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7(수)
마르코 복음 7장
마태오 복음 15,1-31
(마태오 15,29-30)
산에 오르시어 자리를 잡고
~~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묵상-
주님이 산에 오르시어 자리를 잡으신다.
그런데 평지도 아닌 산 위로 불구자들과
눈먼 이들을 데리고 올라온 거다.
병자들의 간절함이야 당연하지만,
그들을 데리고 산 위에까지 올라온
군중들의 착한 마음이 감동을 준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주셨다.'(마태 15,30)
이 구절을 묵상해보았다. 예수님이 그동안
치유한 병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
(원격조정)에 있거나 바로 앞 침상에 있거나,
또는 벳체타 연못가의 병자나 지붕을 뚫고
내려진 중풍병자처럼 몇 걸음 떨어진 상태에서
만났었는데, 오늘은 이례적으로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았다.
경계 없이 밀착된 상태, 즉 친밀한 장면이
연출된 거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어딘가에서
보았던 장면이기도 하다.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루카 10,39)
하느님을 만날 때 우리는 처음부터 확 다가가지
않는다. 기도를 하다가 하느님이 함께 계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면 친밀감이 생기면서, 조금씩
다가가게 되는데, 주님과의 거리감은 결국
그분에 대한 믿음과 신뢰감에서 좌우된다.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절망만 하던 병자가, 소문이 자자한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자비로운 얼굴을
바라본다는 것, 그 자체로 치유라고 본다.
그 앞에서 느꼈을 안도감과 안정감, 믿음직한
든든함, 왠지 선택되었다는 자부심 등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싶다.
예수님 발치에 앉아 그분과 눈 맞춤하며 말씀을
듣고 사랑을 받았던 마리아, 그 행복이 얼마나
값지고 유익했으면, 세상일에 분주한 언니
마르타의 투정을 감내하면서까지 그 자리를
고수했겠는가.
심지어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2)라고 하시며, 당신과의
친교가 곧 치유고 정화이며 성장임을 암시하신다.
수많은 성인성녀들도 항상 주님의 발치에 앉거나
엎드리거나 또는 예수님의 무릎에 기대어
신랑이신 주님과 친교를 나누었다. 세상 일이
분주하더라도 꼭 시간을내어 주님 발치에
머물러서 교감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엄청난 숫자의 병자들을 만나 돌보던
마더 테레사 수녀님 역시 지친 몸으로 밤늦게
귀가하셔도 1시간 봉사하고 오셨으면, 2시간을
예수님의 발치에 머물러 기도하시며, 병자들을
사랑할 마음과 힘을 그분께로부터 얻곤 하셨다.
삶이 고통스러울 때 수도원 경당에 매일 달려가
주님 발치 앞에 앉아 때론 흐느끼고 때론
함박웃음을 지며 그분과 함께 했던 추억이 많다.
그 시간의 기쁨이 너무나 컸기에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하고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 사람처럼, 나 역시 주님 발치의 행복을
샀던 거다.
오직 필요한 것은 한가지 뿐, 당신의 발치에
머무르는 것, 너는 그것을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빼앗기지 않았다.
내 영혼에 어둠이 가득하고, 상처와 악습으로
지옥 같은 맘일지라도 죽으나 사나 주님 발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분과 함께 회복해가는 것,
그 여정이 내겐 지상에서의 천국이다.
군중들이 눈 먼이와 듣지 못하는 이, 불구자들을
산위까지 데리고 올라와 주님 발치에 앉혀놓은
것처럼 나 역시 성령께서 이끄시어 거기로
데려다 놓는 거라고 생각한다. 성모님의 기도와
성인성녀와 천사들의 도우심도 내겐 병자들을
주님 발치에 데려다 준 군중들과 같은 존재다.
사랑의 주님,
당신의 발치에서 언제나 저는 나약한 여인이고,
상처 많은 영혼이고 당신의 눈빛과 체온을
그리워하는 연인입니다.
제 부족함을 말해 뭐할까요.
그럼에도 제가 당신 발치에 머물 수 있는 것은
당신께서는 제 부족함을 뛰어넘는 완전한
분이시기에 그렇습니다.
제가 약한 만큼 강한 분이시고,
제가 두려운 만큼 평화로운 분이시고,
제가 미천하고 작은 만큼 크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구하게 당신의
발치에 머물러 치유 받고 사랑 받으며, 좋은
몫을 택한 마리아처럼 늘 행복하게 해주소서.
첫댓글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