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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발데사리
발데사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자유와 진보의 상징인 웨스트코스트(West coast)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들의 ‘구루’로 칭송받는 작가다. 1960년대 이미지와 텍스트간의 상호관계에 주목한 회화들로 개념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개념미술은 완성된 예술품 자체보다 과정이나 아이디어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확산된 현대미술 사조 중 하나다. 발데사리는 대중매체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해체하고 재조립한 작품들을 통해, 미디어 이미지가 전하는 메시지를 관습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하며 주목 받았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서로 연결되지 않도록 부조화스럽게 조합시킴으로써 뻔한 클리셰(Cliché)를 전복시켰다. 1970년 ‘화장프로젝트’ 퍼포먼스를 통해 지난 13년동안(1953~1966) 자신이 해 왔던 모든 전통적인 회화 작품을 불태워버리면서 개념미술이라는 새로운 예술세계의 시작을 알렸다. 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로부터 영향 받았다고 말하는 발데사리는 영화 스틸 컷에 텍스트를 조합시키는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시각적인 미니멀리즘에 치중했던 개념미술에 팝아트를 아우르면서 장르의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현재 발데사리는 설치, 조각,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발데사리는 이처럼 각각 강력한 서사적 요소를 내포한 이미지와 동떨어진 듯한 문구를 함께 선보여 어떤 특정한 상황을 드러내지 않도록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그의 60년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사진과 텍스트를 조합하는 것. 이미지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발데사리는 영화 스틸, 광고, 신문, 잡지, 고전 명화를 수집하고 복제해 확대, 변형하거나 텍스트와 병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몇몇 비평가는 그의 작품을 “진지하지 않은 개념미술”이라며 못마땅해하거나 점차 개념을 포기하고 시각적 의미만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이는 다른 개념미술과 차별화되는 대중성이나 위트와 유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예술과 삶, 미술과 대중문화, 고급과 저급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이미지가 범람하는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런 면에서 존 발데사리야말로 어느 누구보다 동시대적 감수성을 잘 대변하는 예술가다. 1960년대 후반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대표작을 감상하며 그의 예술 세계에 다가가보자.
발데사리는 그동안 테이트모던, 휘트니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뮤지엄에서 수차례 개인전과 회고전을 열어 왔다. 한국에서는 1996년 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