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와 함께한 2박 3일

[개암]

<개암 김동출 수필> ‘구름이’와 함께 한 2박 3일
개암 김동출

지난 6월 현충일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 저녁쯤에 이웃 동네에 사는 아들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 우리 가족 내일 산청으로 캠핑가는데 ‘구름이’ 좀 맡아 주세요.” 아들의 말에 “그래 알았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돌아서 아내에게 금방 들은 아들의 부탁을 전하니 강아지를 싫어하는 아내의 표정이 역력하였다.
‘구름이’는 손녀 ‘한빛’이 의 7살 생일 선물로 아들이 애견센터에서 분양받은 ‘말티즈’ 종의 강아지다. 작년 5월 초순 둘째 손녀의 생일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은 목걸이에 ‘구름’이란 이름을 새겨 단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를 안고 와서 보여주었다. 그때 아들은 개를 보면 질겁하는 제 엄마 눈치를 보듯 머뭇거리면서 “아버지, 손녀 하나 생겼어요.” 하길래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허 허 그래” 맞장구치며 품에 안고 온 예쁜 강아지를 덥석 받아 안고 목을 간질여 주며 눈을 맞추었다.

아들 가족이 2박 3일간 야영하는 동안 ‘아내와 나는 서로 각방을 쓰기로 하였다. ’구름이‘를 넘겨받은 나는 아들이 들고 온 짐보따리를 풀어 보았다. 2박 3일 동안 ‘구름이’ 가 먹고도 남을 충분한 사료와, 식기, 간식, 배변 패드, 장난감 등이 들어있었다. 우선 ‘구름이’가 편하게 배변할 수 있도록 ‘배변 패드’를 접근하기 쉬운 통로 옆에 깔아 주었다. 심심할 때 간식을 주면서 몇 시간 동안 ‘구름이’를 관찰해보니 비만증세 외는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바르게 길들어져 있었다. 편안한 생활복으로 갈아입는 나는 ‘구름이’를 불러 안고 눈을 맞추면서 마치 손주 대하듯 다정하게 말했다. “ ‘구름아,’‘ 네 가족은 지금 네가 따라가면 위험한 깊은 산속으로 여행을 갔단다. 지금부터 내가 너를 돌볼 테니 우리 친하게 지내자. 알았지?” 말 못 하는 강아지 ‘구름이’가 어찌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냐 마는. 각혼(覺魂)을 가진 ‘구름이’를 내 손녀 돌보듯 정성을 다하리라 맘먹었다.

「농사를 본업으로 살았던 나의 생가는 집짐승을 많이 키웠다. 그야말로 작은 동물농장이었다. 일 잘하는 누렁소를 비롯해 돼지, 염소, 닭, 백구, 고양이가 한 집안에서 식구처럼 살았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소 꼴을 배고, 소를 먹인 나는 누렁이 암소 한 마리 외의 다른 동물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 집 파수꾼 백구白狗에게도 그랬다. 어느 초여름날 학교 갔다 집에 오니 평소 같으면. 내 발걸믐 소린 줄 알고 반갑게 짖어댈 백구 소리가 나질 않았다.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마당 가의 개집은 텅텅 비어 있었다. 여름철 복날에 즈음하여 개장수한테 팔려 간 것이었다. “백구는 네 할부지가 팔았다.” 어머니의 그 말 한마디가 백구의 불행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 얼마 후 백구를 닮은 강아지가 새로 들어왔지만, 도통 정이 들지 않았다. 백구를 팔아버린 할아버지도 싫어졌다.」

“구름아 할아버지 말 잘 들어야 한다.” 아들의 말 한마디에 졸지에 ‘구름이’의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나는 정성을 다해 ‘구름이’를 돌보리라 맘먹었다. 아들이 백구를 맡기고 간 이튿날 아침에 아들한테서 카톡으로 문자가 왔다. 「“아버지, 그렇게 개를 싫어하는 엄마가 ‘구름이’를 맡아 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이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이 아들이 ‘사랑한다’ 말씀 전해 주세요.”」
아들에게 온 문자를 아내에게 카톡으로 전달한 후 거실로 나서니 방문을 열기도 전에 ‘구름이’가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배변 패드를 살펴보니 똥은 보이지 않고 누렇게 젖어있었다. ‘구름이’를 안고 몸무게를 재보니 무려 5.1Kg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운동이 부족했는지 비만 증세가 확실하였다. ‘구름이’의 소식이 궁금할 아들에게 ‘구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을 모아 카톡으로 보냈다.

오후 5시 해거름 질 때 목줄을 건 ‘구름이’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 멜 가방에 대소변을 치워서 담을 수 있는 휴지와 비닐봉지를 준비하여 나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안길 산책길에 내려놓자 ‘구름이’는 얼른 풀밭으로 들어가 오줌을 누었다. 마침 한가한 시간이라 산책로에는 우리밖에 없어 사람들의 눈치 보지 않고 구름이가 가는 대로 따라가며 천천히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집으로 올라와 아들과 카톡으로 대화했다. 「“아들, 조금 전에 ‘구름이’와 1,630보 걷고 왔다, 발과 오줌 묻은 사타구니를 닦아 줬더니 좋다고 야단이더라.”」 「“고생하셨어요 아버지 ^^, 구름이 잘 있네요^^. 자식이 뭔지 그 싫어하는 강아지도 자식이 부탁하니 엄마가 받아 주시네요. ㅋ.”」 ‘구름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밤에는 안방으로 데려와 함께 잤다. 피곤했는지 아무 소리 없이 쌔근쌔근 잠을 잘 잤다
.‘구름이’를 보내는 3일째 오후에는 무려 3,700보를 같이 걸었다. 그래도 피곤해 보이지 않고 촐랑대며 앞서나가며 잘 걸었다. 다소 무리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살을 빼 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몸무게를 재어보니, 그 사이에 무려 500g이나 줄어 있었다. 그날 오후 이미 나의 세 번째 손녀가 되어버린 ‘구름이’는 2박 3일 동안의 우리 집 생활을 마치고 야영장에서 돌아온 아들네 가족 품에 안겨 제집으로 돌아갔다.

아들은 애견 ‘구름이’를 눈에 띄게 좋아하였다. 출장 갔다 밤늦게 오면 제일 먼저 반겨 주는 게 ‘구름이’라서 그렇단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반려견을 키운 후부터 반려견을 화제로 가족 간의 대화가 늘어나서 가정의 행복 지수가 높아졌다. 말 못 하는 동물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생명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찍이 안중근 의사는 ‘사람에게는 영혼(靈魂)이 있고, 동물에게는 각혼(覺魂)이 있고 식물에는 초혼(草魂)이 있다.’ 했다. 그러기에 영혼을 가진 사람이 각혼을 지닌 동물이나 초혼을 지닌 식물을 아끼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나는 아들네의 복덩이 ‘구름이’를 보내면서 간절히 기도하였다. ‘구름이’가 아프지 말고 오랫동안 아들네의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아들 부부가 ‘구름이’를 딸처럼 사랑하고 보살펴 주기를. 손녀 ‘한별’이와 ‘한빛’이 두 자매도 ‘구름이’를 동생처럼 여기며 사랑해 주기를... 2023-07-29

[仁堂孫興燮]

저는 마음뿐 애견가 그룹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매주 방송하는 동물농장은 빼놓지 않고 봅니다.
동물의 세계도 사람 세계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더군요.
시인님도 좋은 가족이 함께하네요.
각혼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알게되는 아침이라서 기뻐요.

[개암]

아침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
쓰고 보니 너무 길어 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