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에 이르기를
“어찌하여 도적이 나의 옷을 빌려 입고 여래를 팔아 각종의 업을 짓는가?
만약 계(戒)로써 마음을 다독거리지 못하는 자는
설령 그 견해가 넉넉하기를
부처님이나 조사들과 가지런하다 할지라도
여래를 팔아 각종의 업 지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성철스님의 자성의 소리를 더 들어보자. “부처님 파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로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소위 불공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 와서 불공하여 명(命)도 받고 복도 받아가라 하면서 승려는 목탁을 칩니다. 목탁이란 근본을 전하는 것이 생명입니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자기반성으로 인해 한때 종단에서 큰 오해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 스님네들은 모조리 굶어죽으란 말이냐”는 원망까지 샀다.
사실 출가승은 목사나 신부처럼 성직자가 아니다. 쉽게 말해 중은 직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직 깨달음의 길을 가는 수행인일 뿐이다. 깨달음은 부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떠서 자비의 빛을 온 누리에 비추는 삶이 출가수행인의 본분이다. 수행인에게 필요한 소유물은 일표일납(一瓢一衲) 일의일발(一衣一鉢)뿐이다. 말 그대로 표주박 하나와 누더기 한 벌로 족한 삶이다. 이 어구는 그래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수행인을 가리킨다. 일의일발은 수행인이라면 누구나 이승을 떠날 때까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생활도구이다.
출가자는 머리를 깎고 잿빛 염의를 입는 그 순간부터 소유를 제한하는 삶을 각오해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는 소유가 고뇌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탐욕과 집착을 버렸다. 집착이 고통의 싹을 키우고 결국 스스로를 결박하게 만든다. 집착이 모든 욕망의 씨앗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