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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날개 / 박봉철
날개에 바닥이 있다. 어둠을 안고 일어선 곳에 깃털 냄새가 났다
어깨 둘둘 말며 방향을 잡아간다
바람은 심장을 꿰뚫듯 그림자를 비켜선다
새를 연상하며 새의 가벼운 뼈들을 통과한다
무게를 줄이는 새에게 구멍이 뚫려있다는
고고학적인 소견이 귓등을 강타한다
생각을 횃대 삼아 이렇게 가벼운 분위기는 처음이야,
상황만 점점 무거워지는 거지
무게를 덜기 위해
기낭이 풍선처럼 부푸는 듯 위를 갈아먹었던 게지
거품처럼 붉은 강물들이 몸속 번갈아 우거진 체액을 삼켰던 게지
가쁜 숨이 펼쳐진 입김들이 타원형처럼 포개졌고
빛의 멱살을 찾아 길을 낼 수 있을까
방향을 재면서 동시에 꼬리가 돋아났다
그때 주저앉는 평형의 몫은 없을 것이다
꼬리를 빙빙 돌려보내는 하마, 위험할 때 철썩, 철썩 보내는 비버, 방향을 틀 때
긴꼬리로 균형을 잡는 치타,
꼬리가 날개로 들.어.간.다. 거꾸로 들.어.간.다.
꼬리의 배후는 날개였을까
분주하게 묻어온, 허공을 짚어낸다
날개를 치켜들며 여긴 바닥이므로, 일어섰을 즈음
날것의 대의를 위하여
출렁이는 지평선 너머
반쯤 넘어진 표면으로 뿔뿔이 내미는 깃털
겨드랑이에 혁명을 물고 허공을 헹구던 어깻짓
기슭을 앓아, 바깥의 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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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춘문예 ‘시’ 심사평]
‘날개는 바닥이다’… 시인만의 은유로 빛나
김언희, 성윤석 시인
무엇이 시인가? 라는 질문에 앞서 시를 쓰는 사람은 자기의 시에 시적 언술이 있는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시적 언술이란, 사물과 인간의 삶을 다르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오랜 습작과 읽기, 그리고 사유에서 나온다.
수많은 투고작 앞에서 단 한 사람의 시인을 선하는 일은 언제나 곤혹스럽다. 그럼에도 선자들은 투고작들을 열심히 읽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다운 시를 찾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1329편의 시가 투고되었다. 최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민들이 한국문학에 많은 괸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투고작들의 전체적인 성향은 가족을 다룬 시편이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취업, 전쟁, 실업, 가난의 풍경들을 살핀 시들도 없지 않았으나,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고, 가족 간의 이별, 병마, 가족 해체에 대한 시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투고작들의 수준이 고르게 높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나, 특별한 한 편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투고작 중에서 선자들에게 끝까지 남은 작품은 총 4편. 이 네 분의 작품 4편 중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세워도 무방할 정도로 수준이 비슷했다. 마지막까지 선자들에게 고민을 안겨준 작품은 박봉철의 〈날개〉와 박설하의 〈무를 주세요〉 2편. 선자들은 박봉철의 〈날개〉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축하드린다. 시 〈날개〉는 ‘날개는 바닥이다’라는 시인만의 은유와 함께 ‘겨드랑이에 혁명을 물고 허공을 헹구던 어깻짓/기슭을 앓아, 바깥의 몸살이다’처럼 날개, 라는 대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여기서 뜻밖의 발견을 끌어낸 수작이다. 동봉한 다른 시편에서 언뜻 보이는 상투적인 표현만 지워나간다면 무겁고도 진중한 시인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투고작 중에서 가장 신선하고 발랄한 작품은 박설하의 〈무를 주세요〉 등 3편이다. 선자들이 오래 망설였던 작품이다. 다만 같이 투고한 작품 〈끈끈한 가족〉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언술이 걸려 아깝게 탈락했다. 이미 기성 시인 못지않은 세련된 시적 어휘와 신선한 눈을 가진 분으로 얼마 안 가 다른 지면에서 만나게 될 것임을 믿는다. 이 외에도 서미경의 〈브루클린의 날씨는 좋다고 전해주세요〉는 발상과 시적 전개가 활달하고 좋았으나 ‘할렐루야’라는 찬양어가 조화롭게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고, 강은미의 〈탐조〉는 담백한 시상 전개가 인상적이었으나, 특별한 시적 발견이 눈에 띄지 않았다. 당선자를 비롯해 투고하신 분들의 문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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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내 삶에서 신춘이 얼마나 치열한지 깨달아
하루 전날 너무 궁금해서 타로를 봅니다. 당선될 것인지 어떤지를 몰입하면서….
컵 투 카드에 들은 잔 2개를 보며 승리의 잔인가 아니면 아! 또 이등인가를 속엣말로 쓸쓸한 기분을 밤새 느끼며 무거운 몸을 이끌었습니다. 다음날 월요병을 극복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선이라는 밝고 이쁜 목소리에 무덤덤한 인사로 화답했습니다. 누군가가 들을까. 늦깎이에 함부로 벅찬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목요일(12일) 최종심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최근 최종심에는 몇 번 올라간 터라 그리고 저보다 나이 어린 응모자들이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신춘문예니까요. 하지만 주말 내내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 늘 뒤숭숭했습니다.
사실 신춘문예는 신인들 등용문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여러 해를 보냈으며 신진 기대주들이 당선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춘문예라는 간판에 최선을 다하는 나 자신을 볼 때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실망했을 때를 대비하여 나름의 핑계를 가졌습니다.
매번 신춘문예는 절대 안 할 거라고 다짐했지만, 결국 시간이 다가오면 미련을 갖게 되고 하루 이틀 전에 급기야 최선을 다해 글을 적는(?) 나 자신을 어리둥절하게 보면서 삶에서 신춘이 얼마나 치열한지 깨닫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신춘(新春)은 형용사이면서 싱싱한 말줄임표인 것 같습니다
싱싱하지 않은 시는 그냥 하소연이나 다름없는 시로 전락하는, 발전이 없는 상투에 젖은 글, 안주하는 글일까요,
제게 시는 열정적으로 시작하고 끊임없이 겸손하게, 언제나 초심으로, 시구 하나하나 펼치는 몰입의 과정이리라, 늘 다짐하곤 합니다.
제게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무심(無心)의 매진이 이번에는 저에게 행운과 축복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춘문예 당선자에 걸맞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모자라는 작품에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기회를 주신 경남신문사와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 부문 당선자 박봉철 씨 △1962년생 △부산 거주
챗GPT분석(참고로만)
1. 제목의 의미
**"날개"**는 자유와 비상의 상징이지만, 이 시에서의 날개는 그 자체로 완전하지 않고, 무거운 현실과 고통 속에서도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의 상징이다. 이는 단순히 비상의 상징이 아니라, 억압과 고통을 넘어선 자기 혁명과 균형의 추구를 나타낸다.
2. 주제
현실의 무게를 덜고 자유를 추구하려는 몸부림과 그 과정에서의 고통과 혁명적 움직임.
3. 상징의 분석
날개: 자유와 비상을 상징하지만, 현실의 무게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통스러운 노력의 표현.
꼬리: 균형과 방향의 상징. 자유를 위한 준비 과정과 내적 갈등을 나타냄.
가벼운 뼈: 비상하려는 존재의 경량화된 속성으로, 고통을 덜고 비우려는 시도를 나타냄.
깃털: 비상의 도구이자 혁명을 상징. 억압을 넘어서려는 작은 움직임의 시작.
혁명을 물고 허공을 헹구던 어깻짓: 새로운 변화를 위한 노력과 고통스러운 몸부림.
4. 연 단위 분석
현실을 벗어나려는 시작
날개에 바닥이 있다. 어둠을 안고 일어선 곳에 깃털 냄새가 났다
어깨 둘둘 말며 방향을 잡아간다
바람은 심장을 꿰뚫듯 그림자를 비켜선다
새를 연상하며 새의 가벼운 뼈들을 통과한다
무게를 줄이는 새에게 구멍이 뚫려있다는
고고학적인 소견이 귓등을 강타한다
날개가 자유를 상징하지만, 그 출발점은 바닥이다. 어둠 속에서 비상을 꿈꾸는 움직임이 시작되며,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과 고통이 묘사된다. 새의 구멍 난 뼈는 고통을 통해 자유를 얻는 과정을 나타낸다.
무게를 덜기 위한 몸부림
생각을 횃대 삼아 이렇게 가벼운 분위기는 처음이야,
상황만 점점 무거워지는 거지
무게를 덜기 위해
기낭이 풍선처럼 부푸는 듯 위를 갈아먹었던 게지
거품처럼 붉은 강물들이 몸속 번갈아 우거진 체액을 삼켰던 게지
가벼움과 무거움이 대비되며, 상황은 점점 무거워지는 현실 속에서 무게를 덜기 위한 내적 고투가 드러난다. 붉은 강물은 고통과 희생의 흔적을 상징하며, 이 과정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
가쁜 숨이 펼쳐진 입김들이 타원형처럼 포개졌고
빛의 멱살을 찾아 길을 낼 수 있을까
방향을 재면서 동시에 꼬리가 돋아났다
그때 주저앉는 평형의 몫은 없을 것이다
무게를 줄이려는 몸부림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과 희망이 담겨 있다. "빛의 멱살"은 더 나은 방향을 찾으려는 절박함을 상징하며, 꼬리는 균형을 잡기 위한 도구로 등장한다.
꼬리와 날개의 연결
꼬리를 빙빙 돌려보내는 하마, 위험할 때 철썩, 철썩 보내는 비버, 방향을 틀 때
긴꼬리로 균형을 잡는 치타,
꼬리가 날개로 들.어.간.다. 거꾸로 들.어.간.다.
꼬리의 배후는 날개였을까
분주하게 묻어온, 허공을 짚어낸다
날개를 치켜들며 여긴 바닥이므로, 일어섰을 즈음
꼬리는 균형의 상징이며, 날개로 전환되는 과정은 현실을 넘어 비상을 꿈꾸는 변화를 나타낸다. "허공을 짚어낸다"는 자유를 향한 치열한 몸부림을 상징하며, 비상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모습을 보여준다.
혁명의 시작
날것의 대의를 위하여
출렁이는 지평선 너머
반쯤 넘어진 표면으로 뿔뿔이 내미는 깃털
겨드랑이에 혁명을 물고 허공을 헹구던 어깻짓
기슭을 앓아, 바깥의 몸살이다
날것(자연적 본능)의 대의는 현실을 넘어 자유와 변화를 추구하려는 본능적 의지를 나타낸다. 깃털은 혁명의 상징이며, 허공을 헹구는 어깻짓은 현실을 극복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나타낸다. "기슭을 앓아"는 고통과 변화의 몸부림을 상징한다.
5. 결론
이 시는 현실의 무게를 덜고 자유를 꿈꾸는 과정에서의 고통과 혁명을 묘사한다. 날개는 자유의 상징이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치열하다. 무게를 덜고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곧 변화와 혁명으로 이어지며, 이는 억압적 현실 속에서 자유와 해방을 향한 치열한 몸부림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