린이 버전이자, ‘어린이를 위한 용기의 심리학’이다. 창작 동화와 심리학 이론이 보태진 새로운 형식으로, 읽는 재미와 인생에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한다.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이자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예서와 손녀가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예서 할아버지 목소리로 아들러의 심리학을 체험하게 꾸몄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나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법, 내 가치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 대해 조곤조곤 짚어준다. 어린이가 겪는 일상의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 누구나 쉽게 공감하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특히 ‘미움받을 용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대화 형식의 풀이는 ‘소통하는 과정’이 바른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절로 깨닫게 한다. 각 내용 뒤에는 ‘아들러의 서재에서 더 생각하기’ 를 둬 앞서 익힌 내용을 곱씹을 수 있다.
△‘어린이 대학’ 시리즈(이은희 외 글ㆍ김소희 외 그림ㆍ창비 펴냄)
학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세상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본다는 면에서 어린이와 학자는 닮았다. 이 시리즈는 바로 이런 학문을 어린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어린이 대학’ 기획위원회가 초등 5~6학년 150명에게 설문 조사를 벌여 생물학ㆍ역사학ㆍ물리학ㆍ경제학 분야의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받고,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을 생물학자 최재천, 역사학자 이만열, 물리학자 오세정, 경제학자 이정전 등 해당 학문의 석학들이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예컨대‘어린이 대학: 생물’에서는 최재천 선생이 재미난 비유를 곁들여 지구상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사는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생물학은 지구의 동식물이 지금보다 더 풍요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학문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경제’편은 기회비용 등 경제학의 기본 개념은 물론, 주요 경제학자의 이론이 우리 현실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일러준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가치를 탐구하는 놀라운 책 읽기가 가능하다. 총 4권.
△‘지도 펴고 세계 여행’(이응곤ㆍ김성은 감수 및 기획, 한태희 그림, 책읽는곰 펴냄)
우리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고 오랜 시간 기획한 손그림 입체 세계 지도책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세계 곳곳의 지형을 실감나게 표현해 험준한 산맥과 황량한 사막, 그리고 드넓은 평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대륙별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의 여행을 따라가는 스토리텔링 형식이라는 것. 세계를 여행하는 세 가족을 등장시켜, 간접 체험할 수 있게 꾸몄다. 예를 들어 우람이와 아빠는 포르투갈에서 베이징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기차로 여행한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북부 아시아의 지형과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책에는 지도 이미지 사이사이에 바이칼 호수, 세렝게티 초원 등에도 들어가보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베이징과 뉴욕처럼 빌딩숲으로 이뤄진 대도시 모습도 특별 지도로 담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운 화면을 선보인다. 박승규 교수는 추천의 글에서 “입체감 있게 표현된 그림 지도를 보면서 세계 나라들의 위치와 이름을 알고 자연ㆍ인문 지리적 특성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천천히 제대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이지수 외 지음ㆍ장선환 그림ㆍ한겨레출판 펴냄)
최근 많이 선보이는 분야 중 하나가 ‘역사’를 주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은 수많은 사건과 인물, 낯선 용어 때문에 숨이 턱 막힌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어린이ㆍ청소년 역사책의 새로운 기준이 될 만하다. 역사적 사건들이 서로 연관돼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안내할 뿐 아니라, 시대별 변화의 줄기도 긴 호흡을 갖고 짚어주기 때문이다. 각 권은 선사~삼국, 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 근현대로 나눠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원인과 결과에 대한 꼼꼼한 서술이 돋보인다. 예로 2권(고려 시대)에서는 왕건의 건국과 통일 정책이 그뒤 고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담았다. 정치를 중심으로 사회ㆍ경제ㆍ문화 분야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도 장점이다. ‘역사 발자국’, ‘유물로 보는 역사’등과 같은 꼭지는 본문에서 설명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을 꽉 채워준다. 텍스트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료를 가려 뽑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한 삽화와 유적 및 유적지 사진도 풍부해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전 5권.
△‘딱 한마디 과학사’(정창훈 글ㆍ이희은 그림ㆍ천개의바람 펴냄)
“만물의 근원은 물”(탈레스),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뉴턴). 과학은 잘 몰라도 과학자들의 말은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세상이 생긴 이래 과학은 과학자들에 의해 계속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평생에 걸쳐 치열한 탐구를 통해 세상의 편견을 깨는 빛나는 한마디를 세상에 남겼다. 이 책은 바로 세상의 근원을 밝히려고 했던 기원전의 자연 철학자 탈레스부터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20세기 천문학자 ‘허블’까지 10명의 과학자가 남긴 위대한 한마디를 풀어놓았다.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는 천동설(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이론)에 의문을 가졌다. 이를 의심하면서 탐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고 외쳤다. 뒤 이어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한 다음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돈다’는 지동설을 증명했다. 각 장이 끝난 뒤에는 이처럼 해당 과학자와 연결돼 있는 다른 과학자들을 소개해 지식을 더 넓혀준다. 또 책 말미에는 책에 나오는 과학자들에 대한 ‘찾아보기’ 코너를 실었다. 과학자의 한마디가 새로운 진실을 알려주며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우리아이 첫 노트’ 시리즈(이자벨 필리오자 글ㆍ김모세 외 옮김ㆍ밝은미래 펴냄)
이자벨 필리오자는 행복한 프랑스식 긍정 육아법의 대표 학자로 불린다. 그녀의 25년 육아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게 ‘우리 아이 첫 노트’ 시리즈다. 첫 권 ‘우리 아이 첫 감정 노트’는‘감정’에 대해 다룬다. 아이가 직접 쓰고, 그리고, 선택하고, 또 만드는 재미난 놀이활동을 통해 자신이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거기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게 특징이다. 또 우울하거나 안 좋은 상태일 때 기분 전환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괴로울 때 딱 맞는 처방이라며 ‘도파민’을 소개한다. 하루에 3번 식사하기 전에 도파민을 한 모금씩 마신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제자리 뛰기를 10번하라는 것. 물론 “유후! 와우! 야호!”라고 외쳐야 한다. 책 말미에 ‘엄마가 읽는 작은 책’ 코너를 둔 것도 아주 색다르다.
두 번째 나온‘우리 아이 첫 자신감 노트’ 역시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을 놀이활동을 통해 넌지시 제시한다. 책 속 안내자인 소피아 등 4명의 친구들과 함께 놀이 여행을 통해 자신감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이끈다.
△‘why?’ 시리즈(예림당 펴냄)
‘why?’ 시리즈는 우리나라 학습 만화의 고전으로 불릴 만하다. 3년 여의 준비 끝에 2001년 ‘why? 과학’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뒤 17년에 걸쳐 82권을 내놓았다. 그 사이에 한국사와 세계사, 인문사회교양, people, 인문고전, 수학 시리즈 등 7개 분야로 확대됐다. 그중 ‘why?세계사’는 서양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동서양의 역사를 균형 있게 다룬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세상을 변화시킨 큰 인물을 ‘파워 피플’이라고 일컫는다. ‘why? people’시리즈는 빌 게이츠와 넬슨 만델라 등 역사와 현재 속에서 살아 숨쉬며, 많은 사람들의 롤 모델이 된 인물들의 일대기를 다룬 인물 탐구 학습 만화다. 2014년 가장 늦게 선보인 ‘why?수학’도 17권이 나왔다.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풀어내는 등 새로운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다. ‘why?’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어른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 이 양질의 학습 만화 출간 노력은 최다 판매량으로 보상받고 있다. 2009년 2월 2000만 부를 돌파한 데 이어, 지금까지 누적 부수가 7300만 권이라는 큰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이희건 외 글ㆍ이우일 외 그림ㆍ사회평론)
세계사는 어렵다? ‘용선생 역사반’의 노총각 교사 용선생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신나고 즐겁고 깊이 있는 수업이 되도록 할 테니 믿고 따라오라고 얘기한다. 이 시리즈는 초등 한국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2탄이다. 이번에도 용선생과 다섯 아이들의 토론 형식으로 세계사의 인물과 사건을 전한다. 1권 ‘고대 문명의 탄생’으로 시작해 6권 ‘격변하는 세계’가 나왔으며, 13권 ‘현대 세계의 변화와 도전(내년 상반기 완간 예정)’에서 20세기 세계 흐름을 일별하며 완간될 예정이다. 총 제작 기간 5년에 제작비 25억 원, 여기에 30여 명의 역사ㆍ문화 전공자들이 힘을 보탰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기존 세계사 책들의 단점을 대폭 보완한 데 있다. 지도 400여 장, 사진과 그림 5000여 장을 실어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를 눈앞에서 보는 듯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 각 장(수업)마다 맨 앞에 현재 모습이 담긴 사진과 설명을 실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설명하면서 이라크 유전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IS(이슬람 국가)의 사진을 보여주는 식이다. 교시 말미에 삽입됐던 ‘용선생 세계사 카페’를 강화해 문학과 예술, 세계사 상식 등 더 다양한 주제와 시각 자료를 함께 접할 수 있게 구성한 것도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선생님도 놀란 초등사회 뒤집기’(김민경 외 글ㆍ플러그 외 그림ㆍ도서출판 성우 펴냄)
많은 어린이가 사회를 외워야만 하는 과목으로 여긴다. ‘선생님도 놀란 초등사회 뒤집기’는 그렇지 않다.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핵심 개념을 그물처럼 엮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 준다. 또 각각의 이야기 속에 익혀야 할 사회 개념을 자연스레 녹여놓았다. 시리즈는 개정 교육 과정에 맞춰 지리(5권), 사회문화(6), 경제(5), 정치(7), 한국사(8), 전통(3), 세계(4), 교과서 인물과 사회 교과서 개념사전 각 1권 등 주제별로 나눠 40권으로 구성했다. 규모뿐 아니다. 초등 교사들의 꼼꼼한 감수에 한국사회과교육학회의 추천을 더해 신뢰감을 더했다. 구성도 알차기 그지 없다. 교과서 속 사회 개념, 지식 마일리지, 만화로 보는 사회 공부방, 초ㆍ사ㆍ뒤 지식 발전소 등 관련 지식을 여러 방법으로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사회는 너무 방대해 책 한 권에 한 분야의 학습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없다. 이 책은 교과 과정에서 꼭 익혀야 할 내용을 담으면서,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교과서가 만만해지는 신개념 사회 학습 시리즈’라고 자평하는 이유다.
△‘엄마, 쉬고 싶어요’(이상배 글ㆍ김문주 그림ㆍ좋은꿈 펴냄)
요즘 어린이들은 바쁘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에는 ‘학원 뺑뺑이’ 생활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 그런 아이들은 부모는 다그치며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이 동화는 어린이들의 이런 현실을 다람쥐 ‘다람이’를 의인화해 보여준다. 다람이는 학교에서 놀지 못한다. 집에 돌아오면 나무로 피신하고, 미끄러운 나무도 오르는 생존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엄마가 “나무 위에서 뭐가 보이니?”하고 물으면, 새나 바람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한다. 물론 엄마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다. 다람이와 엄마의 모습은 지금의 현실과 닮았다. 아이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데, 어른들은 그럴 줄 모른다. 다람이가 진정 가고 싶은 곳은 어디며,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그림책은 어느 게 맞고 틀리다는 등의 정답을 제시하거나 어떤 것이 좋은가라는 방향이나 대안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누가 문제인지는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은 부모들이 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이 책은 분명히 강조한다.
△‘이야기가 있는 종이접기 동화’ 시리즈(김원석 글ㆍ송은경 외 그림ㆍ머스트비 펴냄)
종이접기는 여러모로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알러져 있다. 순서에 따라 접어야하므로 이해력이 요구되고, 다 완성하기까지에는 집중력과 이해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 그 다음 형태를 생각하며 접어야 하므로 창의력 향상에도 좋다. 여기에 상상력과 감성이 담긴 동화까지 어우러진다면? 이 시리즈는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면서, 동시에 동화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물을 바로바로 접어볼 수 있는 국내 첫 오감만족 그림책이다. 모든 종이접기 방법을 6단계로 통일해 어렵지 않게 접을 수 있으며, 이야기가 끝난 마지막 페이지에는 직접 접은 종이 캐릭터들을 붙일 공간을 둬 동화를 꾸며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여우, 고양이, 거북이 등 종이 캐릭터들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역할극 활동을 펼치기에도 적당하다. 화창한 봄날 동물 친구들이 벌이는 내기 한판을 담은 ‘야옹이와 멍멍이의 박치기’(1권), 제나를 따라 즐거운 하늘 여행을 떠나는 ‘퐁퐁퐁 날아라, 풍선!’(2권), 귀여운 과일 야채 친구들의 뽐내기 이야기인 ‘누가 누가 더 빨개?’가 한 세트로 묶여져 나왔다.
[만화 부문]
△‘허팝 과학 파워’ 시리즈(유경원 글ㆍ이연 그림ㆍ정효해 콘텐츠ㆍ서울문화사 펴냄)
유튜브 인기 크리에이터 ‘허팝’(본명 허재원)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초통령’으로 통한다. ‘허팝’ 채널의 구독자도 150만 명에 이른다. 크리에이터(creater)란 유튜브 등에 자신의 활동 모습을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 콘텐츠를 기획하고, 동영상으로 찍고, 편집하고,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허팝 과학 파워’에서는 이제껏 동영상으로 봐왔던 허팝의 실험을 만화로 만날 수 있다. 허팝 캐릭터를 사용해 동영상 속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맞춰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현직 초등학교 과학 교사가 동영상 중 재미난 실험을 뽑아 권당 2개의 과학 테마 및 교과 연계표로 보여준다. 첫권에서는 ‘액체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트램펄린 위에서는 어떻게 통통튈 수 있는 걸까?’등 흥미진진한 허팝 동영상 속 실험 원리를 녹여냈다. 이 만화는 실험 속 과학 원리가 교과서 내용에 맞춰 실려 있는 게 장점이다. 또 중간 중간 OX퀴즈를 풀며 과학 지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 말미 콘텐츠 페이지 ‘허팝 과학연구소’에는 자세한 설명과 그림으로 실험 속 과학원리를 풀어줘 이해를 돕고, QR코드를 통해서는 실험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것도 색다르다.
△‘용선생 만화 한국사’ 시리즈(글 이홍석 외ㆍ캐릭터 이우일ㆍ사회평론 펴냄)
초등 한국사 부동의 베스트 셀러인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의 만화판이다. 역사반 용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신기한 ‘마법연표’를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주몽과 선덕 여왕, 이순신 장군 등 역사적 인물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구석기 시대 사람들과 메머드 사냥에 나서고,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 임시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실제 역사 인물들의 친구가 되거나 역사적 사건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에 대해 좀 더 흥미를 갖고, 역사 지식도 넓힐 수 있다. 만화임에도 어느 역사서보다 완성도가 높다. 특히 교과서와 연계가 약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 돋보인다. 단군 신화에 담긴 역사적 의미 등 2016년에 개정된 초등 사회 교과서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 교과서 내용을 만화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 안에 녹였고, 내레이션도 달아 놓았다. 본문에서 읽은 내용을 복습하는 코너 역시 알차다. 각 에피소드 끝에 있는 ‘교과서 핵심 보기’와 교과서 밖 숨은 역사 이야기를 소개하는 ‘역사 교실’등이다. 여기에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정보 박스’를 둬 이해를 돕는다. 곧 12권으로 완간 예정이다.
첫댓글 <우리 삼촌은 자신감 대왕>이 있는 한겨레가치동화시리즈 문학 6종에 선정!
우앙 좋겠네!! 소식 넘 늦게 알았네요. 축하하오!
ㅎㅎ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