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동의 부부싸움
서봉교 시인
자정은 내일로 향하라고 있는 법 우리 집 앞동 아파트 2층
찢어지는 계집아이 울음소리 악을 쓰는 그집마누라의 목소리는 전방 사단 열병식(閱兵式) 구호 아하! 오늘 칼자루는 그대의 것
신랑이 술이 떡이 됬는 지 신랑이 바람을 피웠는지 신랑이 카지노를 다녀왔는지 과부 보증을 섰는지 내 알바 아니지만 폭염 주의보 맞은 원주 시내에서 더위에 창문을 열고 단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깨우는 분열 구호소리 ‘내가 못 살아’ ‘내가 못 살아’
처음 생생하던 애들 울음소리도 처서 지나서 죽지 못해 울어대는 참매미 소리처럼 잦아들고
옆집도 관리사무소도 민중의 지팡이도 아무도 돌 볼이 없는 그 집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새벽한시가 다 되가는 데 K-1경기라면 3라운드면 끝인데 저 집에 비하면 이라크전은 전쟁도 아니여 기관총처럼 퍼 부어대는 마누라의 구호 소리 신랑은 불알 떼어낸 벙어리인가 *시악(恃惡)만쓰는 마누라 어지간하면 지새끼들과 옆집생각해서 그냥자지
4주후에 보자고 하던 *신구 선생의 목소리가 스쳐 가는 데
폭염(暴炎)탓에 칼이 안 드는지 물이 잘라지지 않는 지 아직도 저러고 있네.
필시(必是) 오늘 밤 둘 중 하나는 죽을 것 같다.
*시악恃惡:그 성미로 부리는 악. *열병식閱兵式 :정렬한 군대의 앞을 지나면서 검열하는 의식. *신구 :대한민국 배우 ,금요일 드라마 사랑과 전쟁중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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