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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장 점입가경
촛불이 켜진 실내엔 착잡한 기운이 감돌았다.
복면을 쓴 열한 명은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영 구십구 호, 철검광자 추소백의 죽음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추소백의 죽음보다는 그를 살해한 수법 때문이라고 해야 옳다.
추소백은 무영 구십구 호지만 대야벌 백대 고수 중 서열 팔십오위에 올라 있는 고수다. 그런 그가 얼음 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는 것은 사실 충격이었다.
백옥수.
흑마수, 혈잔수와 더불어 천마삼경에 실린 무공으로 완성하면 설사 금강불괴지신이라도 깨트릴 수 있다는 전설을 간직한 무공이다. 사실 이 안에 있는 자들은 그런 전설을 믿지 않았다. 전설이라는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확대 재생산되기 마련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백옥수의 전설은 거짓이 아니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추소백이 도망을 쳤다는 사실은 백옥수의 가공함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 험!”
이 호가 기침을 하자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상석으로 향했다.
“ 지금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자는 생사림으 림주 유명계요.”
이 호는 일행을 보며 낮게 말했다.
침울해 있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 호의 목소리는 약간 들뜬 듯했다.
그동안 무성을 다녀간 무영들 때문이다.
황공망 조일백과 황룡대협 고우불의 죽음으로 인해 오십여 명 정도가 무성을 다녀갔다. 비록 암기에 닿나 것은 아니지만 추소백의 죽음 또한 무영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게 분명하다. 몇 명의 희생으로 나머지 무영들을 다시 뭉치게 할 수 있다면 나쁘게 생각할 것만은 아니었다. 머잖아 무성은 이십삼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완전한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 추소백이 그를 추적하고 있었단 말이오?”
삼 호가 물었다.
“ 아니오, 추소백은 다른 자를 추적하고 있었소.”
이 호는 고개를 저었다.
“ 누굴 추격하고 있었다는 것이오?”
“ 연우강을 추적한다는 말을 언뜻 들었소.”
“ 연우강이면 금릉 연씨 세가의 장남이면서 야장의 똥지게를 하고 있는 그 괴짜 아니오.”
“ 그렇소. 삼 호.”
“ 그럼 연우강을 추적하다가 천마삼경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말이 되는 거요?”
삼 호 또한 추소백이 연우강에게 당했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연우강을 추적하다가 천마삼경의 흔적을 발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그건 나도 정확하게 모르오. 삼 호.”
“ 관련이 있는지 알아봐야겠구려.”
“ 그렇소. 천마삼경에 대한 거라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소이다. 그 일은 십 호와 십일 호가 맡아줬으면 좋겠소.”
이 호의 시선이 오른편 중간으로 향했다.
“ 죽여도 상관없소?”
듣고 있던 십 호가 물었다.
“ 증거만 남기지 않는다면 굳이 생사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대신 뭔가를 반드시 알아내야 하오. 의미 없는 살인은 일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오. 십 호.”
“ 알았소이다.”
“ 그럼 이제 천마삼경에 대해 논의를 해봅시다.”
“ 율령궁과 생사림의 싸움에 굳이 우리가 끼어들 필요가 있겠소?”
삼 호의 목소리엔 못마땅하다는 느낌이 진하게 묻어났다.
“ 그건 율령궁과 생사림의 싸움이 아니오. 삼 호. 아울러 추소백의 죽음과도 아무런 상관 없소.”
“ 무슨 말이오?”
삼 호는 놀란 눈으로 이 호를 보았다.
“ 천마삼경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오. 삼 호.”
“ 천마삼경이라고요?”
삼 호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일행 또한 의아한 눈으로 이 호를 보았다.
“ 천마삼경의 원 주인은 잠마 희수연인데, 들어본 적 있소?”
“ 잠마 희수연이라면 고금제일미녀이자 천마제일첩을 말하는 거요?”
“ 그렇소. 이 호. 천마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이기도 했소. 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름은 혈마 연수였소.”
“ 잠마와 혈마가 동일인이라는 말이오?”
삼 호를 비롯한 열명은 경악한 눈으로 이 호를 보았다.
“ 그렇소. 그는 음기가 강할 때면 여자로, 양기가 강할 때는 남자로 살아가는 음양인이었소.”
“ 세상에.....”
일행은 신음을 내뱉었다.
천마, 잠마, 혈마. 그 세사람은 마도종사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무인들이다. 그런데 그들 셋 중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니.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 그것뿐만이 아니오. 희수연이 잠마라는 별호로 불리기 전에는 마제 가립하의 연인이었소.”
“ 마제 가립하라면, 흑천의 천주이자 우리 무성의 일대 묵사인 그를 말하는 거요?”
“ 그렇소이다.”
이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그가 검을 버리고 무성을 떠난 게 희수연 때문이란 말이오?”
“ 그렇소. 희수연은 여자로 살아갈 때 가립하를 만났고 남자로 살아갈 때는 혈마 연수로 살았소.”
“ 그럼 가립하가 무성을 떠난 직접적인 이유는?”
“ 혈루가 희수연이 음양인이라는 사실을 가립하에게 알려준 거요. 가립하는 그녀를 찾아가 희수연과 연수 중 한 쪽을 선택하라고 했는데... 희수연은 혈마 연수를 택한 거요. 그때 마침 천마도 연수가 음양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고.”
“ 천마를 선택했다는 말이구려.”
“ 그렇소. 그녀는 여자 희수연만을 사랑했던 가립하를 버리고, 나이 차이가 서른 살이나 났음에도 불구하고 음양인인 희수연과 연수를 함께 사랑한 천마를 택한 거요. 그때부터 그녀는 잠마라는 별호를 얻었소.”
“ 그럼 천마삼경은 음양인인 그녀를 위해 천마가 창안한 무공이란 말이구려.”
“ 천마는 천마삼경을 선물하면서 그 안에 장보도를 끼워 넣었다고 하오.”
“ 장보도라면?”
“ 천마는 살아 생전에 사후 준비를 했소. 자신과 그를 따랐던 일백 마인의 무덤을 조성하였는데 천마 옆자레는 희수연의 자리였다고 하오. 그곳이 바로 전설에 회자되는 마총이오.”
“ 아!”
일행은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사실 마총은 허무맹랑한 전설이었다.
-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진 일백 명의 마인이 한꺼번에 묻힌 장소. 그곳을 일컬어 마총이라 하고 그곳을 여는 자는 고금제일인이 될 것이다.
한 명의 천하제일인이라고 해도 전설은 쉽게 믿질 않거늘 하물며 백 명의 천하제일인이라고 하였으니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 마총의 전설에 대한 진실이 비로소 풀린 것이었다.
“ 자기가 먼저 죽을 걸 예상하고 희수연에게는 나중에 찾아오라고 장보도를 남겼단 말이구려.”
마총의 전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삼 호의 목소리가 약간 들떴다.
“ 그렇소이다. 삼 호.”
“ 그럼 그녀는 찾아간 거요?”
“ 그녀는 마총으로 들어가지 않았소. 오히려 젊은 시절에 버렸던 첫사랑 가립하를 찾아 천하를 헤맸다고 하오. 천마삼경이 마총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강호에 떠돌아다니는 게 바로 그 때문이오.”
“ 허허허! 그래서 인생이란 알 수 없다고 하는가 보오이다.”
삼 호는 소리내어 웃었다.
“ 우리에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소. 만일 그녀가 마총으로 들어갔다면 그곳은 영원히 전설로만 남게 됐을 테니까 말이오.”
“ 그렇구려. 천마삼경의 가치는 무공이 아니라 장보도에 있었구려.”
삼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소이다. 어떻게 하시겠소?”
이 호는 고개를 들어 무영들을 보며 물었다. 천마삼경을 취할 것인지 가부를 결정해 달라는 말이었다.
“ 난 천마삼경의 주인은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오.”
삼 호가 이 호의 말을 받았다.
“ 우린 마지막 묵사 주선엽을 없앨 때부터 한 배를 탔소. 이 호. 이번 일도 다르지 않다고 보오. 마총을 열 자격을 가진 무인은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오!”
이어 사 호가 찬성을 표하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 나도 찬성이오!”
“ 나도 찬성이오!”
나머지 무영들도 일제히 오른손을 들어올려 찬성을 표했다.
“ 좋소이다. 여러분. 그럼 천마삼경을 얻어 마총을 열도록 하겠소.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그 다음 말은 전음으로 이어졌다.
이 호의 전음을 듣고 난 일행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자, 그만 일어납시다.”
“ 먼저 나가겠소이다.”
“ 다음에 뵙겠소. 이 호.”
일행은 이 호를 향해 포권을 취하고는 자리를 떴다.
일행이 전부 나가고 나자 이 호는 천천히 무성 밖으로 나왔다.
“ 봄비가 내리는 모양이군.”
외부와 차단된 무성에서 바깥 날씨는 바람 속에 스며 있는 습기로 판단한다. 그런데 지금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눅눅한 습기가 감지됐다.
외부에는 비가 온다는 뜻일 터였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이 호는 천천히 복면을 벗었다.
아마 누군가가 이 호의 얼굴을 보았다면 놀라 기절했을 것이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강인해 보이는 턱선 그리고 우뚝한 콧날의 중년 사내는 군마련의 련주인 십절무적검 담대천호였던 것이다.
더불어 그는 대야벌 서열 이 위이자 현 벌주인 담대만승의 친동생이었다.
“ 난 가문을 위해 장만보를 유인하여 파멸시켰고, 차기 벌주로 지목되고 있던 주선엽마저도 없앴소. 그런데 당신은......”
- 영세오천은 우리 가문이 겪었던 역사의 일부분일 뿐이다. 사람이 바뀌고 시대가 달라지면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상천과 흑천이 세웠다고 하지만 이제 대야벌은 우리 지천의 소유가 됐다. 내가 벌주를 하고 내 아들이 벌주를 하고, 내 손자가, 손자의 손자가 벌주를 하면 된다. 그럼 상천과 흑천은 잊혀진 존재가 될 것이고 우리 지천만이 남게 될 것이다. 난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다. 천호야.
“ 난 아니오. 형님. 형님은 대야벌의 벌주로 만족할지 모르지만 난 세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그런 지천을 세우고 말 거요. 신화와 전설을 전부 끌어내서 지천의 천주인 난 담대천호 발 아래 둘 것이오. 날 막으면 당신도....”
담대천호는 다시 복면을 천천히 썼다.
“ 벨 것이오!”
나직했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담대천호의 신형은 풍곡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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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려는 듯 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그 빗속에 몸을 은신하고 있는 자가 있었다.
그는 연우강을 없애라는 지시를 받은 우영이었다. 우영이 연우강을 없애라는 명령을 받은 건 한 달 전이다. 늘 그렇듯 완벽한 상황을 위해서는 사전 작업을 하게 되는데, 목표물의 습관을 완전하게 숙지하고, 암살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과 시기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목표물이 약해도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두어 번 따라다니다가 추소백 살해 사건으로 시끄러워지자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녀석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한번 틀어박히자 나오기가 싫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결국 금일 아침. 상부에서 결과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부랴부랴 처소를 나섰다.
그가 살행 장소로 선택한 곳은 분뇨 집하장이 있는 곳이었다. 우영은 집하자 근처에 풀숲에 몸을 숨긴 채 연우강을 기다렸다.
한 시진 정도를 기다리자 녀석은 분관을 진 채로 나타났다. 우영은 녀석이 분관을 비울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많은 살인을 했지만 목표물이 뭔가 하고 있을 때 일을 시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곧 죽게 될 자의 마지막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선의의 측면도 있었고, 어떤 일을 할 때보다는 그 일을 끝내고 한숨을 돌릴 때가 가장 많은 허점이 노출되기 때문에 편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이유 때문에 살행을 늦춘 것은 아니었다. 녀석을 처리한 후 분관을 관으로 만들어줄 참이었다. 그런데 분관을 비우지 않으면 그 일을 자신이 해야 하고, 분관을 비우는 일은 녀석을 죽이는 것보다 더 싫었다. 그래서 녀석이 일을 끝내고 난 다음에 죽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녀석은 활과 화살을 가지고 이편을 향해 오고 있다.
“ 비 오는 날 사냥을 하겠다는 미친 놈은 또 처음이네.”
우영이 픽 웃었다.
“ 가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녀석을 산 속 깊숙한 곳까지 유인하여 없애버리면 분관을 비우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 화살이 스무 대니까 멧돼지 한 마리는 잡아가야 화살 값을 하는데.”
연우강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우영은 웃으며 몸을 날렸다. 살수답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부스럭!
삼십 장 가량 떨어진 지점에 내려선 우영은 일부러 소리를 냈다.
슉!
바로 그 순간, 연우강이 있는 곳으로부터 화살이 날아왔다. 하지만 화살은 우영이 숨어 있는 곳고는 한참 떨어진 장소로 날아가 버렸다.
“ 이런 오른쪽으로 쏠려버리네.”
“ 화살도 처음 쏘는 모양이네. 오른쪽으로 쏠린다면.”
부스럭!
우영은 기척을 냄과 동시에 오른편으로 몸을 날렸다.
슉!
턱!
오른편으로 이 장 가량 이동하자마자 곧바로 화살이 날아와 나무에 꽂혔다.
“ 클!”
모처럼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한 듯 우영은 활짝 웃었다. 스무 개의 화살을 다 쏘게 한 다음 녀석을 없애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우영은 기척을 내며 물러났다.
화살은 계속해서 날아오고, 우영은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는 기분으로 옮겨다녔다.
그렇게 반시진 정도가 지났다.
턱!
“ 응?”
우영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지금껏 연우강은 열다섯 대의 화살을 쏘았고 사냥 놀이도 슬슬 지겨워질 때가 되었다.
그래서 나무에 박힌 화살로 흘끔 시선을 주었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에 박혀 있는 화살은 절반 이상 파고 들어 가 있었다. 저 정도면 내가 고수라고 해도 쉽게 막아내기 힘든 세기였다.
“ 무시할 놈이 아니군.”
화살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자 우영의 움직임이 상당히 신중해졌다. 지금껏 해왔던 것과는 달리 그는 기척을 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슉!
“ 헉!”
느닷없이 화살이 얼굴을 향해 날아오자 우영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 이런! 또 빗나간 모양이네.”
스윽!
연우강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우영은 훌쩍 몸을 날렸다. 녀석과의 거리는 이십 장. 화살의 방향을 확인하고 막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거리였다.
턱!
우영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 화살은 뒤편 나무에 박혀 들었다. 우영은 엎드린 채 고개를 돌려 화살을 확인했다.
“ 빌어먹을!”
우영은 내심 욕설을 내뱉었다. 이번 화살 또한 절반 이상 파고들어가 있었다.
“ 살다 살다 화살을 피하는 멧돼지는 또 처음이네. 한 대로 안 되면 연사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 헉!”
우영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연사라는 말을 듣자 녀석이 군인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군인의 기본은 화살을 다루는 것이 아닌가.
문득 지금껏 녀석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를 본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 어쭈! 이젠 신음까지!”
“ 개자식!”
확실했다.
지금껏 놀림을 당한 사람은 녀석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 똥지게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영은 그의 최대강점인 은신술을 포기하고 경공술ㄹ을 이용하여 연우강을 향해 내달렸다.
“ 드디어 뿔난 멧돼지가 튀어나오네. 이번에도 역시 이 장씩 움직이고!”
연우강은 피식 웃으며 시위를 놓았다.
슉!
그의 손을 떠난 화살이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파앗!
나아가던 우영이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다. 화살은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 처음으로 움직이는 방향은 오른쪽이고!”
연우강의 손에서 두 번째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우영은 반사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영은 연우강이 말한 이 장과 오른편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연우강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파앗!
왼편으로 이동하던 그는 곧바로 바닥을 찍으며 오른편으로 향했다. 화살은 직선으로 날아오고, 그것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갈 지자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십 장.
거리가 가까워지면 화살을 피하기가 어려워지지만, 화살을 쏘는 자의 행동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화살을 잡은 손가락이 떨어지는 순간 움직이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터였다.
“ 마지막 화살이렷다, 놈!”
파앗!
텅 비어 있는 전통을 보며 우영은 힘차게 발을 찍었다. 그의 신형이 오른편으로 향하고, 연우강이 쏜 화살은 공간을 단축했다.
“ 헉!”
우영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놈은 조금 전에 서 있던 자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멈춰설 장소를 겨냥하며 시위를 놓은 것이었다.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몸을 던진 꼴이 되고 말았다.
푹!
“ 크윽!”
우영의 신형이 뚝 떨어졌다.
“ 역시 멧돼지는 마지막 화살로 잡아야 제맛이야.”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우영 앞으로 다가갔다.
“ 어떻게.....”
우영은 멍한 눈으로 가슴으로 파고들어 간 화살을 보았다.
“ 넌 한 번 이동할 때 이장을 움직이잖아.”
연우강은 우영 앞에 쪼그려 앉았다. 화살은 정확하게 심장으로 파고들어 가 있었다.
“ 이 장?”
우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따.
이 장은 우영이 가장 선호하는 거리였다.
첫 살행에 실패하게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반격을 당한다. 그럴 때면 우영은 반드시 이 장거리를 움직여 몸을 피한다. 비도를 사용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거리가 이 장이고 상대방 또한 그 거리에서 던지는 비도를 막아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습관으로 굳어졌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응! 이 장씩 움직이고 첫 번째로 움직이는 방향은 항상 오른편이야. 그 말은 곧 익숙하다는 뜻인데, 익숙함은 편안함을 의미하기도 하잖아. 사람은 보통 편안한 상태에서 마음을 풀어놓게 되고, 더구나 넌 방향을 바꾸어야 하니까 바닥을 찍는 순간에 내기를 거둬들여야 하거든. 편안한 상태에서 내기까지 거둬들이면 그야말로 완전한 무방비 상태지. 그때를 맞추면 성공확률은 십할 일걸.”
“.........!”
자신이 화살에 맞아 죽어 가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우영은 충격을 받았다. 방금 연우강이 말한 것은 살수들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살수들이 살행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내기 위해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런 순간을 노려 살행을 해왔고, 대부분 성공했다.
그런데 자신 또한 같은 방식으로 당하고 만 것이다.
“ 사월림 살수가 왜 나를 노린 거지?”
연우강은 우영의 가슴에 꽂혀 있는 화살을 잡으며 물었다.
“ 살수는 돈을 쫓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도 모르느냐?”
“ 그건 나도 알지. 내가 알고 싶은 건 돈을 댄 사람이 누군 하는 거야.”
연우강은 화살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 크윽!”
우명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 비명보다는 대답을 해주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은데.”
연우강은 당겼던 화살을 다시 밀어넣었다.
“ 나, 난 모른다.”
우영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 입을 다문다고 살아날 것도 아닌데 공연한 수고하지 말고 부는게 어때? 설사 청부자가 누군지 안다고 해도 내 주제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 그건....”
문득 녀석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청부는 들어왔고, 동료들은 녀석을 없앨 때까지 계속해서 살행에 나서게 될 것이다. 굳이 말을 해준다고 해서 달라질 상황이 아니었다.
“ 나 같으면 편하게 죽는 걸 택하겠는데, 넌 다른 모양이네?”
“ 남궁세가에서 들어온 청부다. 금액은 백만 냥이다.”
“ 이것들이 뒈지려고 환장을 했구먼.‘
연우강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날 죽여라!”
연우강이 몸을 돌리자 우영은 버럭 소리쳤다.
“ 최소한 죽어 가는 사람에게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자는 게 내 신조야. 널 죽여줄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살아온 생을 정리하면서 기다려. 그나저나 남궁세가 이 잡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거나.”
연우강은 투덜거리며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 누, 누가 온단 말이냐?”
우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 배고픈 짐승이겠지. 누구겠어.”
곧 연우강의 모습이 우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지, 짐승의 먹이가 될 수는....”
우영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심장에서 피가 벌컥벌컥 솟아 나왔다.
“ 움직일수록 빨리 죽는다.”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나타났다.
“ 당신들은?”
우영은 의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보았다.
안면이 있는 자들이었다.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자는 무궐의 이인자인 적사진인 용환이라는 자고, 황색 무복을 걸친 자는 묵야련의 이인자인 진곤신패 민웅철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무영 십 호와 십일 호라는 숨겨진 신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우영은 몰랐다.
“ 그놈 잔인한 구석이 있소이다. 민 형.”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적사진인 용환이었다.
“ 그러게 말이오. 이놈이 진기로 심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화살 구멍을 키워서 피가 많이 흘러나오게 해두었소이다. 그려.”
민웅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 민 형이 보기엔 어떻소?”
용환은 우영의 가슴에 꽂혀 있는 화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 이놈을 없앨 때 연우강은 무공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소이다.”
민웅철은 조금 전 연우강이 사라진 곳을 더듬어 보았다. 수천 명의 살수를 보유한 사월림에서 가장 뛰어난 살수 열다섯 명을 일컬어 삼월오살칠영이라고 부르는데, 그들 중 막내가 바로 우영이다.
그런 자를 활 하나로 없애버린 그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정녕 대단한 놈이 아닐 수 없었따.
“ 소문처럼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 거라고 보시오?”
“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여유가 넘치오. 뭔가 숨기고 있지 않는 이상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소이다. 더구나 상대는 사월림의 칠영 중 한 명인 우영이오. 임기응변만으로 없애기에는 벅찬 상대외다.”
“ 그럼 좀 더 지켜봐야겠군요.”
“ 그래야 할 것 같소이다. 우선 이놈 몸에 무공의 흔적을 남겨야겠소.”
“ 연우강이 무공을 익힌 걸로 해놓자는 말이오?”
“ 그래야 놈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아니오. 살수들의 손에 죽어버리면 더는 따라다닐 필요가 없게 되는 거고, 살수들이 죽으면 놈을 다시 봐야지요.”
“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용환은 오른 손가락을 가볍게 오므렸다.
슉!
그의 손가락이 튕겨지는 순간, 지풍이 쏘아져 나가 우영의 이마 속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 컥!”
나직한 비명과 함께 우영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 사월림 살수들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가져다 두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 그럽시다.”
두 사람은 우영의 시신을 허공섭물로 들어올리더니 대야벌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용환과 민웅철이 사라지고 잠시 후, 숲 한편에서 황금색 옷을 걸친 자가 나타났다.
그는 떠난 것처럼 하였던 연우강이었다.
“ 저것들은 또 뭐야?”
연우강은 얼굴을 찌푸렸다.
원래는 살수를 처리한 후 묻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분뇨집하장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는 자들은 한 명이 아니었다. 결국은 처리한 살수를 그대로 두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살수보다 훨씬 강한 두 명이 나타난 것이었다.
“ 왜들 그렇게 똥지게에 관심이 많은지 몰라.”
연우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니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난 말이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개독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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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착각을 한 게 아닌가?”
양도욱은 운자준이 잘못 봤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영은 천성이 게을러 일을 열심히 하는 자는 아니지만 맡은 일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하게 처리한다.
다른 살수들은 한두 번의 실패 경험이 있지만 우영은 지금껏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죽었다는 말이 선뜻 믿어지지가 않았다.
“ 심장엔 화살이 꽂혀 있고, 지풍이 이마를 관통했습니다. 림주님.”
“ 지풍?”
“ 그렇습니다.”
“ 그놈이 흑철마신을 완성하고 단전에 있는 내기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해도 공력은 반 갑자에 불과하네. 그 정도 공력으로 지풍을 쏠 수 있다고 보는가?”
“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림주님. 아무래도 호위를 고용한 것 같습니다.”
“ 호위라.... 그럴 수도 있겠군.”
“ 칠영의 나머질 전부를 동원하게. 보름 안에 녀석의 시체를 보고 싶다고 전하게.”
“ 알겠습니다. 림주님.”
“ 생사림은 어떻게 돼 꼬 있는가?”
“ 폭발 직전에 있습니다.”
“ 폭발 직전이라면?”
“ 먼저 시작한 쪽은 유명계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감시하던 천안원의 밀정 이십명을 없애버렸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명계의 큰아들과 손자 둘이 실종됐더군요.”
“ 납치를 당했단 말인가?”
“ 유명계는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 우담보가 아무리 공에 목말랐다고 해도 납치까지 할 사람은 아닌데?”
양도욱은 고개를 갸웃했다.
우담보의 별호는 군자무림행이다.
설사 조일백과 고우불의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해도 가족을 납치할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더구나 우담보에게는 심증만 있을뿐 물증이 없는 상황이 아닌가.
“ 우담보는 펄펄 뛰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명계가 가족을 이용하여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며 더욱 의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운자준은 고개를 들어 양도욱을 보았다.
“ 천상천의 상황이 궁금한 건가?”
“ 그렇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으면 천상천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자넨 벌주가 누구 편을 들었으면 좋겠는가?”
“ 그건......”
욵준은 말끝을 흐렸다.
벌주 입장에서 보면 군자무림행 우담보는 심복 중의 심복이고, 생사림 또한 의술을 연구하는 단체니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천안원 밀정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중재라도 해볼 터인데, 이미 사건은 커질 대로 커져 방법이 없을 듯했다.
“ 개입하기도 이미 늦었네. 뇌백. 그보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 뭘 말입니까?”
“ 요즘 은밀하게 떠돌고 있는 소문 못 들었는가?”
“ 어떤 소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천마삼경에 지천의 성역인 마총으로 들어가는 장보도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은밀하게 돌고 있네.”
“ 정말입니까?”
운자준은 깜짝 놀랐다. 처음 듣는 소문이기 때문이었다.
“ 그렇다네. 더불어 전설의 천마가 지천의 천주였다는 소문도 함께 돌고 있네.”
“ 사실입니까?”
“ 사실일 가능성이 높네. 아니 사실일 거네.”
양도욱은 확신하듯 말했다.
“ 그랬군요.”
운자준의 눈빛은 깊어졌다.
“ 무슨 뜻인가?”
“ 이제야 상황이이해가 간다는 뜻입니다.”
“ 상황이 이해가 간다는 건?”
“ 전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가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 어떤 면에서 말인가?”
“ 천마삼경을 얻었을 거라고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은 생사림의 림주였습니다. 그는 개인도 아니고 한 단체의 수장입니다. 천마삼경이 금서이긴 하나 생사림 림주 정도면 가질 자격은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율령궁의 궁주 우담보는 무작정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고양이 쥐 몰듯 몰아붙였습니다.”
“ 조일백과 고우불의 죽음으로 인해 우담보는 궁지에 몰려있었네. 그로선 그럴수밖에 없었네.”
“ 하지만 대화로 푸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림주님. 예를 들면 연공을 훔쳐보는 복면인이 있어 공격을 했는데 그자가 추소백이었다고 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우담보와 유명계가 입을 맞추려고 한다면 핑계는 수십 가지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담보는 그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유명계를 용의자로 지목하자마자 밀정을 파견하여 감시를 시작했습니다. 그건 곧.....”
“ 천마삼경이 목적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장보도가 목적이란 말이군.”
“ 그렇습니다. 림주님. 유명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내놓지 않은 겁니다. 만일 천마삼경이 단순한 비급의 가치만 지니고 있다면 필사를 하거나 암기를 하고 비급을 줘버리면 그만입니다. 굳이 껴안고 있을 리가 없겠지요.”
“ 클!”
양도욱은 피식 웃었다.
결국 그렇게 된 것이었다.
우담보와 유명계는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보물을 두고 힘 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 발빠른 자들로 오백을 준비시키게.”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양도욱은 운자준을 돌아보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 뇌백, 지천을 아는가?”
“ 영세오천의 한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지천은 흑천과 더불어 가장 강한 문파였네. 특히 지천 백마의 무공은 경천동지할 위력을 지녔다고 하였네. 아니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네. 추소백을 죽인 백옥수가 바로 지천 백마의 일인인 잠마의 무공이네. 지천의 성역인 마총을 열면 대야벌에서 최강이 되네. 최강이 된다는 건 곧 벌주를 말하고.”
“ 모험을 하시겠다는 말입니까?”
“ 크크크! 나뿐만이 아닐 거네. 뇌백. 아마 대야벌에 속한 모든 세력이 생사림을 노리고 있을 거네.”
“ 벌주가 가만있을 걸로 보십니까?”
“ 자넨 아직 대야벌을 모르는군.”
“ 네?”
“ 대야벌은 그렇게 성장해 왔네. 음모와 배신과 전쟁은 외부뿐만 아니라 이 안에서도 이루어지네. 더불어 대야벌의 존망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라면 벌주는 절대 나설 수가 없네.”
양도욱은 잠시 말을 끊고 차로 목을 축였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삼궐칠련십림은 하나이면서도 각각 독립적인 기관이네. 그런 그들 앞에서 허점을 보이는 것은 곧 죽여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네. 그리고 생사림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곳을 채워줄 자들은 넘쳐나는 곳이 바로 대야벌 아닌가.”
“ 그렇군요.”
“ 오백 명을 준비시키고 다른 림의 동태를 주시하도록 하게.”
“ 알겠습니다. 림주님.”
운자준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