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4. 물날
[1학년 외계인과 자치기]
1학년 선생으로 사는 날입니다. 모둠 선생이 코로나양성이 나와서 오늘부터는 나랑 살아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어린이들과 줄곧 지낸다는 설렘이 있어 좋습니다. 다만 자연속학교 채비로 처리해놓고 가야할 서류가 많아서 아무래도 한두 가지 일은 봄방학으로 미뤄놓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봄방학이 사라질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그건 그것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정성을 다하면 되지요.
1학년 아침열기, 노래와 시, 이야기로 채워갑니다. 집중하는 힘이 짧은 우리 외계인들에게는 눈빛을 모으는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낮은 학년 아침열기와 마침회에서는 늘 짧은 그림책이나 옛이야기책을 들려주는 게 기본입니다. 오늘은 옛이야기를 준비했어요. 물론 책을 읽어주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줍니다. 책을 읽어주는 것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차이가 있어요.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 하니 외계인들 눈이 반짝입니다. 관심 끌기에는 성공입니다. 그러나 무서운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하지 않는 게 규칙입니다. 왜냐하면 어린이 가운데 무서운 이야기를 반기지 않는 어린이들이 있고, 어릴 때 무서운 이야기는 잠을 잘 때도 생각나게 해서요. 그래서 무서운 이야기를 절대 해주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고 했지만 실은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화순 자연속학교를 앞두고 화순에 있는 무등산과 백아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효심많은 칠성이가 백아산에서 산삼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목소리도 재미나게 바꾸고 다양한 노릇 흉내 이야기를 할 때보니 1학년 외계인들은 쏙 빠져들었네요. 산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는 진짜 무서운 이야기라고 아주 높은 학년이 되면 해준다고 했더니 우리 지안이가 그럽니다.
“선생님 저는 그때도 저는 무서운 이야기는 싫어요. 무서운 이야기 안 들으래요.”
“그럼 당연히 안 들어도 되죠.”
“선생님 저는 꼭 들려줘요.”
“저도요. 저도요”
아침열기를 마치며 다 함께 춤을 췄어요. 와 모두가 춤꾼들입니다. 자주 춤을 춰야겠네요.
아침나절 1학년 공부는 자치기 놀이감 만들기입니다. 우리 1학년 외계인들과 자치기 놀이감을 만들고 자치기 놀이를 신나게 했어요. 자치기 놀이감인 어미자와 새끼자를 만들려면 채비를 해야 해요. 지난번에 숟가락 깎으려고 주워다놓은 은행나무 가운데 가느다란 가지를 찾고, 톱과 낫을 들고 왔어요. 어린이들과 함께 톱질을 하는 건 긴장되지만 재미납니다. 서로 도아서 잡아주고 톱질하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아요. 차례대로 모두가 돌아가며 톱질을 했어요. 선생은 바짝 긴장하고 잡아주고 기본 톱질을 해놓고 어린이들이 차례로 마무리 짓도록 톱질을 도와야 해요.
자치기 놀이감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자치기놀이를 가르쳐줘야 해요. 새끼자 뜨는 법부터 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주며 같이 자치기를 했어요. 그런데 자치기 하는 거 보니 한 번에 자치기 놀이를 알아차리고, 자치기를 금세 잘합니다. 와 세상에 멀리서 던져서 어미자를 세 번 줄곧 맞혀버리고, 치는 것도 정말 잘합니다. 모두 자치기 선수들입니다. 두 패로 나눠서 어미자로 재는 자치기놀이는 100자를 훌쩍 넘겨서 끝났어요. 대단한 놀이꾼입니다. 자치기는 수학교과통합으로도 쓰고, 함께 협력하는 몸놀이로도 쓰는 활동입니다. 낮은 학년 때는 꼭 하면 좋은 마당놀입니다. 저마다 하나씩 선물로 어미자를 만들었으니 앞으로 자주 하게 되겠어요.
자치기 한 뒤에는 안전 교육 공부입니다. 자연속학교 가기 앞서 안전교육 전문강사에게 한 번 더 산 오르기나 바깥활동, 교통안전 교육을 배우고 함께 안전 약속을 했습니다. 물론 이 공부는 미래교육을 실천하며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는 대안교육형 꿈의학교인 맑은샘꿈의학교 안전교육시간이기도 합니다. 대안교육형 꿈의학교는 대안교육기관과 경기도교육청이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가꾸며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가는 다함게꿈의학교로 맑은샘학교 어린이들만 다닐 수 있는 맑은샘꿈의학교입니다.
저녁에는 삶을위한교사대학 대안교육 교사 양성과정 8기 6강 강좌는 현장 방문으로 맑은샘에서 했어요. 삶을위한교사대학 강사오 이사 노릇을 하고 있어서 여러 해 강의를 해왔습니다. 주로 생활자립교육과 교과통합을 주제로 강의를 해왔는데 지난해부터는 <일놀이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를 주제로 하고 있어요. 이번에도 강의와 밧줄놀이 워크숍을 같이 했어요. 대안교육 교사가 되고 싶거나 교사인 분들이라 이분들에게 강의를 한다는 건 그만한 성찰이 같이 갑니다. 왜냐면 강의는 언제나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같이 가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한대로 정말 우리 교육공동체와 우리 학교는, 우리는, 나는 그렇게 실천하고 살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입니다. 강의 뒤 밧줄놀이는 언제나 즐거운 나눔입니다. 간단한 밧줄 매듭과 밧줄놀이를 알려주고 함께 신나게 즐기다 보면 금세 시간이 갑니다. 예전에는 밖에서 나무에 밧줄을 묶으며 길게 하는 워크숍으로 갔는데 지금은 실내에서만 해서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밧줄놀이워크숍을 따로 제대로 기획해봐도 좋겠다 싶네요. 긴 하루가 휙 갔습니다.