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서울하수도 해부학 4-하수도 자산관리시스템 관리대장,데이터자료 얼마나 정확할까?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자산관리 제대로 될까
시설물 관리 ,데이터 정확해야 회계처리도 제대로
법적인 하수도 자산관리 엉터리 분석이 큰 문제
환경부에서 하수도 자산관리시스템을 만드는 모양이다. 환경관리공단을 통해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한 기대가 엄청난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서울시도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자산관리시스템의 시초는 호텔에서 시작된 것 같다. 1980년대 최초로 등장한 자산관리시스템(Property management system : PMS) 또는 호텔운영시스템(Hotel Operating System : HOS)은 부동산, 제조, 물류, 지적재산, 공공 또는 호텔 같은 접대시설 관리에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들은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모든 자산, 유지관리, 법률, 인력 및 장비의 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문서 기반의 기존 방식을 대체했다. 특정 조직을 위한 ERP 시스템(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의 일종으로 보인다. 이걸 공공 혹은 상하수도 같은 시설물 관리로 가져오면서 Asset Management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자산관리 혹은 자산운용 쯤에 해당하는 이 말은 협소하게는 투자 대행사가 위탁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왜 하수도에서 굳이 어울리지도 않는 Asset Management라는 말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산관리가 필요한 이유의 하나는 회계적 측면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하수도는 기본적으로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직영기업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지방직영기업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기업이다. 지방공기업법 시행령에 따라 1일 처리능력 1만톤 이상인 하수도사업은 의무적으로 지방직영기업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서울시는 오랫동안 직영기업 전환을 거부하다 2017년에야 직영기업의 근거가 되는 하수도사업 설치 조례를 제정하고 2018년 직영기업으로 전환하였다. 이전에는 기업이 아닌 서울시가 관리하는 여러 가지 특별회계 중 하나로 운영되었다.
직영기업의 관리자는 하수도 담당 국장이다. 회장은 시장, 사장은 국장인 셈이다. 직영기업의 재무는 원칙적으로 독립채산이다. 서울시는 국비나 일반회계의 전입이 사실상 없으니 완전한 독립채산이다. 세금 한 푼 없이 하수도사용료나 원인자부담금 같은 자체 수입으로 하수도를 건설하고 유지관리하고 운영한다. 하수도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급여도 기업회계 수입으로 충당한다. 직영기업의 회계는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재산의 증감과 변동을 발생 사실에 따라 기록하는 발생주의 회계가 적용된다. 발생주의 회계란 거래가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효과를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기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발생하는 시점에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기업활동과 돈의 유출입은 일치하지 않지만, 수익, 비용 대응의 원칙에 있어서 보다 합리적 대응을 가져와 경영 성과를 보다 합리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은 그렇다.
어쨌든 직영기업이 되면 기업회계가 적용된다. 그러니 일반 예산과는 예산서도 다르고 결산도 다르다. 중장기 경영관리계획도 만들어야 하고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도 받는다. 기업이니까 당연히 재무제표가 나와야 한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같은 거 말이다. 대차대조표가 나오려면 자산, 부채, 자본이 파악되어야 한다. 하수도 자산의 대부분은 가지고 있는 처리장, 관로 같은 고정자산이다. 처음 취득가액이 있을 테고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이 되고 현재의 잔존가치가 나와야 한다. 가지고 있는 자료가 부실하니 이런걸 제대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직영기업으로 운영되니 억지로라도 만들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하수도사업이 분식회계를 할 수 밖에 없다. 현행법상 하수도사업의 운영체계를 보면 자산관리가 필수적이다. 회계처리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설물 관리 측면이다. 대표적인 하수도 고정자산인 하수관로를 예를 들어 보자. 처음 관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수도법에 규정된 이런저런 행정절차를 거쳐 공공하수관로 계획을 만든다. 이런 행정절차와 병행해서 설계를 하고 공사를 한다. 이때 설계비와 공사비가 들어간다. 이 돈은 자산취득비다. 공사가 완료되면 사용공고를 하고 공용되기 시작한다. 회계상 자산가액이 올라간다. 처음에는 비용 들어갈 게 별로 없다. 시간이 지나면 퇴적이 생기고 냄새도 난다. 준설도 하고 세정도 해야 한다. 이건 비용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음부나 연결관에 손상이 오면 조사하고 정비해야 한다. 조사나 정비도 비용이다. 적절한 시점에 조사와 정비가 시행되면 최초의 성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 그 시점을 놓치거나 정비 방법이 잘못되면 본래의 성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영구적인 성능 저하가 올 수 있다.
공공하수도관리청의 역할은 이 일을 적절히 해서 관로의 성능을 수용 가능한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유지보수만으로는 성능회복이 어렵거나 관로를 통째로 교체하는 것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때가 오면 관로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이 돈은 신규자산을 취득하는 자산취득비다. 그러면 다시 감가상각이 시작되고 자산가액은 점차 감소하고 유지관리는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기업회계와 연동되어야 한다. 회계처리와는 별개로 하더라도 고정자산의 취득, 유지관리, 개축까지 시설의 생애주기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자산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앞의 설명에서 짐작하겠지만 사실 자산관리가 필요한 이 2가지 이유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설물 관리가 제대로 되고 관련 데이터가 관리되고 있어야 회계처리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회계처리가 제대로 되어야 자산현황이나 경영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뭔가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어차피 제대로 자산관리를 하려면 자료정리부터 해야 한다. 우리 관로가 언제 누가 어떻게 설치했는지 모르니까 당연히 취득가액이 얼만지도 모른다. 감가상각이 다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현재의 잔존가치가 얼만지도 모른다. 현재는 기업회계 방식에 따라 대차대조표를 만들려면 거의 모든 것에 가정이 필요하다. 이건 아마도 30년 넘었을걸? 그러니까 잔존가치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자산가액은 0원. 아마 서울시 하수도 회계보고서를 만들고 검토한 회계사들은 잘 알겠지만, 이렇게 가정에 가정을 더해 만들어 낸 보고서가 얼마나 정확히 경영상태를 알 수 있게 해 줄까? 이걸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기초자료부터 정비가 되어야 하는데 이게 한계가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가정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라도 제대로 관리해 준다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자료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자신하기도 힘들다. 결국 자산관리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아직까지 제대로 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건 법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니 가정에 가정을 더해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갈 수밖에.
두 번째 시설물 관리측면에서는 어떤 상태일까? 아마도 환경부나 환경공단에서 생각하는 자산관리는 이쪽일 것 같다. 우리나라에 자산관리라는게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ISO에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하수도 사업자가 자산의 내구연한에 걸쳐 어떤 성과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포함하여 기반시설, 자산의 공급, 유지관리, 폐기를 감독, 조절하여 최적화시킬 수 있게 하는 프로세스” 이게 하수도에서의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란다. 미국 상하수도시설 관련 협회에서 만든 자산관리 매뉴얼에서는 “관리하는 인프라 자산을 수용할 만한 리스크 범위 내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자산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총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합된 최적화 프로세스”라고 정의했다. 곱씹어 보면 그럴 듯 하지만 사실 이건 그냥 LCC(Life Cycle Cost) 분석에 기반한 시설물 관리다.
(환경경영신문, ww.ionestop.kr 김준형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