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나눔
삼월도 어느덧 중순이 지나는 셋째 토요일이었다. 지난 주말 의림사 계곡으로 가 이른 봄 피어나는 야생화를 만났다. 나는 연례행사로 그곳에 들려 가랑잎을 비집고 귀엽게 피어난 노루귀와 홀아비바람꽃 같은 산간 야생화를 휴대폰 사진으로 남겼다. 집으로 복귀해 탐방 소감문을 적었다. 주말을 지나 근무지 학교에 출근해 탐방기와 야생화 사진을 동료들에게 메신저로 날려 보냈다.
내가 보낸 메신저를 열어본 교장이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해주십사는 회신이 왔다. 나는 도청 뒤 용추계곡에도 야생화를 볼 수 있으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근래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산을 지난 진북 의림사 골짜기로 가면 볼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교장은 취미활동으로 찍는 사진이 전문 작가 수준에 이른다고 들었다. 아마 이번 주말 그곳을 찾지 싶었다.
나는 이른 아침 집 앞에서 101번 시내버스를 타고 마산역으로 나갔다. 역 광장으로 오르는 들머리 노점에는 여러 야채와 약재를 팔았다. 어딘가 볕바른 데서 캤을 쑥이 있고 봄이 오길 기다린 돌미나리도 보였다. 봄은 오는 징후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보다 길거리 노점에서 먼저 알아 챌 수 있었다. 나는 야채를 사 줄 손님도 아니면서 노점 진열 상품들의 열병을 받고 지나쳤다.
서북산으로 가는 73번 농어촌버스는 진동환승장까지는 의림사로 가는 74번과 같은 노선을 달렸다. 73번은 진북 면소재지에서 덕곡천을 따라 이목과 금산마을을 지났다. 학동저수지를 돌아 종점 서북동에 닿았다. 서북산 아래는 수리봉 등선을 사이에 두고 의림사와 나누어진 산골이었다. 영동마을 일대 예전 천수답이었을 계단식 논은 전원 택지가 조성되어 그림 같은 집들이 들어섰다,
나는 종점에서 임도를 따라 서북산 산허리를 따라 올랐다. 임도 들머리는 종단이 다른 가야사와 구원사가 나타났다. 절간 들머리 볕이 바른 자라에서 웃자란 쑥이 보여 몇 줌 캤다. 쑥이 살져 통통해 잠시 사이 제법 되었다. 쑥을 캐던 자리 주변 머위 순도 땅을 비집고 돋아났다. 머위 순도 놓치지 않고 뜯었다. 암자를 돌아 임도를 따라 올랐다. 삼지닥나무에서 방울 같은 꽃이 피었다.
평소 서북산 임도에에는 차량이 다니질 않는데 드물게 작업 차량이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산중 어디선가 전동 톱날이 돌날이 돌아가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재선충으로 말라죽은 소나무들을 자르는 듯했다. 산허리로 걸쳐진 임도길에 이르니 인부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보였다. 갈림길에서 부재골 방향이 아닌 감재로 향했다. 부재로 가면 지난 주 들렸던 의림사와 부재골에 이르게 된다.
감재를 넘으니 여항산 둘레길 이정표나 나타났다. 봉성저수지에서 봉화산 허리를 둘러 감재에 이르렀다. 감재에서 서북산 허리를 따라 법륜사를 거쳐 좌촌마을에 닿는 꽤 먼 코스였다. 나는 둘 다 몇 차례 걸었던 산길이었다. 이번에는 감재에서 바로 버드내로 내려섰다. 북사면 응달은 염소 방목농장이 나타났다. 고로쇠나무를 대체하는 신나무에는 수액을 채취하는 물통이 달려 있었다.
산간 마을인 버드내를 지나 별천으로 향했다. 예전 초등학교 터는 수련원으로 바뀌었다가 그것도 폐원이 되어 묵어 있었다. 별천을 지난 산언덕에서 허리를 굽혀 쑥을 더 캐 보탰다. 묵정밭 밭둑에도 쑥이 많았으나 살진 쑥만 캤다. 검불 속에 파릇한 원추리 순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어 몇 줌 뜯었다. 원추리는 도심 공원엔 관상용으로도 키우나 산기슭에 절로 자란 것은 나물이 된다.
주서마을을 앞둔 정지병 약수터에서 샘물을 받아먹고 군내버스를 타 봉성에 닿았다. 봉성은 함안 면소재지로 한우국밥집이 알려진 곳이다. 국밥으로 점심 요기를 하고 역으로 나갔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쑥을 몇 줌 더 캤다. 열차에 올라 터널을 세 개 지나니 금세 창원중앙역이었다. 창원대학을 거쳐 오다가 연락이 닿은 지인한테 제법 되는 쑥과 원추리를 안겨주고 집에까지 걸어왔다. 17.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