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49) - 달의 신화

[촌사람(이동민)]

달의 신화

1) 달에 토끼가 산다.(月中有兎)

           달에는 두꺼비나 토끼가 산다고 기록한 문헌 중에 가장 앞선 것이 초사의 천문 편이다.

 달은 무슨 능력이 있길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가?

 그에게 무슨 이익이 있길래

 배속에도 고토(토끼)를 살게 하나?

 원시인들은 달을 살아있는 생물로 인격화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소생 내지 재생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한나라 때에 남긴 기록을 보면

 ‘회(晦)는 달이 다할 때 이름이다. 회는 재(灰)이다. 불이 죽으면 재가 되는데 달빛도 다하면 그와 흡사하다. 삭(朔)은 달이 처음 생길 때의 이름이다. 삭은 소생한다는 말인데, 달이 죽으면 다시 소생한다.(死者又育)’

 원시인들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생사의 관념으로 인식했다. 천문의 이 기록을 한나라 때의 왕일이 이렇게 해석했다. ‘달 속에 있는 토끼는 무엇을 탐하여 달의 배속에 거처하면서 두리번 두리번 돌러보는가’ 라고 했다. 이 기록이 달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신화기록으로서 처음이다. 이후에 ‘고토’에 대한 논란이 학자들 사이에 일어났다. 고토가 토끼가 아니고 두꺼비(蟾蜍-섬여)나 호랑이를 지칭한다는 주장이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도 달에서 볼 수 있는 검은 음영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토끼로도, 두꺼비로도, 호랑이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에 호랑이가 있다는 지방 신화에서 초나라가 호랑이로 믿었다. 달에 짐승이 있다는 신화는 토끼가 있다는 신화가 제일 먼저 생겼고, 그 다음에 두꺼비이다. 호랑이는 일부 지역에서만 있었다. 후한 말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문헌에서 토끼와 두꺼비를 함께 말한다. 왕충이 남긴 기록에는 ‘유가에서는 해 속에 삼족오가 살고 있고, 달 속에는 토끼와 두꺼비가 있다’고 했다. 특히 서한의 마왕퇴 벽화에는 두꺼비와 토끼가 그려져 있다.

 월중유토 신화는 후대로 올수록 점점 더 풍성해진다. 계수나무가 있다는 새로운 신화소가 생겨났다.(月中桂樹0.

‘달 속에 무엇이 있는가? 흰 토끼가 약을 찧고 있다.’

‘속설에 전하기를 달 속에 선인 계수가 있다. 하였는데 지금 달이 처음 생길 때를 보면 선인의 발자국이 보이다가 차츰 형태를 이루어 계수가 되었다.’

 토끼가 흰 토끼로까지 변화를 거듭하던 신화는 마침내 고정되었다.

‘옛날에 달 속에 계수가 있다고도 하고, 두꺼비가 있다고도 하였다. 옛날 이서(異書)에 월계수의 높이가 오백장인데 그 아래서 한 사람이 항시 나무를 찍고 있다. 나무는 찍기만 하면 즉시 봉합되었다. 그 사람의 성은 오요, 이름은 강이다. 서하 사람으로 신선을 배우다가 허물이 있어 귀양을 가 나무를 베도록 하였다.

 불경에 수미산 남쪽에 연부수가 있는데, 달이 지나가면 나무의 그림자가 달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달 속에 두꺼비와 계수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딴 그림자일 뿐이고, 흰 부분은 물 그림자라고 한다.‘

 달의 신화들은 변화하고, 개조되어서 신선사상과 결합된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다 불교의 경전까지 신화 형성에 관여했다.

2) 항아가 달로 도망가다.(姮娥奔月 - 항아분월)

          항아분월 신화는 중국의 민간인에게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신화이다. 아울러 이 신화는 중국의 각종 예술 창작에 좋은 소재를 제공한다. 그러나 항아분월 신화를 기록한 고문헌에는 너무나 간략하여 전모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시 초사 천문을 보자.

무지개 같은 옷을 입고

어째서 이 집에서 춤을 추나

어째서 그 좋은 약을 얻고서도

잘 간직하지 못 하였나?

 여기서 좋은 옷을 입은 사람은 항아이고, 좋은 약은 불사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회남자에는 ‘예가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청하였는데, 항아가 그것을 훔쳐서 달로 달아나 버렸다.’라고 했다.

 고유의 해석에 따르면 항아는 예의 부인이다. 예가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얻었는데, 예가 먹기 전에 훔쳐서 마셔버리고 신선이 되어 달로 도망가서 달의 정령이 되었다고 했다. 이 사상을 분석한 것을 보면, 신선사상은 동방의 제나라에서 나타났다. 제나라 사람의 조상이 강족이다.(주나라가 나라를 세운 후에 강족의 .강태공을 제나라 제후로 봉했다) 서방 강족의 사상이 제나라로 전해졌고, 다음에 방사(方士)사상이 생겼다고 보았다.

 이 이야기가 생겨난 배경을 보면 ‘예’는 본래 하늘나라 천자의 신하였다. 죄를 지어 인간 세상에 귀양 와서 인간이 되었다. 그때 부인인 항아도 하늘나라 선녀에서 인간으로 강등되어 내려와 있었다. 예가 태양을 활로 쏘아 떨어뜨렸다. 태양은 천자의 아들임으로, 천자는 대노하여 예의 유배 생활을 풀어주지 않았다. 인간의 운명이 되어버린 예는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구하러 갔다고 한다.

이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불사약’이다. 불사약은 신선사상의 중심사상이다. 신화가 중국 민간신앙이기도 한 신선사상과 결합되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편으로 ‘예’는 신들의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나서 ‘인간 영웅’이야기로 탈바꿈 한다.

 이 구절은 예와 항아에 관한 신화를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항아분월 신화는 가지를 치고, 변화를 거듭하여 달로 도망가서 두꺼비가 되었다,로 발전한다. 분월신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한 신화가 다시 결합하여 새로운 신화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달에 두꺼비가 있다는 신화는 한나라 때 기록과 그림에 나타나고, 전국시대에는 항아가 달로 도망갔다는 신화가 유행했다. 후대에 두 신화가 결합했다.

 산해경에 의하면 ‘항아분월’보다 앞선 신화를 말한다. 제준의 아내인 상희가 달을 열 두 개 낳았다. 일월산에서 이들을 씻겼다. 여기서 상희는 달의 어머니이다. 문제는 상희가 달을 열 두 개 낳았다는 고대 기록은 산해경 이외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희의 월모(月母) 신앙도 동한 시대에 생긴 것이다.

 (*母神의 개념인 땅에서는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고, 이듬해에는 새싹으로 생명이 다시 태어난다. 달이 바로 이러한 순환을 보여준다. 뱀도 껍질을 벗으면서 다시 태어난다고 보았다. 그래서, 달, 뱀은 여자 즉 여신의 상징이 되었다. 생명이 태어난다고 믿은 물도 여신의 상징이다. 샘물을 신성시하는 이유이다.)

[촌사람(이동민)]

우리도 달의 신화가 많습니다. 옥토끼가 절구질을 하는 이야기는 다분히 중국의 냄새가 납니다마는, 호랑이에 쫓기던 남매가 밧줄을 하고 하늘로 올라간 이야기며, 우리 신화도 많습니다.
달을 조각배로 묘사한 것은 현대가 만들어 낸 달의 신화입니다. 신화 만들기에는 문인들의 역할이 큽니다. 우리 회원님도 현대의 신화 만들기에 동참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야웅]

달과 항아의 관계... 예와 항아의 관계...
중국의 신화가 낳은 인물들의 관계였군요...
정말 중국인들의 창작 신화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