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개나무Japanese Raisin Tree , 枳惧 , ケンポナシ玄圃梨지구자나무, 호리깨나무, 호깨나무, 호로깨나무, 볼게나무
분류학명
헛개나무는 수많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호깨나무, 호로깨나무, 벌나무라고도 한다. 한자 이름인 지구자(枳椇子), 괴조(拐棗), 목밀(木蜜), 목산호(木珊瑚) 등은 모두 헛개나무를 말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고, 널리 이용된 나무임을 알 수 있다.
헛개나무는 갈매나무과라는 그리 크지 않은 식솔을 거느린 집안 출신으로 잘 알려진 대추나무, 독특한 세포배열을 가진 갈매나무, 우리나라에 자라면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망개나무 등 좀 특별한 나무들과 사촌쯤 된다.
헛개나무는 중부 이남에서 주로 자라며, 지름이 한 아름이나 자랄 수 있는 큰 나무다. 목재는 연한 갈색을 띠고, 아름다운 무늬를 갖고 있으며 단단하기까지 하다. 재질이 좋아 건축재나 가구를 만드는 나무로도 손색이 없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커다란 타원형으로 손바닥 크기만 하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흰빛의 작은 꽃이며, 초여름에 꽃대의 아래에서부터 시작하여 위로 피어 올라간다.
헛개나무의 재질, 껍질, 잎 등의 이런 모양새는 다른 나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나무일 뿐이나 열매의 모양은 그만이 갖는 특별함이 있다. 열매는 갈색이 돌며 굵은 콩알만 한 크기로 열리는데, 이를 받치고 있는 열매자루가 멋대로 부풀어 서로 연결되어 참으로 괴상하게 생겼다. 열매가 익을 무렵이면 열매자루는 새끼손가락 굵기 정도로 굵어지면서 울퉁불퉁하고 꾸불꾸불한 갈색의 꽈배기 모양으로 서로 뒤엉켜 있다. 동그란 열매는 어디에 숨었는지 찾기 어렵고, 어찌 보면 징그럽기까지 하며, 심지어 닭발처럼 생겼다. ‘지구자’라는 생약명으로 알려진 이 열매는 비록 모양은 형편없이 못생겼지만 은은한 향기에 달콤하기까지 하며, 그 속에는 간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헛개나무가 유명해진 이유다.
헛개나무가 술독을 풀고 간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은 우리나라 의서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물론 《동의보감》에도 헛개나무에 대한 기술은 없다. 그러나 중국 책에는 여러 기록이 나온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는 “헛개나무는 가을이 되면 열매 대궁이 비대해지면서 산호모양으로 되는데, 이것을 약으로 쓰며 맛이 달아서 사람들이 먹는다. 열매는 숙취를 덜게 하고 간을 보호해주는 약효가 있다. 나무 조각을 술독에 넣으면 술이 물로 된다”라고 했다. 또 헛개나무를 기둥으로 쓰면 그 집에서는 술을 빚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내용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헛개나무의 효능에 대해 과장된 이야기가 많다. “옛날 어떤 사람이 헛개나무로 집을 수리하다가 실수로 나무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더니 술이 곧 물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집 안에 심기만 해도 술이 익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처럼 옛사람들이 말한 헛개나무의 약효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다.
헛개나무는 열매를 포함한 열매자루에 약효성분이 가장 많다. 여기에는 간 독성해소 및 숙취해소 활성을 갖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서다. 그러나 이런 효능들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바로 획기적인 간 치료제로서 당장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치료효과를 비롯하여 안전하고 독성이 없다는 증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인체실험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헛개나무의 약리효과는 현재 건강식품이라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 가지 안타까움이 있다. 헛개나무는 간에 좋은 나무로 알려지기 전부터 흔한 나무가 아니라서 산에서 만나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아예 우리 산에서 헛개나무는 사라져버렸다. 열매만 따가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통째로 잘라가는 몰염치한 사람들 때문이다. 울릉도의 일부 관광지에서 겨우 자연산 헛개나무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나무의 멸종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